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février 2024 , rue de Milan 75009
오늘 매니저에게 한 말들
1. 못하겠어요-> 그럼 한 번 해볼게요
2. 잘 모르겠어요 -> 제가 조사해보니 A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B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 저는 지금 길을 잃은 기분이 들고 다음 스텝이 불확실합니다 당신 또는 다른 전문가의 정확한 코칭/가이드가 필요합니다.
4. 회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혹시 제가 참여할 수 있는 다른 프로젝트나 미션이 있나요?
5. 지금처럼 이렇게 프랑스어로만 프로젝트를 하고 싶습니다.
6. 인턴 계약을 연장하고 싶습니다.
또는 현재 계약 종료 후 제가 지원할 수 있는 오픈 포지션이 있나요?
(6번을 말할 때에는 당당하게 요구하는 척.....했지만 사실 손을 트랙터마냥 덜덜덜덜 떨었다)
그러고 나서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주로 teletravail(재택근무) 해도 큰 무리가 없는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다.
뭐 출근/근무 시간을 일일히 보고하지도 않고, 비교적 프리한 분위기를 가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가 보장되었지만 내가 나대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기에 며칠 전부터는 최선을 다해서 뽕을 뽑고 있다. 그리고 재택을 하지 않고 일부러 회사에 나와서 카페테리아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직장인으로서의 혜택을 뽕뽑기 위해, 내가 하는 행위들은 다음과 같다.
1. 일부러 회사 나가서 아침에 동료들 지나갈 때 안부묻기 ça va? tres bien-
2. Slack에서 동료들 프로필 보고 커피챗 신청해서 무작정 프리토킹하기
3. 원래 알고 지내던 인턴 동료 중에 착한 친구 하나 붙잡고 나랑 불어로 얘기해 달라고 붙들어매놓기 (알제리 출신 친구인데, 자기도 외국인으로서 불어를 배워 서 내 상황을 잘 이해한다며,, 내 엉망진창 불어 다 들어주었다...)
이러다가 오늘 아침에는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여자애가 대화하는 걸 좀 엿듣게 되었다
근데 갑자기 그 중에 하나가 자기 한예종으로 교환학생을 간다고 하는것이다!
그때부터 내 귀는 당나귀 귀가 되었다
"한국 여자애들은 너무 귀여워..목소리도 너무 귀여워" 라고도 하고... 들으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들의 모든 대화가 끝나길 기다리는 내내 심장이 콩콩콩콩 뛰면서 어떻게 말을 걸까....
드릉드릉 준비를 했다.
2시간 후........그들이 드디어 자리를 뜨려고 하자.......
그 아이 팔을 대뜸 붙잡고 je vien de la Coree...!!! 하니깐 눈이 다섯 배로 커지던 그녀...!!
c'est vrai?!!! 라면서 우리는 테이블을 엎을 뻔했다
그날부로 우리는 링크드인을 교환하고 다음주에 밥을 한 번 먹기로 약속했다...
4개월차 쯤 되니 이 모든 대화와 설명을 번역기 없이 해낼 수 있게 되는구나
작년이라면 이런 용기는 없었겠지
내 용기를 만들어준 수많은 쪽팔림과 차별과 불친절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