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또 제 탓인가요?] - 로베르트 베츠

by 조윤효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타인이 아니라 매일 자기 자신과 다투고 있다.’ 책을 펼치면서 만나는 문구는 익숙하다.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일 자체가 늘 잡다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생기는 환경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외부 세계에 대한 내면 세계의 반응, 즉 분노의 소리를 집중하여 듣는 것이다.’


책은 분노 유발자들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화를 불러내는 사람들, 화가 난 것도 내 탓, 화낸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 더 이상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마음 이야기 그리고 내 마음을 이제 나를 위해 쓴다라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분노 유발자들 중 특히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또는 같이 일하는 회사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만나는 시간이 많고,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커서 일 것이다. 이들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이고, 마음에 갈등을 많이 일으키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에게 값진 선물을 주기 때문에 저자는 ‘또라이 천사’라는 명칭을 쓴다. 단어를 보는 순간웃음이 나온다. 주위의 그 악동 같은 사람들이 또라이 이지만,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에 의해 천사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다른 사람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도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가 스스로를 화나게 만든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수십 가지의 감정 버튼이 있고, 상대가 그 버튼을 누를 때, 자판기 속 음료수 처럼 또르르 내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의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쉽다.


나와 타인 모드 내면에 덜 자란 아이가 있다. 그 내면 아이가 원초적 감정들을 드러나게 해 준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우리의 반응을 조종하고 지배하는 그 내면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게 타인의 태도에 대한 나의 감정들이다. 사람마다 ‘되돌아오는 소리’를 뿜어내는데, 이를 통해 그들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의 질과 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자신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지혜도 도움이 된다.


또라이가 우리 자신을 위해서 등장했다고 생각해 보라는 조언은 시도해 볼 만하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에서 타인에게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그들로 인해 나타나는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게 더 생산적인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이 나를 만드는 바코드가 된다. 사람들 각자가 들고 있는 바코드를 스캔해서 그가 누군지,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바코드라는 재치 있는 개념이 기억에 남는다.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인간인 우리는 항상 양면적이지만, 한쪽만 바로 보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상대의 성향이 장점으로 보이다가 어느 순간 그 장점이 결혼 후 단점으로 보일 수 있다.

머릿속으로 자신을 채권자로 만든 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피해자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의 자아상과 원하는 자아상 사이의 간극이 커진다는 것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화가 난 것도 내 탓이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사랑이 모자란 사람들이 우리다. 그래서 얼마나 사랑하고 살았는지를 유념해 두어야, 사막처럼 마른 감정의 땅을 피할 수 있다. 평화로운 삶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라고 조언하다. 타인에게 주는 에너지를 자신에게 더 많이 주고, 관심을 기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상대의 행동에 따라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결핍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조언은 상처받은 감정들을 위한 만병 통치약 같다.


‘당신이 저를 좋아하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어로 직접적으로 쏟아내지 않지만, 비언어적 표현들로 서로에게 전달하고 있다. '진짜 사랑이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내 기준에 따라 남들을 심판하는 나. 다양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해 버리면 편할 것 같다.


사소한 일에 욱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각 전환법을 잘 활용해 봐야겠다. 인생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마음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다르다.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하루하루는 나를 위한 선물로 가득하다.’ 두 표현을 입 밖으로 말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분명 다르다. 저자의 말처럼, 전자는 긴장감과 압박감 비슷한 감정이 생기고, 후자는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을 나타내는 말을 바꾸면 몸과 마음이 바뀔 수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주변의 적들이 살아지는 4단계 로드맵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를 아는 게 첫 단계다. 그 감정들도 내가 소유한 것임을 인식한다. 두 번째 단계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화가 나는지 보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그 모습이 나에게도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결국 내 안의 같은 모습을 가진 내면아이를 향한 화 일 수 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자연의 아름다움도 우리의 내면에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과거에 그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한 사람이 있었는지를 관찰할 때, 주변에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가득한 삶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가족 간의 관계는 우리 감정이 만들어지는 최초의 장소다. 부모와 맺고 있는 내면적인 관계는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아들에게 어머니란, 딸에게 아버지란,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 ‘지난 삶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할 때, 후회할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아이 또는 남편은 당연히 내 말을 더 잘 들어야 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도 된다.’라고 마음먹을 때,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낼 것 같다. 아이에게는 ‘가능하면 아이에게 놀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를 충분히 주자.’라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내 마음을 이제 나를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마음이 편해지면 편안한 사람만 내게 다가온다고 한다. 사랑스러운 눈으로 속마음을 바라볼 때, 모든 일이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끈다는 것도 알 것 같다. 미워하는 마음 대신 나를 더 사랑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함을 알려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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