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황해서 "어? 어!"라고 대답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렇게 나에게 벽을 치고 있던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 나는 너무 감동스러웠다.
아이가 한 말을 속으로 몇 번 되뇌었다.
'맛있게 잘 먹었어~ 맛있게 잘 먹었어~'
'뭐지? 이제 나에게 마음을 조금 연건가?'
'이제 우리 사이는 다시 좋아지는 걸까?'
조금 앞서가는 기대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날만 그랬을 뿐 아이의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지냈고, 말 한마디를 시키려면 마른침을 몇 번 삼키고 겨우 한마디 했다.
그렇게 힘들게 한마디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올여름휴가는 어디로 갈까?라는 아빠의 물음에
"제주도 가자" 딸! 호가 대답을 했다.
작년에도 다녀왔는데 좋았는지 제주도를 가자고 한다.
우리는 제주도로 바로 결정했다.
큰 아이가 먼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준 것에 놀라며 우리의 여름휴가는 제주도로 결정되었다.
작년 여름휴가는 엄마 아빠가 결정했고 아이는 집안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그냥 따라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먼저 의견을 내준 것이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신호 같기도 해서 반가웠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로 떠날 준비를 했고, 아이는 떠나기 전날 밤까지 알바를 하고 돌아왔다.
짐을 싸는데 집에 돌아온 아이는 알바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알바가 세명이었는데 두 명이 동시에 그만두어 우리 딸혼자만 남은 이야기와 얼마 안 되는 알바 기간 동안 사장님과의 잘 맞지 않았던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용이 어떤 내용이든 나는 아이가 나에게 말을 한다는 게 그냥 마냥 반가웠다.
그리고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 다는 게 고마웠다.
나는 이제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 작은 추임새정도만 넣어가며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들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의 나였으면 벌써 중간에 말을 끊었을 것이고,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많이 노력 중이다. 말을 끊지 않고 들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이다.
제주도로 출발하면서도 제주도 여행코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니 내가 묻는 말에 아이가 답을 한다.
나는 마냥 좋다.
제주도 여행보다 아이가 나와 대화를 해준다는 것이 마냥 좋다.
너무 기쁘다.
이러다 또 어긋날까 조마조마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나와 말을 한다.
"오~~예 ~~!!!"
이번 여행으로 우리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을까?
딸 1호에게
엄마에게 아르바이트에서의 고충을 말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제주 여행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 주고 함께 해준 것도 고마워.
엄마와 단둘이 걸어주던 섭지코지 산책도 엄마는 너무 감동적이었어.
너에게 쓸데없는 말을 할까 봐 나름 말을 아낀다고 아꼈는데 그런 중에도 너에게 실수한 게 있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렴.
엄마는 아직도 많이 노력 중이거든.
너와 사이가 멀어졌던 시간들이 엄마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거 같아.
그동안 엄마가 엄마 입장만 생각했었다면 이제는 너의 입장도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생각 없이 하던 말들에서 조금은 정화시킨 말을 하려고 노력 중이야.
그렇게 너는 너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성장한 시간들이었던 같다.
이렇게 어렵게 우리 사이가 조금은 나아졌는데 또 틀어질까 봐 걱정도 돼.
거리낌 없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녀사이를 보면서 한없이 부러워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는구나.
큰 다툼 없이 제주 여행 마무리해서 너무 다행이었고, 너도 가족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와서 좋았다.
앞으로도 천방지축 엄마에서 조금은 어른스러운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며 지낼게
너는 지금대로 멋지게 어른이 되어가도록 해 ~
엄마는 간섭이 아닌 무한 응원으로 대신할게 ~
고맙다 딸 1호야.
못난 엄마에게서 태어나준 것도 고맙고 이렇게 잘 자라 준 것도 고맙다.
오늘도 행복하고 기분 좋은 하루 되길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