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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 김수지

by 조윤효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잘하기는 어렵다. 글도 누구나 쓴다. 그러나 독자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읽기 시작하면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싶어 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산너머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은 마음이 하는 일이고, 글쓰기의 본질이 소통이라는 저자의 서두말이 기억에 남는다. 쓰다 보면 글을 독백으로 생각하면서 혼자 달리는 경우가 많았던 건 아닌지 반성이 된다. 소통을 위해서 쓰는 글이라면, 당연 독자에 대한 배려가 들어가야 함을 알 것 같다. 문학 작품이 아니라 마음을 전달하고 정보를 주는 글이라면 가독성이 높은 글을 써야 한다. 또한 글에 선의를 담아야 함을 알 것 같다.


글쓰기의 정수를 제대로 알고 있는 방송작가였던 저자의 글은 읽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보인다. 단문으로 정보를 잘 전달해 주고 있고, 어렵지 않은 어휘로 부모가 어린 자식을 위해 잘게 잘라둔 고기처럼 맛있게 글을 올려 두었다.


구름처럼 생각들이 피어나고 사라진다. 그 실체 없는 생각들을 글로 잡아 내리는 일이 글쓰기다. 일반인이 삶의 두 번째 문을 열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생활화하라는 저자 권유가 달콤하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글 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필요하다. 저자가 생각하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문해 본다.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글쓰기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욕망의 실체를 볼 수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끔 혼자 독백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왜 거울 속 자신을 보고 우울해지는지, 왜 문득 행복감이 느껴지는지...


타인의 감정과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글쓰기의 전부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생각으로 매일 분주하고, 오만 가지의 상념과 번뇌로 마음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잔잔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내가 그렇듯이... 그런 타인들에게 귀한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게 돕는 과정이 글쓰기다. 글은 문장이 아니라 생각으로 쓴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좋은 생각이 좋은 글의 전부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글을 통해 좋은 생각들을 공유하고, 서로 공유된 생각들로 지친 삶의 위안이 되고, 더 나아지고 싶도록 서로 다독여주는 게 글이 되어야 함을 알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생각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연한 것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자료를 찾고 개요를 써보라고 한다. 그리고 결론은 문제의식을 다시 언급하면서 주장을 강화해 보는 훈련을 해보면 될 것 같다. 감성글 또한 자료를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독자들에게 기운을 주는 방향으로 쓰라는 조언도 잊지 않아야겠다.


글은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함을 알 것 같다. 솔직하게 나의 약점을 드러내고, 스스로 알아차리는 고백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도덕적 승화를 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 없다는 것 또한 내게 필요한 조언이다.


장황하게 쓰지 말고,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도 말며, 단순하게 주제에 벗어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한 편의 글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일관 되게 이야기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주절이 주절이 딸린 지식들을 장식하고 싶어지는 욕심을 내려 두어야 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매달아 둔 크리스마스 트리가 매력이 없는 이유와 같다.


하나의 주제로 일관 되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키워드가 아니라 로그 라인(전체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 압축 문장)을 만들라는 것 또한 귀한 조언이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다른 사람은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이해하고, 로그 라인을 생각하며 깃발을 꽂듯이 써 내려가야 함을 알 것 같다. 장황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아는 내용이 아니라 독자들이 알고 싶은 내용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쓸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이 섣불리 문장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초고는 광인처럼 쓰라는 말은 무작정 생각들을 글로 쏟아내 보라는 말인 것 같다. 그 엉클어진 글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저자의 조언처럼 기업가의 마음으로 퇴고를 하면 된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 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책에서 발견한 귀한 인용글이다.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설득력이 있는지, 그 근거가 중요도 순으로 잘 나열되어 있는지, 분량은 적당한지 그리고 최소한의 어휘를 사용하고 있는지... 걷어내는 작업을 통해 정교화로 나아가면 된다. 일본식 표현인 ‘~적’, ‘~의’ 같은 단어를 난발하고 있는지, 외래어의 영향으로 수동이나 피동을 써서 가독성을 떨어트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어와 동사가 호응을 하고 있는지, 단문으로 일상 언어로 설명되고 있는지, 불필요한 접속사를 빼고, 부사의 70%를 빼보고, 유행하는 단어도 빼고, ‘~것이다’라는 표현도 뺀다. 그리고 한글 표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어로 표현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 글들이 이런 금기 사항들을 잔뜩 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감동을 담기 위한 노력이 필수가 되는 게 글쓰기다.

글쓰기는 생각과 마음으로 하는 일이다. 걸맞은 마음 가짐을 갖추고 쓸 때와 아닐 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착하지 않은 사람이 이타적으로 쓰는 법으로 가장 가치 있는 정보와 아름다운 정서를 글 안에 담아내려는 노력이라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저자의 글쓰기 노하우는 그의 바람 데로 가치 있는 정보로 가득하다. 하나의 조각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가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새 도구를 얻은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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