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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y 17. 2024

하루 한 권 쓰기

[이토록 간결한 글쓰기]- 토드 로저스, 제시카 래스키

바쁜 삶이 일상인 시대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가끔 머릿속의 복잡한 사념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흐리게 한다. 읽고 쓰는 행위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자 하지만, 그 또한 바쁜 일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움직인다는 것이다. 삶의 리듬이 빨라지고, 시선을 뺏기는 것들이 많아져 바쁜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방법을 이야기해 주는 책을 만났다. 하버드 행동 과학자의 비즈니스 글쓰기 6원칙은 어떻게 글을 써야 바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 줄지를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효과적인 글쓰기를 통해 제대로 된 정보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글들은 삶의 매뉴얼 같은 역할을 한다. 투표용지, 의료치료 동의서, 법률용어, 학교 생활 안내서, 자동차 보험, 휴대폰 사용 약관 그리고 온라인 가입 동의서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글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이들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쉽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한때, 모든 글들이 띄어쓰기 없이 독자에게 전달되던 시대에서, 읽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 간에 공간이 생기는 시대로, 점점 더 많은 글들이 읽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입장으로 진화해 왔다고 한다. 이런 배려의 활동으로 독자들은 더 많은 글들을 읽고, 오히려 지능지수가 과거에 비해 더 올랐다고 한다. 그러니 어려운 글들이 사람들을 똑똑하게 만들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저자들의 이야기 같다. 


 생활 속 다양한 약관들은 대학교 2학년 수준의 독해력 실력에 맞추어져 있다고 한다. 중 2 정도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 수준을 유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물론, 의도적으로 소비자가 100% 이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은 기업들이 어려운 용어와 복잡해 보이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결국, 간결하고 읽기 쉽게 쓴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 같다. 생활 속에 만나는 글들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들이 실제로 많다고 한다. 의료 치료 동의서의 경우,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로 보호자들에게 서명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의사의 실수도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사례가 있다는 미국의 의료계 현실 예는 놀랍다. 뿐만 아니라, 좋은 기회가 와도 놓치는 경우가 있다. 2020년 12월에 에어비엔비 주식을 상장한다고 모든 에어비엔비 호스트들에게 주식을 살 수 있는 이메일 초대장을 보냈다고 한다. 그때 주식을 산 사람들은 1만 5000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읽고 이해했던 사람들은 큰 이익을 봤고, 이해하지 못하고 간과한 사람들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한눈에 보이는 글쓰기는 불이익을 피하고, 다가올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보낸 정보들로 원하는 효과를 얻어 내는 중요한 삶의 스킬이다. 이메일을 주고받고, 문자를 주고받고, 공문을 쓰고 확인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가이드가 되는 책이다. 그들의 책 또한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적용해서 쓴 책이라 읽기도 쉽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쉽게 보여 준다. 


 한눈에 보이는 글쓰기의 6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적을수록 좋다. 

2. 읽기 쉽게 작성되어야 한다. 

3. 탐색하기 쉽게 구성해야 한다.

4. 서식은 충분하게 사용하되, 과하지 않게 사용한다.

5.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잘 말할 수 있어야 한다. 

6. 응답하기 쉽게 작성되어야 한다. 


 머릿속이 복잡한 독자를 이해하는 게 첫걸음이다. 바쁘게 읽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쓰라고 한다. 실제 간결한 글쓰기가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트위터나 SNS글들은 요즘 사람들의 성향을 보여 준다. 바쁜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로 찰나에 판단을 내리고, 경험법칙을 이용하여 의사 결정을 단순화한다. 사람들은 현재 즐겁고 재미있으며, 쉽고 만족스러운 것을 선호하고, 즐겁지 않고 더 어려운 것은 미루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소요 비용이 동일하다면 지금 당장 지불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제한된 시간과 제한된 집중력을 가진 유한한 인지능력은 세상을 탐색하는 방식에 제약을 준다는 것을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인간이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는 5~9개 정도라고 하니 인지할 수 있는 정보와 인지할 수 없는 정보를 구별해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카네기 멜론 대학 실험에서 독해 시험을 보는 동안 전화로 방해를 받은 학생들이 20% 정도 성적이 더 떨어졌다고 한다. 수시로 만지는 휴대폰이 학습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을 떨어트린다는 것을 알 것 같다. 흔히 멀티 태스킹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은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 각각의 작업을 빠르게 오가는 것 일뿐, 오히려 집중력이 더 빠르게 소진된다고 한다. 


 바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6가지 글 쓰기 원칙은 효용성이 크다. ‘간결함은 지혜의 본질이다’라는 셰익스피어 <햄릿>의 인용문구가 저자들의 생각들 잘 표현해 주는 글귀다. 글이 길어지거나,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글은 쉽게 외면당한다. 효과적 글쓰기를 위해서는 단어를 적게 사용하고, 간결한 단어와 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하며, 생각이 더 적게 포함된 글이라는 것이다. 간결한 글쓰기가 더 어려움을 보여 준다. 짧고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직선적인 문장이 읽기 쉬운 글이다. 


 실제 1800년대의 소설은 한 문장단 27개의 단어를 사용했다면, 2000년대 소설은 한 문장단 10개의 단어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글이 독자들의 지적 능력을 키워준다는 막연한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실제, 헤밍웨이가 쓴 노벨 문학상 작품인 <노인과 바다>는 4학년 독해 수준이라고 한다.

짧고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한 직선적인 문장으로 글을 쓰려면 시간과  주의 집중력은 더 필요해진다.


 이메일이나 회사의 보고서 또는 공문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적용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탐색이 쉬운 글을 쓰려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어를 지도로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 핵심정보를 바로 알게 써야 하며, 뚜렷이 구별되는 생각은 분리가 되고 새로 관련된 생각들을 함께 배치하라고 한다. 생각 우순 순위배열과 부제목을 붙이고, 글머리, 강조,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간단한 설명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설문 조사든지 또는 자원봉사 모집을 하든지 원하는 목표로 사람들의 자발적 협조를 위해서도 공문 서식이나 이메일 서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응답하기 쉽게 쓰기 위해서는 행동에 필요한 절차를 단순화하고, 행동에 필요한 핵심 정보 정리가 중요하며, 필요한 주의 집중력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올바른 시기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소셜 미디어의 경우, 여성이나 소수자의 정체성이 보일 때 남성이나 백인인 쓴 글보다 글을 읽는 사람이 더 적다고 한다. 글을 훑어 보는 사람들은 글 사이의 하이퍼 링크가 있을 때 더 시선이 오래 머문다고 한다. 

 ‘글을 읽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쉽게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는 책을 통해, 공문이든 문자든 간결의 원칙을 생각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실제 공문을 쓰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원칙에 도움을 받았다. 더 간결하고 산뜻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노력해야겠다. 왜 하버드생들 중 상위 1%가 글쓰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가를 내렸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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