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윤효 Oct 07. 2024

하루 한 권 독서

[오십의 말품격 수업]- 조관일

        말이 향기가 되는 사람이 있다. 꽃을 찾아 벌과 나비가 날아들듯이, 향기를 품어내는 사람 주위로 사람들이 모인다. 참으로 만나기 힘든 사람이다. 누구나 말을 하고 살지만, 멋스럽게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말공부다. 왜 나이 오십부터는 말공부를 더해야 할까?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품어 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적으로 품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말이라도 멋스럽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70이 넘어서 유튜브를 시작했고, 22만 명 이상의 구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저자는 말하는 법에 대한 현명한 조언들을 알려준다. 서두의 글에서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요소인 도리스 메르틴 박사의 인용글이 기억에 남는다. 심리 자본, 문화 자본, 지식 자본, 경제 자본, 신체 자본, 언어 자본 그리고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자본이 인간의 품격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중 언어 자본에 대한 이야기다. 대화의 양이 아니라 질을 이야기한다. 말의 품격이 무엇인지, 품격 있게 말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입으로 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통화는 대화와 막히는 대화에 대한 저자만의 조언들이 값지다. 


         품격 있게 말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화법을 말한다. 말하기의 최고 목푯 값 같다. 마음을 얻는 화법을 가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습해야 할 것 같다. 50세가 되면 언어의 격인 언격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인격과 언격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 같다. 인격이 언격으로 표현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의 품격에서는 화술보다 심술이 먼저임을 이야기한다. 심술이란 마음보부터 먼저 바르게 해야 말이 그 뒤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 꼬삐가 풀리지 않으려면, 평소 자신의 마음을 닦아 두어야 함을 알 것 같다. 관계의 기본이 대화이다. 대립이 아니라 대화가 되려면 대화지능이 높아야 한다. 티격태격이 아니라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오고 가는 형상의 모습)가 되는 대화를 할 때, 즐기는 말 게임이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인디언의 토킹 스틱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발언권을 상징하는 스틱을 가질 때 만이 말할 수 있어, 스스로 자제와 통제를 시각화시켜준다. 대화 선점의 욕심으로 통제가 안된다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상상의 스틱을 만들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중산층을 아파트나 차량 같은 물질적 소유로 기준을 삼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 소양에 가까운 기준을 말한다고 한다. 모국어 외에 다른 언어를 하나 정도 더 할 수 있고, 악기를 다룰 수 있고, 즐기는 스포츠가 있으며, 남과 다른 나만의 요리가 있으며,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꾸준히 봉사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중산층이라 부른다. 기준을 정하는 정도에 따라 사회의 품격이 달라지는 것 같다.


         품격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말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대화 시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화자의 말에 집중하며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추임을 맞추어 주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말하는 것이냐에 더 중심을 두라고 한다. 말투가 말내용 보다 더 중요하다. 대화로 상대를 춤추게 하기 위해서는 카네기 인간관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난이나 비평을 하지 말고 솔직한 칭찬을 해주어 한다. 


         이동 민족이었던 서양인들은 쉽게 타인과 말을 하지만, 농경 사회에서 끼리끼리 살던 동양인들은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대화는 어렵게 느낀다는 것이다. 저자의 조언처럼, 타인과의 대화가 어렵다면, ‘생, 일, 상, 사, 오’를 기억하고 적용해 보는 것이다. 생활상을 이야기하거나, 일에 대한 이야기, 상황이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야기 그리고 오락이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돌려 가면서 해보는 것이다. 주제가 떨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잡담과 수다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시상하부와 교감 신경의 안정, 혈액 순화, 신진대사를 잘 흐르게 하는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잘 나눈 대화 끝은 왠지 상쾌한 기분을 준다. 잡담과 수다가 품격을 갖기 위해서는 3가지 비를 생각해 두라고 조언한다. 비난하지 말고, 비밀을 누설하지 말며,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라는 것이다. 대화의 시작을 열린 질문인 개방형으로 시작할 때 그 대화가 대답으로 완성되는 거라 이야기한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법도 배울 만한 기법이다. 짧게 호흡하기, 실감 나게 이야기하기, 결전 토정 방식(두 괄시 화법으로 결론을 말하고, 뒷받침 되는 이야기를 하고, 토픽을 정하고, 상대에게 솔깃한 정보를 주자는 저자가 만든 사자성어), 자랑이나 성공담보다는 부족함이나 실패담을 이야기하기 그리고 듣는 사람이 관심과 흥미를 빨아들일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다. 


         품격 있는 유머를 구사하고 싶다면, ‘선의의 생각’이 전제되어 있어야 하고, ‘유연하게 머리를 써서 미소 짓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라고 한다. 과한 유머는 자신을 자칫 광대로 말들 수 있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과묵은 스타일, 침묵은 전략이라는 소제목도 인상적이다. 존 맥스웰의 말처럼 리더의 침묵 1분이 1시간의 스피치보다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 링컨은 유머러스한 사람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부터는 침묵을 일관했다는 일화는 배울 점이다.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로 천천히 말하기를 조언한다. 일리가 있는 조언이다. 말을 느리게 하면, 목소리가 내려가고, 정중해지고, 감정 조절이 쉬워지며, 말실수가 줄어들고, 목소리가 좋게 들릴 뿐만 아니라 말을 잘한 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대화 또한 80대 20의 법칙을 따라 보는 것도 효과적일 것 같다. 항상 100으로 웃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닌 20 정도는 정색을 해도 될 듯하다. 그래야 언제나 ‘OK’하는 실없는 사람으로 몰리지 않을 것이다. 


         코드가 안 맞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이해보다는 존중을 한다는 마음 가짐이 더 낫다고 한다. 억지로 공감하려고 감정을 쓰기보다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의지와 결단을 선택해 보라고 한다. 겸손하게 말하는 법으로 태도, 표정, 말투, 용어도 중요하고, 공을 주위로 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은 겸손에 대한 오랜 수업이다. Life is a long lesson in humility.’ 피터팬을 쓴 작가 제임스 매슈버리의 말이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으로, 말허리 자르지 않기, 진짜 잘 들어주기, 가르치지 말고 제안하기,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말하는 나 전달법을 통해 꼰대식 말투를 버리라고 조언하다. 가장 위대한 종교가 ‘친절’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책에서 소개된 <흐르는 강물처럼>의 영화 대사도 인상 깊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진정성 있는 대화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단하나인 자신에 중심을 맞추고, 내가 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중 가장 유연한 수단이 용서와 사랑이라는 것이다. 

결국, 50대 이후의 언어는 용서와 사랑이 담길 때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언격을 실천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담긴 선한 영향력을 주는 책을 만났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 한 권 독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