하루 한 권 독서

[지구에서 영어 생활자로 살아남는 법]- 백애리

by 조윤효

영어 생활자로 살아남고 싶은 사람을 또 발견했다. 그녀의 책을 읽어가면서 영어를 통해 삶의 폭이 어떻게 넓어지는 를 볼 수 있었고, 한국 조직 문화와 포용성 있는 국제 문화의 차이도 볼 수 있었다. 잡지 출판사에서 라디오 방송 작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태우듯이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학연수를 택했다고 한다. 보다 나은 직장을 위해 토익점수를 올리고자 떠난 20대 후반 여성의 절실함이 그녀의 걸음에 속도를 붙인 것 같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 중 낯선 곳에서 자아를 발견했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 깊다.


영어만 잘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다는 그녀는 LA근교의 피코 리베라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된다. 막연히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곳이라 생각하고, 어학연수 회사에서 지정해준 곳에 정착했지만 피코 리베라가 우범지대 중 한 곳임을 가서야 알았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내가 나의 보호자’라는 그녀의 말처럼 자신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힘도 기르게 된다. 어학원의 교장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킨 힘이 기특하다. 유창하지 않지만 ‘It`s not accepable. I don`t agree with you.’ 수용할 수 없고,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의사 표현으로 그녀가 원하는 공부 환경을 만들어 냈다.


그녀는 어학연수를 하면서 국제기구 NGO에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할 기회를 갖게 된다. 스위스의 깨끗한 환경 속에서 다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한국 사회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너무도 다른 외국기업의 분위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긋는 또 하나의 테두리를 버리게 된 것 같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까지 1년 임시직인 그녀를 마중 나온 사무총장 부부의 따뜻한 환대와 그들이 초대한 저녁에서 마음 편히 손님으로 존재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수용과 공존법을 배운다. 극도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환경이 독특하다. 유태인, 무슬림, 성 소수자, 정통 공산주의자들이 각가의 다른 국적으로 함께 일하는 곳은 그녀의 말처럼 모두가 이방인인 곳에서 삶은 한층 다채로워졌을 것이다.


영어라는 곳에 발을 디디면서 자칫 발음위주의 스피킹에 더 중점을 줄 수 있지만, 실제 근무 환경에서 더욱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 라이팅 실력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업무 보고서나 세계 곳곳에 보내는 영어 이메일은 작은 디테일의 차이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거나 반대로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답게 일하기 위해 영어라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 방식도 효과적이다. 영어로 혼잣말 하기를 꾸준하게 했고, 유튜브로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생활 속에서 접했다고 한다. 영어 읽기를 위해 노래 가사로 그 시작점을 잡았던 것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 테일러 스위프트의 ‘Look what you made me do’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를 들어 보았다. 취향은 나와 다르지만 덕분에 새로운 곡을 만나보는 경험을 만났다.


심심할 때 유의어 사전을 활용해서 정확성과 표현력을 길러낸 노력도 멋지다. 자진이 표현해 내는 단어의 양이나 질이 생각의 질도 결정할 것 같다. 그녀의 책에서 언급된 작가들처럼 그녀 또한 풍부한 어휘로 유려한 문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쉼 없는 노력이 현재 진행형임을 알 것 같다. 영국이 자랑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는 3만 개 이상의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하니 그의 어휘의 방이 세기에 남는 명작 작품들을 만들어 낸 일등 공신 같다. 학식이 많은 영어 화자의 경우 2만 이상의 단어를 품고 있다고 한다. 나만의 어휘 방을 차곡차곡 가을철 곡식 쌓듯이 쌓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해 준다.


한국의 속도를 요구하는 문화에서 길들여 있던 그녀가 유능함이 속도가 아님을 알게 된다.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화를 만드는 코디네이터 같은 역할임을 유교걸인 저자는 국제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가정 안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도 평등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존중하며 NGO에서 평등한 관계를 맺어 가겠는가?’ NGO 사무총장이 집에서 직접 개개인에게 대접해 주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세계기상 기구에서 일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던 사례를 통해 사소한 디테일이 첫인상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보여 준다. 여권의 이름과 자신이 쓰는 영어 문자의 조그마한 차이에도 신원 확인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력서를 보낼 때 사려 깊은 사람은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 앞에 +82(한국 국가 번호)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South Korea’라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고, 이력서에 페이지 번호뿐만 아니라 영문이름과 날짜도 함께 표기하라고 조언해 준다. 국제공무원으로 일하는 한국인들의 네트 워크에 많은 조언을 받아 온갖 전문가들이 가득한 세계 기상 기구에서 일하게 된다.


일의 언어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말처럼 인생은 계속된다. 3개월의 짧은 계약직으로 시작한 세계 국제기구에서 일할 기회를 잡아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정식 직원이 된 그녀는 막막함의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낸 국제적 인재가 된 것 같다. 그녀의 조용하지만 굳건하게 걸어온 길에 박수를 보낸다.

지구.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