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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golden age Sep 13. 2023

즐거운 분재생활

포도나무의 추억


어릴 때 할아버지댁 마당에

청포도 나무가 있었는데

흙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구름다리처럼 넝쿨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정말 그야말로 주렁주렁 달렸다.

요즘처럼 봉지를 씌우지도 않았는데

몇 광주리씩 따는 걸 본 기억이 남아있다.

청포도의 특이한 맛도 기억을 한다.


지중해 음식인 포도잎에 속을 채운

Dolma를 좋아한다.

포도잎을 깻잎처럼 절여서 병에 담아둔 것을 사서

요리에 쓰기도 하고

요즘은 돌마를 만들어서 캔에 저장한

완제품이 수입되어서

그걸 사 먹기도 한다.


사진은 Pinterest


와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행을 하다 보면 와이너리를 방문할 기회가 있는데

포도나무가 일렬로 끝도 안 보이게 뻗어있고

양옆에는 항상 장미를 심어둔 기억이 난다.

어느 나라나 공통되게 장미를 심었는데

장미는 포도나무의 건강을 감지하는

지표로 식재된다고 한다.


사진은 Pinterest


전원주택에 살면서 이웃이 수확하고 나눠주신 포도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거처럼 탐스럽고 맛도 좋았다.

양평 쪽은 주로 캠벨포도를 심는다고 해서

우리 집에도 심어보았다.

6월 26일, 7월 8일, 8월 13일, 그리고 9월 13일.

사진의 연도는 다 다르다.





포도도 다른 과일처럼 약을 뿌리지 않으면

벌레가 너무 많이 먹고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사실 사람의 몫으로 남는 건 얼마 안 된다.

그렇지만 약도 좀 뿌리고

관리를 잘하면 수확량이 엄청 많고

맛도 너무 좋다.


작년 가을 분재원에서 처음 본 포도나무 분재.

자그마한 포도송이가 알알이 탱탱하게 달린 거를 보고

너무 예뻐서 키우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나무에 포도가 주렁주렁 이라니…

2022년 8월 22일의 모습이다.




2022년 9월 23일

포도가 다 익은 모습이다.

올해는 나의 나무가 되었으니

수확해서 맛봐야지




올해 봄,

나의 포도나무에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분재원 수강생들도

모두 다 포도나무 한 그루씩 가지게 되었다.

포도나무 전도사가 되었다^^


포도‘라는 이름은 순수 한국말이 아닌가 보다.

포도는 원산지인 중앙아시아 지방의 원어

‘Budow’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부도우… 부도… 포도….?

일본어로 포도는 ぶどう 부도우인데

외래어에서 왔구나.


봄에 만난 포도의 변화는 신기했다.

어머 이게 다 포도열매인 거야?!

동글동글한 열매는 포도열매가 아니고

꽃이었다.

깃털 같은 꽃으로 바뀌고 난 후에

진짜 열매로 바뀐다.



2023년 5월 4일

열매라고 생각했던 꽃봉오리가 달린 모습이다.

몽글몽글한 꽃봉오리들은 포도송이와 흡사하다.




봄에 쑥쑥 자라고 있는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2023년 5월 19일

꽃이 폈다.

꽃이 맞나 싶게 꽃 같지 않아 보인다.

보통의 과실수는 벌이나 나비가 수정을 시켜줘야 해서

그래서인지 꽃이 아주 예쁘고 향이 좋은데

포도는 벌이나 나비를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수정이 된다.

매력을 발산해야 할 목적이 없어서일까.

꽃이 예쁘지가 않고 그냥 꽃일 뿐이다.

포도를 다 따먹고 난 후의 뼈대처럼 볼품이 없다.



2023년 5월 26일


2023년 6월 8일

가지들이 뭉쳐있다.

굵은 철사를 밑에 박고 철사걸이를 하여

힘을 받을 수 있게 하고서

뒷가지를 앞쪽으로 당겨주었다.


가지치기를 할 때에는 열매를 지나

한마디 정도의 가지와 잎을 남겨두고 잘라야 한다.

영양분을 빨아들일 때에

목적지가 끝의 잎이 되어야

영양분이 열매를 지나간다.

영양분이 열매에 확실히 전달되어

튼실한 열매가 되도록

가지치기는 중요하다.




2023년 6월 30일

와아. 싱그럽다.

열매가 많이 굵어졌다.




2023년 7월 7일

가지 끝까지 열매가 실하게 달렸다

더 큰 분으로 분갈이를 했다.

분을 고를 때에는 나무가 계절마다 바뀌는 모습을 생각하여

모양과 색상을 정한다.

물을 충분히 준다.






2023년 8월 25일

포도가 잘 익고 있다.




2023년 9월 8일

포도가 익었고 열매의 무게에 가지가 쳐졌다.

오른쪽 윗부분의 가지에 철사걸이를 해서

위로 세워줘야겠다.


포도나무가 한 해 수고를 많이 한 거 같다.

나무가 이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쉼이 필요하다고 하는 듯 느껴진다.



다음 주에는 수확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즐거운 분재생활-


2023년 9월 15일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집에 가져와서

즐감중이다.


2023년 9월 18일

해 잘 받도록 테라스에 두었다.

밤새 비가 오고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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