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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y 08. 2024

하루 한 권 독서

[50의 품격은 말투로 완성된다]- 김범준

말이 품격이 되는 사람을 만나면 그 향기가 오래 남는다.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있고,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있다. 내 안에 담긴 영혼이 말로 품어져 나온다. 말이 거칠어지는 중학생 아이들에게 가끔 이야기한다. ‘The perfume bottle smells fragrant, but the poop can smell poop. 향수병에서는 향기가 나지만, 똥통에서는 똥냄새가 난다.’ ‘Don`t be a honey bucket.’ 직역을 하자면 ‘꿀통이 되지 마라’이지만, 속어로 ‘야외에서 화장실로 쓰이는 통’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조금은 조심하는 게 눈에 보인다. 


 저자는 50의 나이를 ‘지천명地天命’(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이라 여기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지아언知我言’ (나 자신의 말투를 아는 나이)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공감이 많이 간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홀로 고립된 삶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실수하는 게 말 때문인 것 같다.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하고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대접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외로운 성을 쌓아나게 된다. 강한 말투 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저자가 말로 실수한 자신의 솔직한 예는 읽는 독자의 마음을 다독거려 준다. 누구나 실수하지만, 그 실수를 알고 고쳐나가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기 때문이리라. 


 ‘말이 곧 나다’는 생각을 할 때 더 언어적 성숙이 이루어질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소한 부부싸움의 원인은 말 내용과 말투 때문에 생긴다.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나를 공격당하게 하는 말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하늘의 뜻을 받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잘난 체와 이별하고 겸손함으로 말을 장식하는 훈련이 필요한 시기가 50대라는 저자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말이 곧 나다’,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나를 낮출수록 품격은 올라간다’, ‘더 이상 말로 상처 주지 않는다’, 그리고 ‘50대에는 조금 힘을 빼고 말하기’라는 주제를 책은 다루고 있다.

 자신만의 매력 자본으로 지위 자본과 재산 자본으로 집중하다 보면 행복의 문은 더 멀어질 것이다. 세상을 향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50에는 더 필요하다는 것 또한 유익한 조언이다. 


 50대는 대화를 풍부하게 해주는 질문을 할 있어야 하고,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걱정을 부추기는 질문을 하기 전에 ‘그래~’라는 걱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삶이라는 거친 무대가 사람을 지치게 할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잘하고 있다는 격려의 말이다. 나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대화를 선점하기보다는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배어 있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말에는 값이 있다.’ 프랑스 속담처럼 ‘말을 주고받을 때는 금화와 은화만 사용하시오’라는 말을 기억해 둔다면 좋을 것 같다. 


 ‘흰머리는 지혜가 아닌 나이를 나타낼 뿐이다. 나는 50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말투를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 저자의 독백을 들으며 나를 반성해 본다. 늘어나는 흰머리를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성숙된 어른의 언어를 쓰지 못하고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직장의 최고 경영자를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인생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수준이 낮은 하수의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고, 그 위보다 한 수 높은 중수의 리더는 ‘~할 수 있다’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수의 리더는 ‘~하고 싶다’라는 말이 조직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말은 아끼고 아껴 돈처럼 써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통해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 두고, ‘소중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매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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