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1(부러움을 동반한)

나무로 된 풍경, 6550

by 언젠간 노르웨이

때는 2001년. 시골 초등학교에서 전산보조(계약직) 업무를 했다. 그 초등학교에는 2000년도에 전산보조 업무를 하다 2001년에는 방과 후 컴퓨터 강사를 하게 된 나와 동갑인 친구가 있었다.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아야 하는 나와 달리 그 친구는 농촌에서도 제법 여유 있는 집의 딸이었다.

그 당시 아빠가 사준 흰색 신형 아반떼를 몰고, 가격이 제법 나가 보이는(어디까지나 내 기준) 옷들을 입고 출근을 했다. 출근할 때 친구가 주차하러 학교 뒷마당으로 차를 몰고 올 때면 더러 운동장의 흙먼지가 날리기도 했다.

날이 건조할 때는 먼지가 조금 더 날렸는데 뿌연 그 흙먼지조차도 내 마음 한 귀퉁이에서는 부러움을 자극시키는 불쏘시개가 되었다.

어딘가 늘 주눅 들어 있고, 자주 긴장해 있던 나와 달리 그 친구는 항상 밝고 사람들과 명랑하게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친구에 대한 기억이 그냥 미움이나 시샘으로만 끝났다면 내가 두고두고 친구를 떠올리진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꼈을 때 당차 보이고 나보다 훨씬 나은 환경을 가진 친구였지만 나를 만만하게 본다거나 함부로 대하진 않았다.

시간이 나거나 돈이 있을 때는 가끔 내 기준에서 과해보이는 커피를 사 주기도 했었고, 차를 몰고 내가 버스로 가기 번거로운 곳에서 음식을 사주기도 했었다.

나도 내 나름의 성의를 표하기 위해 시내 맛집에서 과하지 않는 식사를 사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친구가 늘 조금 더 베푼 것으로 기억된다.

일을 마치고 잠깐씩 나누는 그 친구와의 대화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20대의 고만고만한(크고 작은) 얘기였다고 생각되지만 그때의 우리에게는 꽤나 심각한 고민이었다.



얘기가 자꾸만 다른 길로 빠지는 느낌이 있어서 여기서 댕강 /



아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 친구의 차에 있던 연한 갈색의 나무로 된 풍경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는 1년을 함께 일하고 또 각자 다른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씩 연락도 하고 만나기도 했다. 만나면 진지하게 서로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공격의 의도가 있는 얘기들은 거의 하지 않았던 거 같다.



2003년 봄이었던가(정확한 시기가 기억이 나지 않음) 내 남동생이 친구와 같은 차종의 검은색 차를 중고로 샀다.

동생이 6개월쯤 몰고 군대를 가서 그 기간 동안 내가 동생차를 운전하게 되었다.


차가 내 수중에 들어온 순간 나는 친구의 차 룸미러에 달려있던 풍경(연한 갈색의 종 아래에 귀여운 물고기가 달린 원목 재질의 풍경)을 나도 꼭 달고 싶어졌다.


똑같은 걸 사야 하니 친구한테 정확히 묻긴 그랬다. 나의 질투심 내지는 지나친 부러움이 그대로 드러나면 안 되었기에.


남동생이 운전하고 다니라고 한 뒤 얼마쯤 후에 나는 친구를 만난 김에 차에 있는 풍경을 어디서 샀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니 거 좀 색다르게 보여서 비슷한 거 사고 싶어서 그런다고 얘기했다.

친구는 관광기념품 파는 곳 어느 곳이든 다 팔 거라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 주 어느 날이었다. 난 일을 마치고 서투른 운전으로 천마총 정문 앞 주자창에 차를 세우고 그 주변 관광기념품 가게(내 기억엔 기념품 가게가 두세 개)를 순서대로 다 돌았지만 나무로 된 풍경은 별로 없기도 했지만 그 친구 것과 똑같은 것은 더더구나 없었다.

나는 왜 그랬는지 마음을 명확히 얘기할 순 없으나 꼭 그것이어야만 했다.


다시 어설픈 운전을 해 불국사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도 한 세 개(20여 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어렴풋함) 정도의 관광용품 가게가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도 난 정말 열심히 내 친구의 풍경과 똑같은 풍경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 기웃거리며 탐색을 시도했다.

제법 큰 가게에도 청동이나 금속류의 풍경은 많았지만 나무로 된 풍경은 손에 꼽을 만큼 있었다.

내 눈에는 친구의 것보다 더 예쁜 것도 보이지 않았고, 그것과 똑같은 것은 여기에도 없었다.


해는 지려고 하고 좀 어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석굴암 입구에 있는 관광기념품 가게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데 나의 그 질투심을 더한 부러움은 기어코 석굴암 입구로 나를 향하게 만들었다.


초보운전자가 불국사 입구에서 석굴암을 간다는 건 지금 생각해 봐도 고난도이다.


구불구불하다가 꼬불꼬불하기도 한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로 옆엔 낭떠러지도 있어 운전하기가 겁이 났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곡선이 심하게 난 그 도로는 그 당시에는 도로 가장자리에 개나리였던가 꽃나무들이 군데군데 무리를 짓고 있어서 운전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중간에 돌아오려고 해도 운전이 어설펐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 꼭 친구와 같은 걸 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석굴암 입구에 가니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하고 나는 입구에 있는 작은 기념품 가게에 서둘러 들어갔다.


해가 지는 반대 방향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주변이 더 빨리 어두워지는 듯했다. 가게 주인도 이제 정리하고 퇴근하는 분위기였고, 물건을 고르는 사람도 없었다.

가게 주인이 얘기했다. "뭐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

내가 얘기했다. "아~ 예 한번 둘러볼게요~"

'아 이번엔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마음을 졸이며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나지막한 천장에 원목으로 된 풍경이 몇 개 있었고, 내가 그토록 찾던 내 친구의 것과 똑~같은 풍경이 보였다. 내 맘은 잠깐의 높은 기쁨과 그 뒤는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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