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미안해해야 할까?
엄마도 처음이니까
나는 첫째 딸에게 늘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딸에게 화가 난다. 화가 나는데도 화를 내야 하는 건지 죄인이니 참아야 하는 건지 또 모르겠다.
첫애라고 어릴 적부터 나름 정성을 들인 것이 소이 말하는 치마 바람이었고, 이리저리 휘둘린 아이는 힘이 들었을 테다. 나름 총명하던 아이는 고등으로 접어들며 점점 말 수가 줄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최절정의 사춘기였던 것 같다.) 엄마와의 대화를 피했다.
지난 이야기들은 딸에게 보내는 반성문으로 브런치에 적어 두었다. 쫌 정리를 하자면 나는 대학 높은 줄 모르던 엄마였다. 엄마가 원하는 대학과 현실로 갈 수 있는 대학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첫 딸과 나의 사이도 벌어졌다.
두 번의 입시 실패를 거듭하며 내가 아이를 힘들게 했다는 걸 알았고 미안했다. 고3 성적으로도 나름 괜찮은 대학을 갈 수 있었던 아이를 재수를 시켰고, 주요 대학이 아닌 곳은 가지도 말라는 압박을 주었으니 우리 딸내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나름대로 노력해서 수시 성적을 만들어 놓은 건데 다시 정시를 하라고 했으니 정말 무식한 엄마였다.
삼수는 할 수 없으니 발 만 걸어놓은 대학을 어쩔 수 없이 입학했다. 아이도 마음을 못 붙이고 맘에 안 드는 학교를 억지로 가는 아이를 보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에게 학교생활은 어떻냐? 물을 수도 없는 상태다.
내가 너무 아이의 눈치를 보는 것을 본 지인이 본인이 보기엔 엄마가 너무 잘해줬는데 왜 눈치를 보냐며 재수까지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엄마인 나도 나름 노력 많이 했다.
고등 3년 내내 직접 운전해서 등교를 시켰으며, 학원 라이딩도 직접 다녔다. 졸다가도 아이 학원 끝날시간에 늦지 않으려 밤운전도 불사했고, 재수 기간에도 도시락을 싸줬으며, 학원을 가야 하는 날은 저녁 도시락을 싸서 독서실 앞에서 만나 학원으로 라이딩을 다녔었다.
어릴 적에 치맛바람과 내 아이는 명문대를 갈 거라는 착각을 한 엄마였지만, 넘치는 모성애는 나도 자부한다.
그렇게 큰 딸 눈치를 보며 지내온지가 재수 때부터 해서 3년 차다. 아니 고등 입학 하고부터 입시로 접어든 딸 심기를 건드릴까 싶어 그때부터 눈치를 보며 살았다면 살았다.
그래도 입시를 망친 엄마로서 딸에게 말 한마디 못 건넨 시기는 3년 차다.
하
지
만
지금은 지친다. 첫 아이도 학교생활이고 뭐고 뭐가 의욕이 있겠냐마는 성의 없이 보내는 하루하루를 옆에서 보는 엄마로서 화가 나기 시작한다.
등교를 안 하는 날이면 12시 1시 까지 잔다. 약속이 있는 날만 일어나서 씻는다.
아침을 해 놔도 잘 안 먹는다. 친구 만나러 갈 때는 나가서 먹는다고 또 안 먹는다.
주말에도 가족들과 외식이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자고 있으면 깨우지도 못하겠다.
내가 바깥 볼일이 있어 나가면 큰 딸의 점심을 걱정한다. 주변 사람이 딸이 몇 살인데 걱정이냐며 해 먹게 두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오버했나 싶어 들어와 보면 빵이나 과자 아니면 라면을 먹은 흔적이 있다.
이제는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고 한마디 하니 듣기 싫어한다.
하 ~~~ 눈치를 보는 것도 보는 것이지만 이제는 너무 화가 난다. 아무리 맘에 안 드는 학교 생활을 한다 해도 이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흘려보낼 것인가? 이렇게 건강생각도 안하며 살 것인가?
옆에서 보는 게 지쳐 갈 무렵 아이와 거리를 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업주부지만 나가야 할 일을 만드는게 아이와 내 사이가 좀 나아질까 싶었다. 그 무렵 좋은 수업이 있어서 선택했다. 매일 나가서 배워야 하는 배움이라 매일 집을 나섰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를 안 가는 날은 아이가 뭘 챙겨 먹을까? 굶을까? 하는 신경이 쓰였다.
신경 쓰지 말자고 스스로 되뇌지만 늦게 일어나고, 하루 한 끼 겨우 먹고 지내는 아이를 보니 이제는 화가 난다.
언제까지 화를 참고 살아야 할까? 이렇게 글로 풀면서 살아야 할까? 아이와 또 사이가 멀어져야 할까?
답답하다. 성인인 아이를 혼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