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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May 29. 2024

하루 한 권 독서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김제동 외 7분 (1편)

7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다. 649쪽의 페이지 이지만, 사회자인 김제동 씨가 각영역의 전문가들과 담화를 나누는 사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부담은 적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 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 과천 과학관 이정모 관장 그리고 대중문화 전문가 김창남 교수의 담화 내용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나눈 대화다. 이들 개개인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그들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모든 시련에는 교훈이 있다. 코로나는 사람들에게 삶이 갇힌 느낌을 주었지만, 자아를 성찰할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고요하게 세상을 보며 자연과 인간에게 잠깐의 쉼의 시간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서두의 글 ‘당신이 살아야 나도 산다’라는 글귀는 이 세상이 이루어진 방식임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그 총량만큼의 기쁨이나 행복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 뼘 햇볕만큼의 기쁨이면 된다.’ 고 신영복 교수의 인용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 한 뼘의 햇볕이 그를 20년 감옥 생활에서 지켜준 소중한 자산이었다고 한다. 크지 않아도 소박해 보이는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는 일이 결국,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 된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찬물로 처음부터 끊이는 라면이야기는 어려울 것 같은 물리학의 선입견을 살짝 내려놓게 한다. 물리학의 터닝 포인트를 만든 뉴턴은 자연현상을 수학으로 바꾼 사람이고 한다. 모든 물체는 진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진동과 중력이 세상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인간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 ‘샘’이 그 가장 큰 예다. 


인공 지능으로 세상이 많이 변하고, 도태되는 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상욱 교수의 말처럼 인공지능으로 얻은 이익을 직업을 잃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쓰자는 말이 인상 깊다. 

물리학자가 보는 죽음은 '원자론 입장에서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라는 정의도 독특 하다. 가벼운 정의는 가끔 그 심각함을 내려 두게 한다.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특별한 의도나 의지, 신의 개입 같은 건 필요 없다는 산뜻한 말도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지구 생물 개체 중 그 수가 가장 많은 게 닭이고, 다음으로 인간이라는 말도 놀랍다. 수명이 5년에서 10년인 닭을 인간의 식탁에 올리기 위해 35일 만에 죽게 만드는 게 과연 옳은지 잠깐 미안한 생각을 갖게 만든다.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세상을 바꾼다는 김상욱 교수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핵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그냥 저장해 두고 있다는 현실을 들으며, 우리 후손들이 안게 될 짐의 크기가 자꾸 더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집에 대해 도시에 대해 좀 더 넓은 견해를 갖게 된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는 90%가 넘는 도시화 비율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은 30%가 1인 가구이고, 60%가 2인 가구 라고 한다. 가끔 궁금했었다. 아이들은 줄고, 아파트나 집들은 계속 짓는데 왜 집값은 오르고, 개개인이 집을 가질 수 없는지. 유현준 교수에 말에 의하면, 집 보급율을 4인 가족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집이 모자란다고 한다. 집을 사기 위해 15억 이상의 대출을 차단하다 보니, 7억이나 8억 정도의 집값이 10억을 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공유 오피스에 대한 교수의 의견도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인간이란 공통의 추억이 생겨야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정사각형의 공원보다는 직사각형의 공원이 그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많아 진다. 즉 단위 면적이 넓기 때문에 공동체가 쉽게 형성이 된다. 사람은 공간을 감정과 연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공공시설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시설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내는지. 돈을 지불하고 커피숖에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요즘이다. 교수의 제안처럼 도서관 같은 공공 자산인 공간이 많아야 함을 말해 준다.


 ‘건전한 사회는 계층과 배경에 상관없이 공통의 추억이 많은 사회다.’ 건전한 콘택트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이 집 근처에 많아져야 함을 알 것 같다. 100만 권을 소장하는 도서관 한 개보다는 1만 권을 저장하는 도서관 100개가 더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돈을 내지 않고도 공유될 수 있는 공간이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 같다. 집이 좁아도 집 앞에 넓은 공원이 있다면,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올라간다. 미국의 센트럴 아트리는 고속도로를 지하로 놓고 지상을 공원화해서 부동산의 가치를 올린 좋은 예다. 교수의 말처럼 10차선 도로에서 5차선을 공원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공공건물로 변화가 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교수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건축주임을 잊어 서는 안될 것 같다.


 대한민국의 주거지 형태가 거의 비슷해지면서 대도시로만 몰리는 현상을 교수의 해안은  합리적 답안이 될 것 같다. 비슷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소자본 창업이 쉬운 구조를 만들어 각도시마다 구마다 다른 개성과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도록 돕는다면, 취향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공간을 위해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대형 기업이 아파트를 만들어 가면서 전국 도시가 획일화되어가는 현상이 문제가 됨을 알 것 같다.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건축가의 아이디어는 독특한 발상 같다. 저소득 층을 위해 처음부터 정해진 예산으로 작은 집을 주기보다는 어는 정도 규모가 되는 집을 제공하고, 집의 반은 그냥 벽체와 바닥만 있는 빈집을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집을 스스로 확장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집을 소유할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셰인트 루이스는 예산에 맞는 작은 주거 공간에서, ‘돈 벌면 여기서 나가야지...’라는 의식을 심어 주어, 20년 만에 슬럼가를 만들어 내 결국, 마이트로 파괴한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준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민 아파트의 접근법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결국, 정책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와 반드시 손을 잡고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아는 것이 실천이 될 때 세상은 더욱 나아질 것 같다.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는 초대인 7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별을 사랑하고 그것을 업으로 가진 그녀의 일에 대한 자세는 배울 점이 많다. 열심히가 아니라 즐기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행복론이 기억에 남는다.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집에서 혼자서 조용하게 일할 때 행복하다는 그녀의 성장이 기대가 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왜 별까지 알아야 하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녀는 ‘우리가 나무를 보던 시야에서 숲으로, 지구로 그리고 이제는 우주로 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녀를 통해 천문학계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지식이든 1년만 자료를 독점하고, 그 이후에는 공개하는 관행 덕분에 앞으로 우주에 대한 지식은 더 많이 공유될 것 같다. 달에서 보는 지구 사진은 아름답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푸른 구슬을 닮았다. 지구에서 보는 달은 평생 한 면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반대로, 달에서 지구를 볼 때도 지구의 한 면만 보는 것이다. 휴대폰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희토류는 달에 풍부하다고 한다. 그것을 지구로 가져 올 수 있는 기술만 개발한다면 지구에서 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한다. 봉이 김선달이 물을 팔듯, 달을 단위 면적으로 나누어 일반인에게 파는 웹사이트를 들은 적이 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진 시대다. 아마존 회장 베네스 조프도 달에 다녀왔고, 전기차 일론 머스크는 화성 정착을 꿈꾸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 가지만, 그곳에서 인간의 정착을 시도하는 일론 머스크는 그의 꿈 때문에 자신은 부자로 죽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우주를 꿈꾸는 사람은 삶의 폭이 더 넓고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주를 보여주고 꿈을 꾸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지구별이 언젠가는 좁은 시골 같은 느낌이 오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새겨듣게 된다. 세상에 넘쳐나는 지혜와 지식을 하나씩 하나씩 과일을 따듯이 챙기게 된다. 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나뭇가지가 찢길 듯이 주렁주렁 달린 감을 하나씩 따서 박스에 넣으면서 가득 차는 기쁨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워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정리해 본다. 배움은 가을철의 다 익은 대감처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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