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 향긋하고 쌉싸름한 독특한 향기의 음료는 이제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목이 되었다. 이제 여러 프랜차이즈의 커피 전문점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개인카페를 차린 사람들까지 합쳐지며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카페가 많다. 심지어, 카페 관련 업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파는 일이 굉장히 흔해졌다. 그만큼 커피는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의 동반자의 위치를 확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대부분’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거나, 마신다 해도 가끔 마시지 특별히 찾지는 않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나도 그 중 하나이다. 건강 문제로 카페인이 몸에 잘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여러 커피들마다 고유의 향이 있고 독특한 맛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 나로서는 찾아마시고 싶을 만큼의 매력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매일 커피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이유를 못 느꼈을 뿐이다.
나의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커피를 즐겨 마신다. 게다가 아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원두로 로스팅하는 카페를 골라 찾아다니면서 즐기는 일종의 커피 미식가들이다. 커피 한 잔을 위해 차로 30분을 타고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일할 때도 커피를 끼고 있고, 식사 후에도 좋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카페를 찾아가서 마신다. 일종의 커피 동호회같은 수준이다. 대신 식사에는 큰 돈을 쓰지 않고 웬만하면 근처에서 대충 때우는 것을 선호한다.
반대로 나는 커피를 누군가 사준다 해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마시지 않고, 너무 피곤할 때나 이럴 때 일종의 각성제를 대신하는 용도로 마시기에 일주일에 한 잔도 채 마실까 말까이다. 대신, 좋은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하는 편이다. 모든 동물의 힘의 원천은 식사이며, 하루 컨디션이 식사에 달려 있다고 믿는 나의 생활 패턴이다.
식비에 버금가는 돈을 커피에 쓴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들 또한 지나칠 정도로 커피를 마시지 않고 투자하지 않는 나의 삶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삶이고 취향이고 인생이니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의 삶의 방식과 내가 다를 뿐이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커피를 안 마실 수가 없게 되었다. 다들 아침부터 카페들을 전전하여 모닝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다니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 되어 버렸으니, 나 또한 직장 동료들끼리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같이 어울리고자 커피를 마시러 같이 여러 곳을 다녔다. 그 와중에 꽤 매력적인 커피를 파는 카페도 많이 알게 되었고, 다음에 가족들과 다시 함께 방문하고픈 장소를 픽할 수도 있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래도 꽤 유용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시간은 길지 못했다.
어떤 물건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물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물건으로 인해 파생되는 어떤 효과로 인해 구입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그 소비형태를 좋아할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구입하는 것이 다른 동료들에게는 그날 하루의 신체 컨디션과 정신적 리듬을 이끌어주고 기호품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키는 시간이었다면, 나에게는 그냥 동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어울리려고 투자하는 시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음료를 위해 불필요한 지출이 이어지고, 근처에서 아무 메뉴로든지 가볍게 때우는 걸 좋아하는 동료들의 식사 패턴으로 인해 식사가 점점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자, 결국 어느 시점에서 나는 결단을 내렸다.
다들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텀블러를 챙기고 어디 갈까 얘기하는 그 모임에서 이제 조용히 빠졌다. 가서 마시든,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와서 마시든, 나는 그 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러 갈 때도 굳이 같이 꼭 나가지 않고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쉬는 것을 택한다. 싫어하거나 내키지 않는 일을 무리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자체판단이다. 꼭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하는 목적만으로 마시기 싫은 커피를 위해, 또는 먹기 싫은 식사를 위해 어떤 자리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른 동료들과 소속이 다르고, 업무도 약간 다르기는 했는데 그런 모임마저 참여하지 않자 자연스레 사무실 안에 일종의 무인도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왜 같이 안 가냐고 몇 번 권유하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팀을 이뤄 조용히 빠져나간다. 사무실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동료들간의 사이가 어색해지지 않냐고?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동료들이 싫어서가 아니었으니까 괜찮다. 다른 일적인 부분에서는 언제나 동료들과 화합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최선을 다해 협력하다보면 인간관계는 업무에 지장없을 만큼은 충분히 유지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무인도가 될까봐 꺼려져서 내키지 않는 자리에 억지로 참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관심이 없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살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만 참여할 수 없고, 불가피하게 원치 않는 모임에 참여해야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자신이 고를 수 있다면 크게 필요치 않은 자리는 단호히 자르든, 에둘러 거절하든 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이다.
낮이나 밤이나 할 것 없이 카페에 사람들이 많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정말 커피를 다들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비용을 내고 있는 걸까. 혼자 무인도에 있게 될것 같아 조직문화에 휩쓸려 따라나서면서 원치 않는 소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저 중에 없을까. 비단 커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참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정작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