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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밀한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유쾌한 주부의 홀로서기

by 글로다시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도 나서 결국 어딘가에 닿았어요. 사실 나는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쪽으로 3미터쯤 더 가고 싶었는데 그 지점에서 가지못하고 닿았단 말이죠.


그럼 어쩌겠어요. 땅버들 씨앗처럼 거기서 최선을 다해 싹을 튀워야죠.




책은 도끼다를 읽는데 이 문장이 탁 내맘속에 꽂혔다.


현실속에서 늘 아쉬움을 마음에 담고 원망아닌 원망을 하며 언젠가는 내 인생이 저기 3미터쯤 아래에 가있을거라는 헛된 꿈을 안고 살아왔다. 그 시작은 결혼을 하면서 인거 같다. '왜 내가 이런 남자랑 결혼을 했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내 인생을 헛된 꿈으로 낭비하며 살아왔다.


결혼생활 20년이 넘어가도록 '이 남자랑 이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안정은 없었고 가정에 마음을 둘 곳이 없이 둥둥 떠다녔다. 그러면서 딸을 둘을 낳고 살았다. 이 남자랑 이혼하는 그날만 상상하면서.


그래도 아이들은 소중해서 나름 열심히 키웠다. 남편은 싫으나 넘치는 모성애로 그럭저럭 아이들은 키워냈다. 마음속엔 늘 이남자와 이혼을 할거야 라는 마음을 품고말이다. 이런 마음이 은연중에 아이들에게도 전달이 되었을거란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는 늘 미안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혼을 실행하지도 못할거면서 차라리 위의 문장처럼 어쩌겠나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하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거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렇게 부부가 50줄에 접어들다보니 한편으로 "남편 너도 고생했다." 하는 측은함이 들기도 한다. 늙어서 혼자 있는 것 보다 나으려나? 이혼의 계획은 이제 버릴까?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었다.


70대 할머니가 쓴 책 [즐거운 어른]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이든 남자는 두부 반모 보다 쓸데가 없다'는 문장을 읽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ㅎㅎ 나이들어도 남자는 삼시세끼를 원하고, 남편이 아프면 부인이 병수발 드는건 당연하고 부인이 아프면 남편들은 오히려 본인의 식사에 차질이생기니 불편해 한다는 문구를 읽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여지껏 맘에 품고 살아온 그 마음 '남편을 벗어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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