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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분재생활

어쩌다 분재를 시작하게 되었냐고요?

by my golden age


후배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짜고짜 언니 분재 오라고 하길래

분재?

내가 생각하던 분재는 이런 나무였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pacificbonsai 에서 가져왔어요.



사실 주변에서 분재를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분야라

그런 게 있어? 분재를 배울 수가 있어?

그렇게 얼떨결에 따라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나무에 투자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사서 읽어본 적이 있고

부모님이 전원주택에 사시면서

송백류, 과실수 너무 많이 심으셔서

우리 가족의 대화 속에 늘 함께 하는 “나무”


엄마의 정원



원데이 클래스에서

분재에 대해서 쫘르륵 설명해 주시는데

바로 끌림을 느꼈다.

분재원에 들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꽃나무들은

보는 거 자체로 큰 힐링이 된다.

계절에 따라 꽃피고 열매 맺고 과일이 익어가고

잎의 색깔이 바뀌고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보는 거 자체가 좋다.


분재는 작은 정원이라서

잘 배워두면 내가 정원의 나무도 가꿀 수 있지 않을까

분재로 정원 가꾸기 연습을 해보는 거 같다.

분재나 정원의 나무나 손 가는 사이클이 비슷하다.


분재쌤은 일본에서 정통 분재를 배우셨고

일본에 스승님이 있으시다.

그래서 나무도 화기도 도구도 다 직접

일본에 가서 사 오신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에피소드도 많이 들려주시고.




분재는 잠깐 배우고 그만 둘 취미생활이 아니다.

한번 시작하면 나무와 함께 세월을 보내야 하는 거라

쉽게 시작할 수도, 쉽게 그만둘 수도 없다.

나무도 자식 같은 마음이다.

반려식물‘이라고나 할까


다른 취미들과 절대적인 비교를 하기는 그렇지만

아무래도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생활이다 보니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있다.


다른 취미 없이 회사-집-분재만 하시던 남성분께서는

좋은 나무를 많이 모으셨다고 한다.

그러나 차마 집에는 가격을 다 얘기하기가 어려웠는지

아마도 “0”하나씩 떼고 집에 가격을 얘기하셨나 보다.


평소 남편의 나무사랑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부인은

남편이 출장간사이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화분이 왜 이렇게 많냐고 예쁘다고 하니

하나씩 가져가라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의

노발대발과 함께 오픈된 실제 가격

그리고 2라운드 ㅋㅋ


부인에서 화분에 물을 충분히 주길 부탁하고

조금 긴 출장을 다녀오셨는데

물을 듬뿍 주지 않고 호스로 대충 휙휙 뿌렸는지

나무 뒤쪽, 즉 나무의 반만 말라죽었다는

슬픈 스토리도 있다.

나무가 죽은 건 정말 슬픈 얘기인데

부인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다.

알고 있던 가격보다 실제 가격은 수십배였을텐데

무리해서 몰래 사셨던 거 ㅠ


내가 생각하는 분재의 장점이자 매력은


1. 분재는 수명이 길다는 게 매력적이다.

수명이 심지어 나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대를 이어 물려주고 싶다는 희망사항

물론 강요할 수는 없지만 ^^;

생화 Flower도 여러 번 배워봤는데

며칠 안 가서 시드니까 ㅠ


2. 내가 끝까지 나무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일 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3. 내가 구입한 후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


4. 골프는 죽어라 치면

물론 좋은 추억이 남고 걷기 운동이 되긴 하지만

못 치는 날에는 기분이 나빠지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나 나무는 항상 나를 기쁘게 해 준다는 점

매력적이다. ㅋ


결이 비슷한 분들과 함께 작업하며

손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는 입…. ^^




나무 숫자가 늘어나는데

이 나무들을 다 어디서 키우냐고 물어들 보시는데

온도 습도 등에 굉장히 민감하고

나무마다 특성이 다 달라서

초보인 내가 얘네를 다 집으로 가져와서

관리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적어도 1년 이상은 분재원에서 가꾸면서

나무의 성질을 파악해야 집으로 가져올 수 있을 듯.

나무마다 햇빛과 원하는 온도가 다 다른데

나는 아직 나무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한다.

집으로 가져왔다가 죽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거 같다.


좀 더 실력이 쌓이면 분재를 집에 가져와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분재원에서 수강생들의 화분을 맡아주신다.

물론 자릿세는 낸다.

일본의 預り라고 보관해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하신다.

이렇게 테이블마다 임자가 있다.



요즘 분재에 관심을 많이 가지시는 거 같다.

정통분재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변형이 되어

보급형으로 많이 퍼지면 좋겠다.




-즐거운 분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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