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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블랜디드]-마이클혼, 헤더 스테이커

by 조윤효

공장식 건물에서 상품을 찍어내는 교육은 이미 유행 지난 옷이다. 나이대 별로 묶어 학년을 지정하고, 한 명의 담당 교사에게 학생들을 배정하여, 가르치는 일과 시험을 표준화하는 과정이 학교다. 보편적 진리와 사회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학교 교육이 개인들에게 가랑비가 옷에 스며들듯 젖어든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생각들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고 길들여진 것들이다. 늘 함께하는 휴대폰 때문에(?) 정보를 무조건 암기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가 떨어졌다. 어느 순간 전화번호를 암기하지 않아, 숫자를 외울 힘이 약해지고, 내비게이션이 데려다주는 데로 운전하다 보니 길눈도 떨어진다. 사회 변화는 크게 요동 치는데, 교육의 진전은 더디다. 속도의 부조화는 추락하는 개인을 만들어 낸다. 사회 부적응이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이, 사회가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개인을 배려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 혁신에 대한 효과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한때, 아이패드나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게 반짝 혁신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결과가 기대를 넘지 못해 조금 움츠러든 상태다. 저자가 제시하는 블랜드 러닝은 학교 건물에서 학업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온라인 학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교사만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온라인도, 학생도 서로 가르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배우는지를 배우고 있고,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가르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종이로만, 교사의 강으로만 학교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념이 유행 지난 철학처럼 느껴진다.

교육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공교육의 덩치가 너무 커 움직임의 시간은 느리다. 세상과 아이들을 향한 희망이 변하고 있지만, 학교들은 여전히 발 빠른 변화에는 더딘 것이 현실이다.


책은 블랜드 러닝에 대한 안내와 교육 혁신을 위한 조직 구성, 학생의 동기 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온, 오프라인의 학교 환경 안내와 실례를 보여주며, 블랜드 러닝의 다양한 모델을 소개한다. 소개된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하고, 문화를 만들어 공교육의 성공 방법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 준다.


학교라는 곳이 개인의 성공적 삶을 위한 목표를 둘 때, 방향아 달라진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만이 원인이 되어 병들어 죽는 사람도 있다. 넘쳐나는 곳에서는 물건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권태로움으로 삶의 생기가 없다. 하지만, 모자라는 곳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긴장감으로 삶은 어둡다. 지나친 빛과 지니 친 어둠을 적당히 조절하는 역할자가 공교육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어가면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모든 아이를 학교와 인생에서 성공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각각의 학생이 가진 니즈를 위해 교육을 학생에게 개별 맞춤화가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오늘날의 학생은 학생 중심의 학교 시스템이 필요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개별 맞춤화 학습을 위해서는 역량기반 학습이 필요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지식 습득, 응용, 창조, 역량이나 성품을 포함해 주어진 과제의 학습 목표를 성취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시긴 기반 학습보다는 개인 성장의 결과가 다르다. 블랜디드 러닝이 개별 맞춤화 학습과 역량기반 학습에 동역을 불어넣는 엔진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시간이 지나 학년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학습 역량 속도에 맞게 제대로 올라간다면, 빠르고 느림은 있을 수 있으나 마라톤처럼 누구난 성공적으로 인생완주가 가능하다. 개별 맞춤을 위해 학생 대 교사 일대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 온라인 학습을 잘 이용해 개별 맞춤화와 접근성 그리고 비용절감은 가능하다.


2010년 블렌디드 모형 학교 이야기는 흥미롭다. 한 교실의 아이들을 3 모둠으로 나눈다. 1/3 학생들은 담당교사를 만나 학습하고, 1/3 학생은 보조 교사와 함께 학습한다. 나머지 그룹은 개인 컴퓨터에서 혼자 공부한다. 30분씩 90분간 동일한 순환 수업을 하루에 시행한다. 작문, 수학, 과학 학습에서 더 높은 성취를 보여준 결과는 놀랍다. 2011년 61%의 학생들이 기본학력 이하였다면, 2012년 에는 91%의 학생들이 능숙 또는 월등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블랜디드 러닝이란 학교라는 공간을 유지하고, 학생의 온라인 학습을 위해 교실에서 교사가 직접적으로 돕는다. 교사는 학습을 촉진시키기 위해 학습자에게 적절한 인지적 도움과 안내를 제공하는 전략자 역할도 함께한다. 학생은 시간 일정에 따르는 학교 현장에서의 학습이라는 요소를 함께 갖는다. 물리적 학습장소와 온라인 학습이 함께 병행하는 게 블랜디드 러닝이다.


