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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분재생활

작은 은행나무 숲

by my golden age

은행나무 합식


분재라고 하면 고급 취미라는 인식이 있다.

사실 그렇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비싼 나무들도 있고

회장님들 중 취미로 분재 모으시는 분도 계시다고.


나는 분재란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라 생각한다.


사진은 모두 Pacificbonsai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옴


요즘 SNS를 에서 분재들을 보면

보는 눈은 끝없이 높아진다.

중국, 동남아분들이 분재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고

서양에서는 이미 고급 나무로 인식이 되어있다.

특이하게도 남미에서도 변형된 분재가 유행인 거 같다.

지역별로 분재 종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사이‘ 원조국인 일본

세계로 뻗어나가게 관리를 잘한 거 같다.


의외로 남자분들이 분재를 많이 배우신다.

난‘ 키우시는 분들도 많듯이

해송 같은 멋있는 나무를 붙잡고

다듬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취미로 하면서 모든 나무를 밑둥이 굵고

몇십 년 이미 키워져서 모양이 잡힌

고가의 나무를 구입할 수는 없다.

가격뿐만 아니라 키우는 맛에 있어서도

아기 나무일 때부터 키워서 성장시키는

보람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고

좀 키워져 있는 나무를 가져와서

내가 이어나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합식으로 해보았다.

은행나무도 잘생긴 나무가 많지만

자작나무숲이나 은행나무숲처럼

어린 묘목을 수백 그루 갖다 심어놨는데

30년이 지나고 보니 숲이 되었다는 곳들이 떠올랐다.

나도 숲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합식을 선택했다.


2023년 3월 31일


가냘픈 어린 은행나무 중에서

어울린 만하게 몇 그루 골랐다.

사실 ’몇개‘라고 하는 게 어울릴 듯하다.

시작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무들로 심었으나

몇 달 지나니 아주 근사해졌다.




합식을 할 때에는 화분에 심는 난이도가 좀 높다.

나무 하나하나를 철사로 엮어서 잘 세워야 한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잔뿌리를 조금씩 두고

뿌리밑을 댕강댕강 잘라준다.


그리고 Rooting Powder를 물에 풀어서

분을 통째로 물속에 담가주었다.

식물 뿌리 발근 촉진제이다.

살아남을 확률이 확 올라간다.


사실 다양한 영양제와 호르몬제가 있다.

냉해를 입어서 순이 나오지 않을 때에도

영양제를 희석해서 1주일 간격으로

스프레이로 뿌려주면 순이 나온다.

인간이 만들어낸 대단한 약품들에 박수를 보낸다.


너무 가냘픈듯하여

흙 위에 생명토를 얇게 펴 바르고

이끼를 덮어주었다.

왠지 따뜻한 이불까지 덮었으니

안전하게 건강하게 잘 자랄 거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무 중

비용이 가장 저렴하게 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채로

여름 내내 신경을 쓰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2023년 6월 8일

두 달 열흘 만에 이렇게 무성하게 잎이 나고

키도 커졌다.




너무 잘생겨졌다.

키가 큰 거 같아서

가지 자르기를 하였다.

아래쪽 가지들은 키를 키워야 해서 그대로 두고

위쪽만 잘라주었다.

키 큰 가지를 자르면

아래쪽에서 잎이 또 무성하게 나오는데

은행은 다른 나무에 비해서 좀 덜 나오는 거 같다.



4월 5월 새순이 나올 때는 아무 데나 뚝 자르면

그 자리에서 가지가 또 나온다.

6월에 가지 자르기를 하면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아서 길이를 줄일 수 있다.


잎이 많이 달려있는 가지는 잎을 2-3개 남기고

나머지는 다 잘라버린다.

3주 정도 지나면 몸통이나 가지를 잘랐던 곳에서

다시 새순이 난다.


자세히 보면 가지를 댕강 잘라서 잎이 없는 가지도 있다.


6월 이후 여름동안 손대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가을이 되면서 노란 은행잎으로 물들어 가는 걸

감상하면 된다.

난 단풍나무 종류를 좋아하는 거 같다.

단풍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어떤 품종을 가져올까 계속 보고 있다.

가을에는 은행나무 단풍나무가 기본이지.


2023년 9월 1일

잎이 더 진한 초록색이 되어있다.

풍성하게 덮여있는 이끼를 제거하고

비료를 교체해서 새로 꼽아주고

철사를 전부 다 제거하였다.


이제 편하게 지내길



이 즈음에 분재원은 철쭉이 만발이었다.

철쭉도 분재로 많이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철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봄이 되면 온 동네에 철쭉이 너무 많이 펴서

찐 분홍색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거부감이라고나 할까.


일본 철쭉은 종류도 다양하고

색상도 다양하고 꽃모양이 조금씩 다르다고

분재쌤이 철쭉을 권하신다.

아직 철쭉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못하던 차에


철쭉이 만개한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록가지가 안 보일 정도로

꽃으로 꽉 찬 모습

너무 아름답다.




2023년 6월 2일의 모습이다.

왼쪽의 진한꽃은 만개한 상태

오른쪽의 연한 색 화분은 아직 피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 주쯤에 만개할 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다음 주


2023년 6월 8일

꽃은 죽처럼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충격…

너무 슬프다.

꽃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잠시…

꽃을 보면서 사람의 인생도 보는 듯하다…

예쁜 거 하나 소용없다… ㅎㅎ

다 한때일 뿐…





대학교 시절, 찬란한 계절

목련꽃 화려하게 만발한 교정

중간고사를 보는 일주일사이에

봄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바나나 껍질처럼 누렇게 변해

아스팔트에 눌어붙어있는

목련꽃… ㅠㅠ

그래서 나는 목련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꽃은 시들 때 그냥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작은 꽃이 좋다.


그러고 보니, 목련나무도 분재가 있을까.

자목련이라면… 관심이 간다.

이화여대 교정의 자목련

학생 때는 학교 땡땡이가 전문이었으나

나이가 드니 교정의 나무가 그립다.



-즐거운 분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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