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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김태규

by 조윤효

지구 위에 수십억 명이 걸어간다. 아침 해가 뜨면 일어나 저녁 해가 지면 잠드는, 매일 작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해 간다. 일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릴 때, 실천의 행위가 뚜렷 해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잘 사는지 각자의 정의를 가질 때, 인생의 석양 끝에서 그 삶을 만족스럽게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명리학을 통해 삶에 대한 해석을 잘 정리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글과 그림으로, 자연 순화 운명학이라는 개인 연구실을 가지고 삶의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이다. 블로그 ‘희희 락락 호호당’에서 세상을 향해 지혜를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그의 철학이 흘러 삶의 목마른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헤갈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되어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은 포기하는 삶이나 그저 관조하는 삶이 아니다. 뜻을 품고 노력을 하되, 마음 한편으로 되어가는 데로 순응할 때, 원망이나 포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게 된다. 말은 말이고, 실행은 실행이며, 결과는 그냥 결과다라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간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말과 닮아 있다.


‘그냥 부는 바람은 없어서’라는 편에서는 삶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특성을 잘 보여 준다.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한때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질 수 있고,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 또한 소모된다는 것을 인정할 때, 받아들이는 마음이 가벼울 것 같다. 시간이라는 바람은 우리가 가진 가치관이나 타성을 마모시킨다. 내 마음이 변하듯 상대도 변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과 싸움 모두 삶의 에너지가 있어서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보는 삶을 이어가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자꾸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는 걸음이 무거워진다. 발걸음이 가벼운 여행을 위해서는 마음이 가벼워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 있는 자에게 수고와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그 진리를 저자는 잘 보여 준다.


자연을 관찰할 때 인생과 닮은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다. 삶의 60년 기준으로 15년씩 각각의 계절과 닮았다. 그래서 영원한 봄이나 영원한 여름, 가을이 없듯이 영원한 겨울도 없다. 기운이 다할 때 서서히 다음 계절로 넘어간다. 운명의 계절에 맞추어 살아갈 때, 들어오는 파도를 타고 넘듯이 역경도 견딜 만 해지고, 잘 나갈 때도 겸손해질 수 있다. 아무리 나쁜 시기도 10년을 넘지 않는다. 아무리 잘 나가도 영원할 수 없다. 단지, 수확의 계절 가을에 그 결과물은 사람에 따라 다를 뿐이지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계절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처음부터 가장 빠른 길을 아는 사람은 없다. 저자의 말처럼 거칠 것은 다 거쳐야 하고, 겪을 것은 다 겪어야 한다. 삶이라는 사계절 속에서 단기 서클은 60개월, 장기 서클은 60년이 돌고 돈다. 더 작게 60일 또는 60시간 까지 나누어 볼 수 도 있다.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히 하는 자는 긴 역경의 세월을 보내고 더 단단하고 튼튼해져서 힘차게 좋은 인생을 열어 갈 것이다.’


좋은 환경과 여건에서 문명은 생겨 나지 않았고, 고난하고 지나한 환경에 처한 이들이 맞서는 과정에서 인류의 찬란한 문명이 꽃을 피웠다는 토인비의 말을 저자는 잘 인용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드는 감정의 비용 중 근심과 걱정이 가장 걸음을 더디게 할 것 같다. 근심 걱정을 적절하게 즉 어느 선까지 할지를 조절하는 능력이 중용이라고 한다. 이는 삶의 중요한 기술이다. 삶의 연륜이 쌓이면 짐작할 할 수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중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연륜이 쌓이고, 가끔씩 불어오는 거친 감정의 파도나 외부의 바람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욕망한다. 고로 고생한다.’ 참으로 단순한 표현이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지금 괴롭다는 것은 욕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욕망은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추진력이다. 같은 현상 같은 조건에서도 분명하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이유가 욕망의 뜨거운 불을 다룰 수 있는 힘의 결과일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적당히 욕망하면 적당히 고생하는 게 삶이다. 삶의 공화국은 나라의 세금처럼 적당히 치르고 지불해야 할 고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힘을 준다. 욕망이 너무 커 힘들면 조금 줄여보고, 그 큰 욕망 때문에 생기는 고생이 견딜만하면 한번 더 밀어붙여 보라는 저자의 훈수다. 고생은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훈장과 같은 것이라는 멋진 해석을 만났다.


