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분재원의 사계는 다 아름답지만
그중 가을은 역시 절정이다.
과실들이 익어가고
잎에 단풍이 든다.
2023년 9월 15일의 분재원 모습
이런 가을가을한 와중에
기온의 오르락 내리락에 정신 못 차리고
꽃이 빨리 핀 나무가 있으니
일 년에 꽃을 두 번 볼 수 있는
시월벚나무(十月櫻)이다.
단풍나무와 나란히 심어
단풍과 벚꽃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고.
멋질 거 같다.
탐스럽게 열린 사과들을 보니
나의 리스트에도 한그루 올려야겠다 싶어서
나무를 골라보았다.
열매가 구슬크기 정도로 작은 사과가 있고
탁구공보다 큰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린 품종도 있다.
우리가 먹는 일반 사과보다는 작지만
나무 사이즈에 비하면
열매 사이즈가 작다고도 할 수 없다.
대부분 아직은 초록색이고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아주 작은 사과열매가 달린 나무를 보게 된다면
아마도 <심산해당> 혹은 <애기사과> 일거다.
심산해당과 애기사과는 아주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심산해당>은 일본 명칭이고
우리말로는 <아그배나무>라고 한다.
구별방법은 심산해당은 수술이 퇴화되어서
꼬다리 자국이 남아만 있고
애기사과는 꼬다리가 남아있어서
조금 튀어나와 있다.
나는 작은 사과보다는 큰 열매가 좋아서
새로 들어온 나무 중에서 골라보았다.
밑둥이 굵고, 가지의 굵기가 균일한지를 확인해 본다.
보통 화분을 판매할 때는 너무 당연한 거지만
꽃이건 열매건 이렇게 절정일 때 판다.
그러다 보니 열매보고 나무를 가져왔는데
다음 해에는 열매가 안 달린다고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
이렇게 열매가 많이 달리면
다음 해에는 해걸이로 열매가 적게 열리거나
거의 안 달리게 된다.
과실수는 스스로 건강관리를 한다.
쉼 “의 필요성을 잘 아는 나무들
사람보다 똑똑한 듯?!
해걸이를 하는 해에는 기왕 한 해 쉬는 거
완전히 푸욱 쉬라고
꽃을 다 따주며 열매를 아예 안보기도 한다.
그러면 그다음 해에는 또 힘을 내어
주렁주렁 달리게 된다.
자연의 신비…
내가 고른 나무이다.
사과가 정말 주렁주렁 달렸다.
익어가는 모습이 기대된다.
낙엽이 지고도 빨갛게 달린 열매를
겨울 내내 감상할 거다.
다음 해에는 분명 해걸이를 할 것이고
분갈이는 보통 3-4년에 한 번 해주는데
꽃도 없고 열매도 안 달리는 해걸이 해에
분갈이를 해주면 좀 쉽게 할 수 있다.
사과나무, 돌배나무, 모과, 노아시(감) 같은 과실수는
3월 초에 분갈이를 하게 되면 꽃에 무리가 가서
흐드러지게 피다가도 사그라들어
열매를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9월 말-10월 초에 가을 분갈이를 한다.
여름이라 사과의 잎이 크다.
첫 만남인데 별로 해줄 건 없었고
전체적으로 큰 잎 위주로 잘라주었다.
잎이 있어야 영양분을 끌어당기니
큰 잎만 자르고 나머지 잎들은 남겨둔다.
큰 잎을 떼어주니 해를 많이 받게 되어
열매가 더 잘 익을 거다.
12월 말-1월 초까지 열매를 보다가
열매가 쭈글쭈글 해질 때 되면 다 떼어준다.
봄까지 열매를 보겠다고 욕심을 내다가는
가지가 다 마르게 되고
나무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지며
3년 후퇴를 하게 된다.
포트에 담겨있어서
분이 예쁘지 않지만
내년 해걸이 때 분갈이를 기약하며
이 상태로 즐감한다.
사과나무도 일 년 내내 볼거리가 많은 나무이다.
배나무와 사과나무가 번갈아가며 해걸이를 할듯하여
매년 과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도 추석 성묘길에 사과나무들을 보고 싶다.
-즐거운 분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