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

by 레미

최근 1~20년 사이는 급격한 격동과 변화의 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1~2천년 동안 인류가 쌓아왔던 기술력을 계속해서 상회함은 물론이요, 오랜 세월 인류가 믿어왔던 가치관마저도 쉬지 않고 바뀌고 변화하는 시대다. 과거에 우리가 당연시하며 여겨왔던 가치관 또한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그만큼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했다.

과거 리더의 덕목은 솔선수범(率先垂範)이었다. 지도하는 데서 먼저 모범을 드리우는 것으로써 남보다 앞장서서 행동하여 몸소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역사상 많은 솔선수범형 리더들이 많았으며 오랜 시간, 지도자의 필수적인 덕목이라 여겨졌던 가치관이다. 그러나 현 시대에 과연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사장이 새벽부터 나와서 앞장서 일하고 늦은 밤까지 계속 일한다 생각해보자. 조직에게 당장 이로울지 모르나 이는 부하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의 악순환이다. 현 시대는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아닌, 적당히 늦게 나왔다가 빨리 사라져주는 그런 좋게 말하는 융통성 있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리더가 오히려 인기있는 시대다. 공동체를 위해서는 그래도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필요하지 않냐는 이론에도 그리 동의는 못하겠다. 사장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면 부하직원들은 ‘사장보다 더 일찍, 사장보다 더 늦게’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 뭐가 좋다고 그곳에 오래 있으면서 성심을 다해 일하겠는가. 구성원이 자꾸 떠나고 싶어하는 조직이 건강한 경우는 없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은 어떤가? 세상일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으로, 불을 때면 연기가 날 수밖에 없듯이 실제 일이 있었기에 말이 생긴다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가짜 뉴스가 너무나도 많다.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대중들의 입맛에 맞춰 소위 괜찮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만 있으면 사실 여부를 떠나 바로 보도해버리는 언론의 행태가 문제이겠지만, 우리들 또한 사소한 잡담 가운데 그 얘기 들었냐는 얘기의 대화 소재로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대화를 즐기는 경우가 흔하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는 것은 현 시대에서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은 언제나 정답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과거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지동설 또한 당시에는 로마 교황청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다면서 포기를 종용하였지만 지금은 어린아이도 아는 진리이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설(說)은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의식 수준 안에서의 지식일 뿐, 영원불멸한 진리가 아니다.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계속 더 뛰어난 두뇌의 과학자들이 생겨나서가 아닌,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지식이 쌓여가며 가능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기 신념을 꺾지 않는 사람. 미안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철저하게 혼자이길, 한 가정의 가장이나 한 공동체의 수장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급변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는 항상 배워야 하며, 자기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항상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이 한 가족을 책임지고, 한 공동체를 이끌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신념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질 말아야 한다. 결국 문제는 고집이다.

이 시대는 바람이 불어오든 말든 남산 위의 철갑을 두른 소나무처럼 고집세게 버티는 사람들이 아닌, 바람이 불면 갈대처럼 흔들리면서도 밑의 중심은 잡고 그 시대에 맞게 순응하고 변화하는 그런 사람들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