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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y 03. 2024

엄마와 딸 사이

[엄마와 딸 사이]- 곽소현

아버지와 아들 사이, 엄마와 딸 사이, 아버지와 딸 사이 그리고 엄마와 아들 사이를 생각해 본다. 아빠는 아버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데, 엄마를 어머니로 부르는 건 어색한 이유가 뭘까. 그만큼 엄마와의 관계는 아버지 보다 더 친밀감을 갖고 싶어서 인 것 같다. 


딸이 없지만 엄마의 딸로 살아가는 나를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일독했다. 저자는 심리 치료 전문가로 20,30대 딸들과 엄마들의 상담을 통해 모녀간에 나타나는 심적 갈등의 원인과 해결 조언들을 준다. 엄마와 생기는 마찰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조언을 받고자 하는 20,30대 딸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엄마와 딸의 그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딸의 욕망과 엄마의 욕망’이 구분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일수 도 있다. 딸을 가장 잘 알 것 같고, 딸의 인생에 최대 주주인 엄마의 힘은 참으로 강하다.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신경숙의 책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의 인용글이 책과 잘 어울린다. 


 책은 모녀의 갈등이유, 그 갈등을 해결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모녀의 친밀감이 중요한 이유, 모녀간의 갈등과 화해의 단계, 그리고 모녀간 서로 이해하며 갈등을 조절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모녀간의 어떤 문제가 자리 잡고 있고, 특히 딸에게 엄마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언행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엄마와의 친밀감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고, 관계를 맺어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어릴 때 엄마로부터 토닥거림을 받지 못했던 사람은 성인까지 연계가 되어 마음을 괴롭힐 수 있다. 엄마와 딸의 관계적 차원을 살펴보면, 연민을 자아내는 엄마, 완벽한 엄마, 남자 형제와 딸을 차별하는 엄마, 엄마 삶의 대리자로 자신이 받지 못했던 모든 것을 딸에게 주고 싶어 하는 엄마, 자신과 딸을 동일시하는 엄마 등등 다양한 형태의 모녀 관계가 자리한다. 


 안쓰러운 엄마를 벋어 나지 못하면, 엄마를 자기와 동일시 한 딸은 언젠가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달라고 때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연민의 대상인 엄마에게 자신마저 기댄다면 무너질 것 같아 딸은 스스로 홀로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로받지 못한 사람은 위로를 해줄 수 없다. 연민의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딸은 어른 같은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아동기를 빼앗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한꺼번에 감정의 홍수가 밀려들 수 있을 것 같다. 엄마의 인생까지 책임 지려 하지 않아도 되고,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부정의 감정이기 때문에 딸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엄마가 선택한 인생이고, 그녀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엄마를 놔주라고 한다. 착한 딸로 오래 살다 보면, 자신의 욕구와 엄마의 욕구를 구별하지 못할 수 있다. 


 애착, 애증, 의존의 공통점은 적절한 거리일 때 건강하다는 말이 공감이 된다. 엄마는 ‘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하면서, ‘친구 같은 딸’을 원할 수 있다. 모녀 관계가 삶의 4바퀴 중 흔들리는 한 바퀴가 된다면 앞으로 나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엄마로부터의 결핍된 사랑이나 과잉된 사랑으로 현재가 불편하다면 먼저 과거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을 책임 지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딸이 엄마와 형성하는 관계는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해야 건강한 관계가 된다고 한다. 

 엄마의 잔소리 대체법은 실생활에 도입해도 될 것 같다. 

1.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되면, 속으로 자신의 감정을 먼저 쓰다듬기

 ‘어휴, 답답해. 엄마와 대화가 안돼.’

2. 엄마를 이해하기

엄마의 말을 따라 하거나, ‘걱정이 된다는 거죠?’라는 말의 피드백을 달기

3. 내 주장하기

엄마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고 난 후 나의 감정을 ‘나 화법’으로 전달하기


 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생각해 보지만 딸이 없는 내게는 실감이 잘 안 난다. 대신, 내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게 된다. 단 한 번도 울음을 보이시지 않으셨던 분, 갑상선, 불면증, 고지혈증 등 다양한 질병을 온몸에 훈장처럼 달고 다니셨던 나의 어머니는 내게는 마냥 어리광을 부릴 수 없는 분이셨다. 결혼 후에도 자신만의 전문적인 일을 가지고, 남편에 의지하지 않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셨던 엄마 덕분에 언니도 나도 우리들 만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 엄마라는 큰 산이 내게는 부담이기보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딸이 있어야 행복한 노년을 보낸다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나는 못 받겠지만, 엄마에게 그런 행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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