블랜디드 러닝으로는 순환모델(스테이션 학습, 랩 순환 학습, 거꾸로 교실 학습, 개별 문항학습)과 플랙스 모델, 알라 카르테 모델 그리고 가상 학습 강화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순환모델의 4가지 형태 중 스테이션 학습은 진행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국어 수업의 경우 소그룹은 교사가 가르치고 있고, 다른 그룹은 책과 오디오 책을 가지고 스스로 읽기를 진행하며, 나머지 그룹은 읽기 능력을 점검받는다. 랩 순환 학습은 스테이션 학습과 비슷하나 학생들이 랩실로 이동하는 수업 비중이 25% 정도 된다. 랩실에는 보조 교사가 상주하는 시스템이다. 개별 순환은 하루 스케줄이 개인별로 다르다. 매일 수업 후 학생들이 친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서 각 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수업과 자료를 다음날 제시하는 수업이다.


플랙스 모델 수업은 온라인, 개인지도, 소그룹 토론이 있지만, 면대면 학습사이를 번갈아 가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일률적 학생 책상이 아니라 테이블, 쿠션, 컴퓨터 작업대로 교체한다. 유동적인 작은 단위의 조합으로 학생들은 학년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업 준비도에 따라 모둠 편성이 이루어진다. 디트로이트의 한 학교가 시행했던 이 방식으로 71%가 독서에서, 61%가 수학에서 학년이상의 성취를 보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보편적인 알라카르테 모델도 인상 깊다. 학교에 다니면서, 기존 방식으로 수업을 듣지만, 온라인만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목이 있다.


가상학습 모델은 필수 면대면 학습 기간을 제공하고, 그 외 다른 학습은 원하는 어떤 장소에서든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학습 과정이다.


미래학교는 장차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그들이 살게 될 세계에서 유능한 창작자와 혁신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을 개발하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 학습 내용과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학교는 대신해서 다른 핵심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이 간다. 이로 인해 학교는 시간, 공간, 자료가 부족했던 비 교육 분야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학습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교육 분야를 학교가 잘 이끌어 줄 때, 학교라는 틀은 새롭게 탄생할 것 같다. 음악, 체육, 미술 그리고 독서 토론과 함께 성장을 조언해 주는 멘토링 교사가 있는 곳이 진정한 배움의 장소가 될 것 같다.


학교가 학생의 관점에서 올바른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학생 주도성이 필요하고, 개별 완전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실행 가능한 테이터와 신속한 피드백에 대한 접근성이 필요하고, 학습 목표의 명확성도 있어야 한다. 개별 독서 시간이 필요하고, 의미 있는 학업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하며, 멘토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긍정적인 단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미래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블랜디드 러닝은 팀 스포츠와 같다. 의식적 노력으로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내고, 전진, 변화, 유보를 위해 무엇을 할지 실행해 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읽어 가면서 지금 학원에서 실행하고 있는 국제반 구성과 비슷해서 마음이 놓였다. 고급 레벨 아이들에게 개개인별 학습진도가 있고, 특정 과목을 온라인으로 선택해서 듣게 하고, 원어민이 개인별로 돕는다. 온라인 수업 후 시험이 있고, 자신이 들었던 과목에 대해 요약해 보고 영어로 말해보는 과정은 학생 중심의 수업 중 하나다.


학교 교육에 대한 대안을 주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책이다. 앞선 교육이 앞서가는 인재를 만들어 낸다. 휴대폰이나 패드 같은 기계가 일상인 삶이다.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선입견의 안경을 벗고, 어떻게 더 효과적 성장의 도구로 써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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