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템플스테이, 첫날

명상과 요가, 저녁 공양까지

by 고은

"낙산사 템플스테이 가려고. “

"헐... 나도 갈래."


친구를 따라 1박 2일로 낙산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인턴 퇴사 후 진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던 터라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템플스테이 당일 오전 11시 20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에 올랐다. 한 시간은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분명 도착할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1시간 55분이 이렇게 길었나. 엉덩이가 근질거렸다.


버스에서 내려 근처에서 쌀국수를 먹고 낙산사까지 걸어 올라갔다.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려 날씨가 안 좋을 줄 알았는데 파란 하늘이 보였다. 날씨가 좋다 못해 더웠다. 생각보다 쨍한 햇살에 친구와 덥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여기가 맞아?"를 외치며 올라간 곳에 황토색 지붕과 흰 벽의 건물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신식 건물이었다. ㄷ자 모양 건물 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낙산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뒤편에 어울리지 않는 호텔 공사장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1층 사무실에서 체크인을 했다. 친구와 따로 신청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같은 방을 배정해 주셨다. 상의, 하의, 베개 커버를 받고 오리엔테이션 전까지 방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잠시 쉬었다. 바지가 통풍도 잘 되고 움직이기 편했다. 방 안에는 매트, 이불, 베개 등 침구류와 옷걸이, 작은 탁자가 있었다. 탁자 위에는 사찰 관련 책 몇 권과 탁상시계가 놓여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도 3개 정도 있었다. 창문을 열어보기도 하고 화장실 구경도 했다. 건물 안은 깔끔했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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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으로 가서 템플스테이 일정표를 받았다. 일정이 알차서 기대가 됐다. 사찰 예절 안내를 받으며 템플스테이의 기본예절과 스님 말씀을 들었다.


명상하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여자 기준으로 오른쪽 다리를 왼쪽 위에 올리고 오른손이 위로 오게 한 뒤 엄지를 맞대고 배꼽 앞으로 가져오면 됐다. 자세를 잡고 눈을 감자, 온갖 생각이 밀려왔다. 스님께서 명상은 생각이 들어오면 '생각이 들어왔다.'라고 인지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자꾸 잠이 왔다. 고작 3분도 버티지 못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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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사찰 탐방을 했다. 사천왕문, 반일루, 응향각, 7층 석탑을 지나 해수관음상으로 걸어갔다. 해수관음상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햇빛에 지친 터라 시원한 음식에 자꾸 눈이 갔다. 속세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가게 옆에 타종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종을 울리고 커다란 종을 안았다. 차가운 감촉과 함께 종의 울림이 가슴팍에서 손끝까지 전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보타전이었다. 1,500여 개의 관음상을 보며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새벽 예불을 안 드리려고 했는데 어느새 욕심이 생겨 친구와 4시 반 예불을 드리기로 했다. 3시 예불도 있었는데 그건 너무 무리였다.



6시가 되어 저녁 공양을 했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사람처럼 먹었다. 하얀 쌀밥에 두부, 청경채, 콩나물 등 건강한 음식이 가득했다. 이게 바로 저속노화 식단 아닐까. 특히 청경채. 아삭한 청경채에 칠리소스가 뿌려지니 예상치 못한 달콤함과 매콤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건강한 밥상으로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집에 돌아가면 이렇게 먹어야지.


식당 문 오른쪽에는 무료 커피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가 있었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을 뽑아 지나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아까 가보지 못했던 홍련암도 가고 주변을 돌다가 8시에 예약한 요가를 위해 후다닥 숙소로 돌아갔다. 초행길인데 날도 어두워져서 긴장됐다. 시간도 촉박해서 열심히 걸었다. 친구가 중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밤이 돼서 전기가 끊겼다는 무서운 말을 했다.



요가는 목요일에만 진행됐다. 10년 만의 요가라 굳어버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까 걱정됐다. 벽면에 있는 창문을 활짝 열고 수업을 시작하자 바깥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찌뿌둥한 몸도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아 진짜 너무 아프다.'

"이 자세 아프시면 골반 틀어지신 거예요."


순간 뜨끔했다. 오른쪽, 왼쪽 다 아픈데 골반이 양쪽 다 돌아간 걸까. 그럼 어떡하지. 사바아사나 자세에서 선생님께서 내 어깨를 손으로 꾹 눌러주셨다. 시원한 느낌에 잠이 솔솔 왔다.


흐물흐물해진 몸으로 113호에 돌아와 씻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개운한 느낌. 문득 초등학교 2년 동안 요가를 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사실은 키가 작아서 시작했지만 그때 배운 요가는 성인이 되어서도 도움이 됐다. 다시 요가원에 다녀볼까. 근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지금 나는 자진 퇴사한 백수였다. 중학생 때 갔던 요가원을 검색하며 폰을 만지작거렸다. '나중에 가자.' '나중에 언제?' 복잡해진 생각을 밀어내듯 요가는 잠시 2순위로 미뤄두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3단으로 접힌 매트를 펴고 이불과 베개를 폈다. 매트가 딱딱하고 무거웠다.


"4시 반 예불이면 몇 시에 일어나야 하지?"

"3시 반 어때?"

"후... 가능할까?"


9시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어찌어찌 잠들었는데 10시에 눈이 떠졌다. 잠을 이렇게 간절히 바란 건 처음이었다. 친구는 11시에 깼다가 새벽 2시까지 폰을 했다고 했다. 결국 둘 다 수면 부족 상태로 3시 반에 일어났다.


"후움..."


매트에 앉아 졸린 눈으로 한숨부터 쉬었다. 정말 다시 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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