살아가면서, 운이 좋다는 말을 종종 생각해 본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운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운이 상승하는 사람에게는 간절함 있고, 소망을 이룰 때까지 기꺼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운을 키우고 싶다면 간절함이 먼저다. 역으로 운이 없다는 말은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고, 간절함이 없다는 것이다. 운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저자의 말처럼 열정과 동의어 같다. 열정이 소진되는 순간 성공도 사라진다. 벡터 값에 대한 예는 도움이 많이 된다. 타고난 힘이 200인 사람과 타고난 힘이 100인 사람 중, 결과를 내는 사람은 힘과 방향을 한 곳에 모으는 노력에 따른 것이다. 200을 가져도 4가지 일에 힘을 쏟다 보면, 그 힘은 50이다. 그러나 100을 가진 자가 한 가지 일에 힘을 쏟을 때 그 힘은 100이다.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를 하는 이유가 시작하는 시기가 언제이냐에 따라서도 결정지어질 수 있다. 사람의 운의 흐름에 늦은 봄과 초여름 즉 입춘을 시작점으로 12.5에서 22.5년 사이에 시작을 하면 성공한다고 한다. 이 시기는 어떻게 보면 인생 시기중 가장 힘든 고난의 시기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양식은 거의 바닥이고, 새로운 생산을 해야 하는 노력의 시절이 5월 경이다. 노력의 시작을 조금 일찍 시작하고, 간절함으로 나아갈 때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빚을 지고 태어나는 모든 인간의 인생은 빚쟁이라 삶이 고되고 힘이 드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전력을 다해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왜 사는 게 어려운가는 질문에 내 모든 힘을 무진장 써서 앞으로 달리기 때문임을 이야기한다. 보통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그 보통의 삶이 비범함을 요하는 일이다. 보통의 삶은 어딘가 한 가지 부족하고, 결핍된 삶이다. 몸이 극도로 힘들 때 신체는 신기하게도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BDNF라는 성장호르몬의 일종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맛보는 러너스 하이처럼, 삶도 고달 프지만 그때 그때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즐거운 것은 꼭 돈을 많이 벌었거나 명예를 얻어서가 아니라, 성장 호르몬이 마구 분비되는 동안에 즐거운 것일 가능성이 크다. 힘들어도 재미가 있으면 즐겁다.’

누구나 한때 빛난다. 일이 막바지에 이를 때 가장 치열해지는 자연의 섭리와 인생의 진리다.

성공이란 자신의 테마를 가지고 그 길을 걷는 자만이 맛볼 수 있다.’ 테마가 있어야 노력의 방향이 생기고, 세월의 복리 이자가 붙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 최고의 순간은 최고의 고비를 넘어설 때, 최대의 난관을 헤쳐 나갈 때라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최대의 고비를 넘긴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인생 최고의 순간은 지금 바로 현재이지만, 우리가 어떤 시간 속에 있을 때에는 그 시간을 감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타고난 대로, 생 격 먹은 대로 인생을 산다는 것이 승자다. 이는 진심으로 본인이 좋다 싶은 방향으로 삶을 영위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라고 한다. 결국, 자신의 중심에서 사는 삶이 성공한 삶이다.

‘삶이란 뒤돌아 봤을 때만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삶은 순간의 연속적인 과정이니 흐름의 와중에 있는 자는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고 한다. 아들의 밴드에서 어린 시절 모습의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면 그 시절 그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는데, 지금 이 시간도 노년이 되어 바라볼 때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들지 않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인생의 어느 계절, 운명의 어느 계절을 보내고 있다.’ 어느 계절에 살던지 분명 귀하고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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