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두웠던 터널 끝에 온 걸까?

딸 1호에게 보내는 편지

by 글로다시

제주도를 다녀온 후 딸 1호와의 사이는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서로 힘들었던 시간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온 걸까?

아니면 그냥 시간이 흘러 때가 된 것일까?

자연스러워진 딸과의 사이가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시간들이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 딸 1호도 힘들었던 시간이었을 테다.

각자 힘든 터널 속을 헤매다가 이제 출구의 빛이 보이는 느낌이다.

아이도 표정이 한 층 밝아졌고 말 수도 늘었다.


아이가 밝아져서일까? 묵직하게 눌려있던 내 마음의 숨통도 트이는 기분이다.




그동안 딸 1호 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아껴 브런치에 남긴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또 어떤 식으로든 아이에게 말을 걸었을 테고 그 말로 인해 또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마무리되었을 테니까...

하다못해 미안하다는 말까지 아껴서 말로 꺼내지 않고 글로 남긴 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엄마인 나는 하고 싶은 말들을 참아낼 수 있었고 아이에게 스트레스도 덜 주게 되었다.

또한 머릿속에서 희미해질 지난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겨놓을 수 있어서 이 또한 다행이다.

훗날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반복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분위기 좋아진 이틈을 타서 딸 1호에게 제안했다.


"엄마가 그동안 영어공부를 해보겠다고 이것저것 하다가 흐지부지 되곤 했었잖아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데 엄마 영어 선생님이 되어 주면 어때?


아이는 당황했다. "갑자기???"


아이들 어릴 때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면 짧은 단어로 어찌어찌 여행을 다니긴 했다. 하지만 나도 유창하게 영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영어공부를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그래서 이번엔 큰 맘먹고 개인과외선생님을 두고 해 볼까? 하고 알아봤더니 나처럼 초보를 가르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동네 동아리도 알아봤지만 부끄러운 실력에 동아리게 갈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알바라고 생각하고 해 볼래? 앞으로는 엄마 같은 나이의 사람과 시니어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몰라 미리 연습해 둬. 아르바이트비도 줄게"


딸 1호는 해보겠다고 했다.

돈은 괜찮다고 했지만 "어차피 어디 가서 든 돈 들여서 배우려고 했는데 그 돈 딸에게 주면 더 좋지"라고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영어 과외는 성립되었고 딸 1호는 나의 영어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딸 1호 에게


엄마의 영어 선생님이 되어 줘서 고마워

엄마가 이해를 잘 못해서 힘들지? ^^;;


앞으로는 시니어 사업이 더 뜬다고 하자나

너희들이 어릴 때 배우던 학습지도 지금은 어린아이 보다 시니어가 더 많아져서 시니어 학습지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하더라.


너도 엄마 같은 연령대 사람들 가르치는 스킬도 배워둬 봐 ㅎㅎ

언제 써먹게 될지도 몰라~ 앞일은 모르는 거니 (엄마가 영어수업 부탁하고 스스로 민망한지 말이 길었다~)





딸 1호야

입시의 실패를 너의 인생의 실패로 생각하지 마

엄마도 한때는 아이 입시에 간섭해서 나의 딸 인생을 망쳤다고 자책했어.

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며 읽은 책들에서 이런 문구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인생이라는 것이 참 길다. 절대로 짧지 않다. 그러니 아쉬워하거나 후회할 필요가 없다'


특히 '살민 살아져'라는 폭삭속았수다의 명대사도 그렇고

등등 이런 문구에 공감하게 되더라고.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듯이 '사람인생 어찌 될지 모른다'라는 말처럼

앞으로의 너의 인생에서 어떤 기회가 또 올지 몰라


엄마가 살아보니 다 때가 있다는 말 또한 맞더라고

어떤 좋은 기회가 오려면 그것 또한 자연스럽게 오는 게 인생이더라고...

그 이치를 알게 되니 힘들 땐 내가 힘들 시기인가 보다 이 또한 지나 가리라 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우리 딸도 나도 지난 몇 년간 우리가 힘들 시기였던 거고 우리는 이 시기를 지혜롭게 잘 이겨내고 있는 중인 거 같아.


어두웠던 터널 앞에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하루하루 살아가자.

이제 우리는 터널 끝에 온 거 같아 출구의 빛이 보이잖아.


우리 딸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렴

엄마는 딸이 내준 영어 숙제 하며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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