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응급실로 그리고 팬미팅 현장으로 그리고...

엄마 하기 정말 힘들다.

by 글로다시

딸 2호의 생일이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아이 생파 준비를 했다.


생일 바로 전날까지 아이 팔꿈치가 곪아서 병원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생일 음식 재료도 모두 새벽배송으로 시켜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늦은 준비를 했다.


요리도 못하는 내가 아침부터 잡채를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미역국은 전날 끓여 놓고 잤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 다닌다고 생일 준비를 하나도 못했다.


아이도 함께 병원 다니느라 바빴기에 아무것도 안 해줘도 된다고 했다.


그래도 막상 생일이 다가오니 아무것도 안 하기엔 미안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모성애란 정말 무서운 거다. 지친 몸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국과 잡채만 하자 하고 아침부터 서툰 음식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편과 케이크를 사러 투썸을 가니 주문을 하고 나중에 찾으러 와야 한단다. (에잇 미리미리 준비를 안 한 탓에 일이 꼬인다) 비도 오는 날이었는데 다시 찾으러 가기로 하고 돌아왔다.




3주 전에 아이의 팔꿈치가 발갛게 되어 있었다. 다친 적도 없고 겉으로 상처가 없어서 그냥 뒀는데 점점 빨간 부위가 커지고 뭔가 구멍 같은 게 보였다.


어느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 끝에 피부과를 방문했고 상처에 주사를 놔주고 항생제 3일 치를 줬다.

의사도 가볍게 이야기했고 우리도 별일 아닌 줄 알았다. 그래서 3일 치 먹고 조금 있다가 안 낫는다고 또 방문해서 3일 치를 먹었고, 또 안 낫는다고 다시 방문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상처를 키웠다.


급기야는 상처에서 고름이 터져 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동네 종합병원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MRI를 찍어야 한단다.


MRI를 기다리며 지난 3주간 빠른 조치를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했다. (차도가 없으면 얼른 다른 병원으로 가봤어야 했다)

팔꿈치 작은 상처라고 쉽게 생각한 나를 자책했다.


피검사에서 염증수치는 안 나왔지만 MRI 결과 고름집이 발견되었다.

항생제로 말릴지 수술을 할지 선택을 하기 위해 며칟날 오라고 했는데 그날 우리는 제주도 여름휴가가 잡힌 날이다 ㅠ


의사 선생님이 그렇담 항생제를 길게 줄 테니 고름이 터지면 제주도건 어디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라고 했다.


그 후로 우리는 매시간 팔꿈치 시한폭탄을 예의 주시했다.


미역국과 잡채를 겨우 먹이고 케이크를 찾아오니 아이가 팔꿈치에서 고름이

나왔다고 한다.


'아 이일을 어찌해야 하나? 오늘은 토요일이고 아이의 생일이다. 게다가 이준영이라는 배우 겸 가수? 의 팬미팅을 잡아놓은 상태다. 6시까지는 이대삼성홀에 도착해야 한다. 아이는 좀 더 이른 5시에 도착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나름 계획을 다 짜놓은 상태다... 고름이 터졌다. 어떻게 해야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할수있을까?'


토요일이기에 우리는 서둘러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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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가니 또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고 피검사를 해야 하고 항생제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피검사를 많이 해본 우리는 피검사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아이는 응급실의 절차를 듣더니 사색이 된다.


팬미팅을 못 가면 어떡하냐고ㅠ

늦으면 안 된다고ㅠ


피검사 결과 한 시간 이상 걸리고, 항생제 수액도 한 시간을 맞아야 하고 ㅠ


우리는 "피검사를 안 하면 안 되느냐? 상처만 치료해 주면 안 되느냐? 검사는 외래에서 다했는데 또 해야 하냐?" 등등 말을 하니 병원 측에선 당연히 안된다고 했다.


응급실 진료 내내 1분 1초가 초조하다.

아이는 팬미팅을 다녀와서 응급실을 다시 오면 안 되냐고 까지 했다. 당장 고름은 터졌기에 엄마인 내가 봐도 그건 아닌 거 같다했다. 아이 생일이라고 처음으로 연예인 팬미팅을 선물했는데.


'아 ~!!! 이를 어쩌나?....'


조급한 아이와 나를 본 의료진들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피검사 결과가 나오고 담담 의사 선생님이 왔다. 다행히 염즘반응이 안 나왔고 상처치료를 하고 가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조용한 환호를 질렀지만 표정으로 나타났나 보다.

의사 선생님왈 '급한 일 있으세요?'

그래서 우리 일정을 말씀드렸더니 '몇 시까지 가면 되세요?'라고 물어주신다.

그러더니 궁금했는지 '어떤 연예인 팬미팅인가요?''유명한 사람인가요?'라고 물으신다. ㅎㅎ


우리는 상처치료만 받고 가나보다 했더니 항생제 수액을 들고 온다. ㅠ 수액도 바로 맞는 것이 아닌 반응검사 15분을 해야 하고 수액도 외래에서보다 양이 많아 한 시간 이상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또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팬클럽들은 이미 도착을 해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자기만 참여하지 못하는 슬픔을 표현했다. 옆에서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마냥 시간만 보았고, 밖에서 기다리는 아빠도 어찌할 줄 몰라 차 안에서 먹일 아이의 저녁거리라도 준비해야겠다며 병원 근처를 돌아다녔다.



수액을 놔주는 간호사 언니에게도 팬미팅 이야기를 했고 사정을 듣더니 빠른 조치를 취해주기 시작한다. 그래도 수액은 마냥 느리게만 들어가는 것 같은 우리의 느낌이다.


마침 담당의사 선생님이 지나가다 우리와 눈이 마주쳤고 아직 안 가셨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더니 간호사 언니에게 오더를 내리신다. "풀드롭하고 귀가시켜드려"


오예 ~~!!!


줄지 않던 수액마저 조절을 해주며 간호사 언니는 간지러울 수 있으니 그때는 꼭 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수액은 쑤욱 들어갔고, 아빠는 차를 바로 대기했고, 나는 빠른 수납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달렸다. 덕분에 우리 아이는 늦지 않게 이화여대 삼성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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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신이 났고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우리 부부는 녹초가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정신이 드니 배가 고팠다. 우리는 이대 근처를 돌며 예전의 추억에 잠시 젖었고 밥을 먹었다.





밤 10시가 훨씬 넘어 끝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왔다. 그래도 무사히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12시가 되기 전에 할 일이 또 하나 남았으니 바로 생일 케이크 촛불 켜기 ㅎㅎ

언니까지 모여 우리는 노래를 불러줬고 초를 컸다.


그렇게 12시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했다.


하루가 정말 정말 길었다~

한여름의 기온에 비까지 내린 궂은날씨 탓에 아침에 해놓은 잡채는 쉬어버렸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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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 딸 2호의 생일날이 지나갔고, 우리는 제주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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