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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golden age Sep 18. 2023

즐거운 분재생활

사과나무



분재원의 사계는 다 아름답지만

그중 가을은 역시 절정이다.

과실들이 익어가고

잎에 단풍이 든다.


2023년 9월 15일의 분재원 모습




이런 가을가을한 와중에

기온의 오르락 내리락에 정신 못 차리고

꽃이 빨리 핀 나무가 있으니


일 년에 꽃을 두 번 볼 수 있는

시월벚나무(十月櫻)이다.

단풍나무와 나란히 심어

단풍과 벚꽃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고.

멋질 거 같다.




탐스럽게 열린 사과들을 보니

나의 리스트에도 한그루 올려야겠다 싶어서

나무를 골라보았다.


열매가 구슬크기 정도로 작은 사과가 있고

탁구공보다 큰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린 품종도 있다.




우리가 먹는 일반 사과보다는 작지만

나무 사이즈에 비하면

열매 사이즈가 작다고도 할 수 없다.


대부분 아직은 초록색이고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아주 작은 사과열매가 달린 나무를 보게 된다면

아마도 <심산해당> 혹은 <애기사과> 일거다.

심산해당과 애기사과는 아주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심산해당>은 일본 명칭이고

우리말로는 <아그배나무>라고 한다.


구별방법은 심산해당은 수술이 퇴화되어서

꼬다리 자국이 남아만 있고

애기사과는 꼬다리가 남아있어서

조금 튀어나와 있다.


(왼쪽) 퇴화된 꼬다리 (오른쪽) 꼬다리 튀어나옴  (2023년 9월 15일)


(왼쪽) 심산해당나무 (오른쪽) 애기사과나무 (2023년 9월 15일)


애기사과들  왼쪽: 2022년 10월 21일, 오른쪽: 2022년 9월 23일


2022년 10월 21일 너무 예쁜 애기사과



나는 작은 사과보다는 큰 열매가 좋아서

새로 들어온 나무 중에서 골라보았다.

밑둥이 굵고, 가지의 굵기가 균일한지를 확인해 본다.


보통 화분을 판매할 때는 너무 당연한 거지만

꽃이건 열매건 이렇게 절정일 때 판다.

그러다 보니 열매보고 나무를 가져왔는데

다음 해에는 열매가 안 달린다고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




이렇게 열매가 많이 달리면

다음 해에는 해걸이로 열매가 적게 열리거나

거의 안 달리게 된다.

과실수는 스스로 건강관리를 한다.

쉼 “의 필요성을 잘 아는 나무들

사람보다 똑똑한 듯?!


해걸이를 하는 해에는 기왕 한 해 쉬는 거

완전히 푸욱 쉬라고

꽃을 다 따주며 열매를 아예 안보기도 한다.

그러면 그다음 해에는 또 힘을 내어

주렁주렁 달리게 된다.

자연의 신비…



내가 고른 나무이다.

사과가 정말 주렁주렁 달렸다.

익어가는 모습이 기대된다.

낙엽이 지고도 빨갛게 달린 열매를

겨울 내내 감상할 거다.


왼쪽나무를 선택했다


나의 29번째 나무



다음 해에는 분명 해걸이를 할 것이고

분갈이는 보통 3-4년에 한 번 해주는데

꽃도 없고 열매도 안 달리는 해걸이 해에

분갈이를 해주면 좀 쉽게 할 수 있다.


사과나무, 돌배나무, 모과, 노아시(감) 같은 과실수는

3월 초에 분갈이를 하게 되면 꽃에 무리가 가서

흐드러지게 피다가도 사그라들어

열매를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9월 말-10월 초에 가을 분갈이를 한다.


여름이라 사과의 잎이 크다.

첫 만남인데 별로 해줄 건 없었고

전체적으로 큰 잎 위주로 잘라주었다.

잎이 있어야 영양분을 끌어당기니

큰 잎만 자르고 나머지 잎들은 남겨둔다.

큰 잎을 떼어주니 해를 많이 받게 되어

열매가 더 잘 익을 거다.


큰잎정리 전 & 후


12월 말-1월 초까지 열매를 보다가

열매가 쭈글쭈글 해질 때 되면 다 떼어준다.

봄까지 열매를 보겠다고 욕심을 내다가는

가지가 다 마르게 되고

나무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지며

3년 후퇴를 하게 된다.


포트에 담겨있어서

분이 예쁘지 않지만

내년 해걸이 때 분갈이를 기약하며

이 상태로 즐감한다.


사과나무도 일 년 내내 볼거리가 많은 나무이다.

배나무와 사과나무가 번갈아가며 해걸이를 할듯하여

매년 과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추석 성묘길에 사과나무들을 보고 싶다.


왼쪽: 2022년 9월 23일          오른쪽: 2022년 11월 18일


2022년 10월 21일


2020년 성묘길에 만난 사과나무


-즐거운 분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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