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기 정말 힘들다.
뇌 ct를 시작으로 심장내과, 한의원, 정신과를 이리저리 다니며 우리 아이가 아픈 원인을 찾으려 정신없는 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침 아이 팔꿈치가 빨갛다.
"팔꿈치 왜 그래?"
나는 어디 부딪혔나 해서 물었다.
자기 팔꿈치를 쓰윽 보더니
"나도 모르겠는데?" 한다.
책상에 쓸렸나? 하고 그날은 무심코 지나갔다.
다음날이 되니 팔꿈치가 더 빨갛고 부었다. 상처 부분에 열감도 느껴진다. 좀 이상하다 싶어 피부과로 데리고 갔다. 의사는 별일 아닌 듯 주사를 놓아주고 약을 지어줬다.
나는 현재 아이가 숨이 안 쉬어지고 심장이 뛰는 증상이 너무 커다란 과제이기에 팔꿈치는 주사 맞고 약을 받아왔으니 괜찮겠지 했다. 하지만 3일 치의 약을 먹고도 나아지기는커녕 빨간 부분이 더 넓어졌으며 뭔가 고름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피부과를 갔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은 처방을 해주고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또 3일을 보내던 중에 상처부위에서 고름이 터져 나왔다. 놀란 우리는 고름을 짜내고 다음날 다시 피부과를 갔다. 고름이 터졌다고 했으나 또 같은 처방과 3일 치의 약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팔꿈치가 아니라 팔꿈치 주변 팔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제야 이게 가볍게 봐서는 안될 염증이라는 걸 알았다. 검색해 보니 봉와직염일 수 있으며 전신으로 염증이 퍼지면 입원치료를 해야 하며 수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피부과에서 하는 말을 믿고 이렇게 시간을 지체했을까? 내가 정신이 나갔나 보다.' 후회가 밀려왔다.
큰 병원을 알아봤다. 바로 진료가 안된다고 한다.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다 동네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받아준다고 했다.
종합병원 의사는 우리의 스토리를 듣더니 바로 mri를 찍어야 한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고름이 터져 나왔기에 더더욱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이런저런 검사를 하느라 지친 아이한테 또 mri를 찍게 하는 거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조영제니 항생제니 이런 약을 그만 투여하고 싶었는데 또 약을 투여해야 한단다.
mri실로 들어간 아이를 기다리며 이제는 내가 심장이 떨린다. 중3이 된 아이인데도 갓난아이를 mri 실로 들여보내는 것 같은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 엄마가 피부과만 믿고 3주 이상을 지체한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아이를 키울 자격도 없는 엄마에게 태어나 고생하는 것 같고,
현명하지 못한 엄마의 판단이 아이를 더 힘들게 한 것 같고,
지금 우리 딸과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주어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결과는 바로 나오지 않았고 결과를 들으러 다시 가야 한다. 혹시 모르니 수액으로 맞는 항생제를 맞았으며 항생제 약도 지어줬다.
이렇게 항생제를 독하게 써야 하나...? 우리 딸 더 힘들어지면 어떡하나...?
지난 시간 아이가 아픈 원인을 찾아다니느라 지쳐가는데 정신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또 일이 벌여졌다.
정말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아이 앞에서 엄마는 강해져야 했다.
결과에서 고름집이 발견되었다. 수술을 해야 하나? 항생제로 말려야 하나? 고민한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아직 어리고 고름집의 크기도 작으니 항생제로 말려보자 했다. (그리고 이때 우리가 예전에 잡아두었던 제주도 휴가 계획이 있었다. 휴가도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해서 약으로 해보자 했다.)
또한 상처 부위에 물은 절대 닿으면 안 된다고 했다. 여름인데 수영도 샤워도 금지다. 아니 샤워는 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해야 한단다.
아뿔싸 우리는 고름이 터져 나온 날도 샤워를 했으며 그 이후도 샤워를 했다. 피부과에서는 별 이야기가 없었으므로 우리는 하던 데로 생활을 했다. 아무래도 물이 들어가서 더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무식한 엄마 같으니라고... ㅠ
의사 선생님은 휴가도 가야 하니 항생제를 길게 지어주겠다고 했다. 먹다가 중간에라도 고름이 터지면 여기서든 제주도에서든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라고 했다. 그 말에 우리는 더 긴장이 되었다.
하루하루 제주도를 가야 하는 날은 다가오고 팔꿈치의 상처는 노랗게 뭔가가 나올 것 같은 모양으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