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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golden age Sep 20. 2023

즐거운 분재생활

정겨운 느티나무


느티나무…


왠지 느티나무라고 하면

옛날 국어책에 철수와 영이, 그리고 바둑이가

등장하는 배경뒤에

한그루 서있을 법한 정스럽고 친근한 나무이다.


동네 어귀마다 한 그루씩 자리 잡고 있는 정자나무

신라시대부터 느티나무를 신성시해서일까.

우리나라에 1000년 이상 된 나무가

64그루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 25그루가 느티나무이고

13그루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모든 나무가 다 귀하지만

느티나무는 특히나 아끼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가져온 나무들 중 가장 금값이었다^^;



2022년 8월 22일


분재원에 처음 왔을 때 눈에 띄었던

정말 멋진 느티나무

울 분재쌤의 나무이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부터 키우기 시작한

애지중지하시는 나무이다.

그린그린한 잎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멋지다.




2022년 11월 11일


단풍이 든 모습




2022년 11월 18일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




이렇게 멋진 나무를 즐감하며

나의 느티나무가 구해지길 기다리던 중에

분재쌤이 일본에서 구해오신 나무를 선점하게 되었다.

느티나무는 원산지가 한반도이지만

분재용 느티나무는 흔하지가 않다.


밑둥의 뿌리 뻗음, 메인가지의 굴기, 가지배열등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 정도 되려면 종자부터 적어도

25년 이상 정성이 들어갔을 거다.




일본에서 가져올 때 잎을 떼고 흙도 털고

비행기로 빠르게 가져와서 통관을 시키고

분재원에 도착하자마자 분에 심었다.


잎이 다 떨어지고

온전한 가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가지의 모양은 빗자루를 거꾸로 꼽아둔 거 같다.

일본어로는 빗자루를 ほうき (호우끼)라고 하고

이 형태를 멋진 나무로 생각한다.

멋지지 않은가?


느티나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점은

뿌리 뻗음과 가지배열이다.


뿌리가 땅속에서 퍼진 상태를

일본에서 사용하는 분재 용어로는

ねばり [根張り] <네바리>라고 한다.


뿌리는 땅 위로도 돌출되어 있어서

뿌리 뻗음의 모양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나무의 선을 볼 수 있고

이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과거를 짐작하고

현재의 건강상태도 볼 수가 있다.


뿌리가 사방으로 잘 뻗어있어야

안정감도 주고 건강관리도 잘할 수가 있으니

가장 좋은 뿌리는 동서남북으로

뿌리가 꽉 차게 뻗어나간 팔방근이다.

밑동이 굵은 것과 팔방근과는 다른 개념이다.


잎정리와 가지정리를 통하여

잔가지를 많이 나오게 해서

더 풍성하고 꽉 찬 나무로 키울 수가 있다.

그러나 뿌리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이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었다.



2023년 4월 14일


잎이 무성하게 달린 모습이다.

잎을 보는 상엽분재의 대표주자답게

잎정리에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잎을 보는 소사나무, 단풍나무도 마찬가지로

1년에 두 번씩 잎 자르기 작업을 해줘야 한다.

보통은 4월에 한번, 6월 초에 한번

이렇게 두 번을 한다.

여름에 새잎이 나올 때 잎정리를 하게 되면

더운데 잎이 새로 나오면서

어린잎들이 타들어가게 된다.


잎정리는 왜 할까.

이렇게 잎을 다 떼어주면 안쪽에서

가지가 또 뻗어 나오고 잎이 새로 나오면서

더 풍성하게 만들 수가 있다.


그냥 잎이 달린 채로 자라게 하면

가지만 계속 뻗어나가서

사이즈가 커지고

가지 사이를 잔가지로 꽉 채우기가 어렵다.


잎 정리에는 약간의 공식이 있는데

나는 이 과정을 정말 즐긴다.

“무념무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잎을 뗀다.





봄이 되면 느티나무는 가지마다

잎이 꽉 차게 난다.

잎은 엇갈리는 배열로 질서 있게 나온다.

내가 할 일은 전체적으로 가지 끝에

잎을 한 장씩만 두고

전체의 잎을 하나하나 다  떼어내는 작업이다.

성격에 안 맞으면 불가능한 작업일 거 같다 ㅎㅎ


다시 잎이 없는 벌거숭이 나무가 되었다.






2023년 5월 12일


거의 한 달 만에 놀랍게도 새 잎이 무성하게 나왔다.

그렇게 잎정리를 열심히 했는데 한 달을 못 간다.


마찬가지로 또 잎정리 작업을 한다.

오른쪽 가지가 빈약함을 볼 수 있다.

계속 신경 써서 오른쪽 가지를 길러주고

풍성하게 채워주는 게 단기적인 목표이다.

지난번 잎정리 작업 때보다 조금 더 잎을 남겨주었다.





2023년 6월 14일


길게 자란 가지 몇 개 잘라주고

둥글게 모양을 조금 다듬어 주었다.

오른쪽에 비어있는 가지가 신경 쓰이지만

세월이 필요하다.


가지정리 전 그리고 후



2023년 9월 15일


여름을 잘 지내고 나니

초록잎들이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라있다.


이제는 가을의 단풍과 낙엽을 즐기면 된다.




느티나무가 너무 좋아서

작은 소품을 3그루를 더 가져왔다.

여리여리한 나무를 키우는 맛도 있을 거 같다.



2023년 4월 28일


소품들의 잎정리를 해주었다.

큰 느티나무를 두 번 하고 났더니

작은 분 작업은 너무 쉽게 끝났다.




2023년 5월 4일


작은 소품의 입정리를 해주었다.

지하고 높이(밑에서 첫 가지까지의 높이)를 볼 수 있고

양갈래로 뻗은 여린 가지가 예쁘다.

이 나무도 밑둥이 굵어지며

단단한 어른나무로 자랄 수 있다.




2023년 8월 25일


도장된 가지를 정리하고

잎을 조금 다듬으며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느티나무에 비료를 주었다 (9월 1일)

노랗게 물들지 빨간 단풍이 들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느티나무의 꽃말은 <운명>이라고 한다.

세월을 이겨내는 나무의 인내심에서 나온 말일까?

그런데 느티나무 분재는 봄에 꽃도 안 피고

가을에 열매도 안 달린다.

대부분의 분재는 꽃열매가 없나 보다.


분재쌤은 나무의 성장과정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기는 기록의 여신이다.

쌤의 블로그에서 많은 느티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풍이 화려한 이 나무가 인상적이다.

밑둥의 모양과 가득 찬 가지와 잎

환상적인 단풍색상…

너무 예쁘다.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상엽분재

소사나무, 단풍나무

다 좋아하는 나무이다.


이번 가을에 느티나무 분재와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

모두의 단풍이 기다려진다.


-즐거운 분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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