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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Jun 03. 2024

하루 한 권 독서

[The Miracle of Mindfulness] -Thich Nhat

베트남의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이 들려주는 마음 챙김 명상이야기다.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온 그분의 책과 인연을 맺었다. 선물 받은 책이라 준사람의 마음까지 담아 읽다 보니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다. 저자는 2022년 세상의 무대에서 막을 내리셨지만 그분의 사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노래가 되어 불려지고 있다. 


 ‘I have unlimited time for myself. I try not to divide time into parts anymore. 나만의 시간은 무한하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나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생활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나름대로, 시간을 나누고 쪼개고 더 의미 있게 쓰고자 한참 분주하던 뜨거운 가슴에 시원한 찬물 한 컵이 되는 문장이다. 


 책은 조용한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흘러간다. 소주제들이 각자의 색깔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1. 명상의 기본적 훈련

2. 지구 위에 걷는 것이 기적이다.

3, 하루 마인드 셋

4. 조약돌

5. 하나가 모두, 모두가 하나다

6. 앞마당에 서 있는 아몬드 나무

7. 세 개의 위대한 답


제목들 중에서 ‘The miracle is to walk on Earth. 지구 위에 걷는 것이 기적이다.’라는 표현이 가장 눈에 띄었다. 물 위를 걷는 것이나, 공기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지구 땅에 발을 딛고 살아있는 지금이 기적이다. 79.51억 명이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그 기적의 땅에서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가장 기본법이 호흡법이다. 명상의 기본도 호흡이다. 명상은 생각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는 방법 같다. 가만히 있어도 수십 가지의 생각이 피어오른다. 그 피어오르는 연기를 오직 자신의 힘으로 지그시 눌러 줄 수 있는 힘이 명상 같다.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행동이나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마음 챙김 명상을 할 수 있는 곳을 한정 짓지 않고, 집이든 군중 속이든 어디든 행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명상의 기본이 호흡을 인식한다는 의미를 알 것 같다. 호흡이 나의 마음과 육체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된다고 한다. 적당한 호흡이 음식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에 다시 한번 일상에서 호흡을 인식한다. 호흡수를 세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연결될 것 같다. 들어오는 호흡 하나, 나가는 호흡 하나, 들어오는 호흡 둘, 나가는 호흡 둘... 이렇게 세다 보면 어느새 잡념이 몰려 오지만, 매일 실천한 다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다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아침 10분 정도 명상을 하는데 저자의 조언데로, 호흡을 세면서 해보고 있다. 그러다가 잡념이 생기면 다시 하나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10까지 호흡을 셀 수 있는 힘이 서서히 생긴다. 10분 동안 3세트~4세트 정도를 할 수 있다. 고요한 물안에 잠긴 하얀 조약돌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그 맑고 깨끗한 물에서 흘러가는 물을 느끼고, 그 속에서 평안함을 찾는 연습을 함께 해보았다.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과 몸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 느낌이 참 좋다. 


 연꽃 자세(왼 발바닥이 오른쪽 허벅지 위로 향하고, 오른쪽 발바닥이 왼쪽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자세)로 명상을 하는데, 스님이 이야기하시듯 반웃음(Half- Smile)을 유지하는 것이다. 스님의 권유처럼 반웃음을 일상에 심어 넣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책을 읽을 때, 가족을 위해 요리할 때 그 반 웃음이 내가 하는 일에 더 깊은 소명감을 줄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반웃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걸을 때, 서있을 때, 앉아 있을 때, 일할 때, 손 씻을 때, 설거지할 때, 청소할 때, 친구를 만날 때, 차를 마실 때 각각에 하고 있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고 집중해 보라는 조언도 생활 속 명상이 될 것 같다. 양치하면서 읽었던 책 읽기를 내려 두게 되었다. ‘Each act is a rite, a ceremony. 모든 행동이 의식이고, 행사이다.’


 하루 마음 챙김으로 시작해서 일주일을 해보고 이렇게 3개월을 실행하다 보면 변화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하신다. 내가 바뀌면 가족이 바뀌고, 내가 속한 사회가 바뀔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제대로 앉고, 제대로 휴식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감정의 존재를 느끼 것, 그 감정들을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 마음 챙김임이다. ‘Mindfulness of feeling in feeling is mindfulness of feeling directly. 느끼는 마음 챙김은 직접 느끼는 마음 챙김이다.’


 ‘Breath remains the vehicle to unite body and mind and to open the gaet to wisdom. 호흡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고, 지혜로 가는 문을 열어 주는 매개체로 남아 있다.’ 지혜로 가는 문은 가장 근원적인 질문 ‘Who am I? 나는 누구인가?’라는 답을 줄 것 같다. 나를 구성하는 다섯 개의 집합체(육체, 신체적 형태, 감정, 인식, 정신적 기능, 의식)가 바로 나이다. 자신이 겪는 모든 고통, 욕심과 욕망, 행복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나이기 때문이다. 


 출렁이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파도처럼 삶과 죽음이 일상인 지구상에서 죽음에 대한 공부는 삶의 일부임을 조용하게 조언하신다. ‘I see that if one doesn`t know how to die, one can hardly know how to live- because death is a part of life. 죽을 줄 모르면 살 길을 거의 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삶의 일부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톨스토이 책에서 언급된 3개의 위대한 질문을 찾기 위한 황제에 대한 이야기는 삶의 진실을 이야기해 준다. 언제가 최고의 시간이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지금이 최고의 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를 위해 미국에서 연설하고 있는 틱낫한 스님을 보고 한 미국인이 직설적으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고통받는 당신들의 국민을 위해 여기 와서 연설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직접 가서 돕는 게 어떻겠냐고. 틱낫한의 답변이 명쾌하다. 물이 필요한 나무에게 잎(베트남)에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이 되는 뿌리(미국)에 물을 주어야 한다고 답변을 하셨다고 한다. 

최고의 기회로 살아가는 지금을 느끼고, 호흡하고, 명상하는 일상의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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