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중허냐 건강만 해다오

엄마 하기 정말 힘들다

by 글로다시

방학이 끝나간다. 고로 등교를 해야 한다.

나는 또 마음이 복잡하다.


아이가 아프다고 한 직후 나는 아이의 학원을 모두 끊었다. '공부가 중허냐? 건강만 해다오'라는 심정으로...

그렇게 아이는 학원 없는 편한 여름방학을 보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도 편했다. 전에는 방학이라고 해도 매일 학원을 가야 했고, 학원 스케줄에 맞춰 밥을 하고 라이딩을 했던 일상에 비하면 나도 편했다.


아이도 나도 게으르고 힐링하고 넷플릭스도 실컷 보는, 무덥지만 에어컨이 있어서, 학원이 없어서 행복한 방학을 보냈다.

개학 후 아이는 어떨까? 또 병이 도질까? 이렇게 편한 시간을 보냈으니 치유가 되었을까?

나는 두렵고 궁금하지만 아이에게 표현하지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개학을 맞이했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는 아니다 다를까 증상을 호소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지고 심장이 아프다고 한다.

'아 이를 어쩌나!'

검사란 검사는 다해보고 한약도 먹어보고 다 했는데 이제는 어째야 하나 또 고민에 빠졌다.


뇌 ct, 소아 청소년과, 심장초음파, 24시간 홀터검사, 갑상선 검사, 빈혈검사 등등 검사란 검사는 다했는데 모두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한의원에서만 심장이 약하다고 하여 한약을 복용했다. 비상으로 가지고 있다가 먹으라는 안정제를 주어 그것도 먹었다.

'이제는 뭘 또 해봐야 할까?'



아이의 증상을 아는 동네지인이 따뜻하고 친절한 정신과가 있다고 소개해 줬다. 아이가 발병하고 처음으로 갔던 정신과는 너무 딱딱하고 형식적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안 좋게 박혔다.


아이에게 친절한 정신과 선생님이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 않을래?라고 했더니 아이는 망설였다. '지금 힘든 사람은 너고 뭐라도 해봐야 되지 않겠냐'고 설득을 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그래 보자고 했다.


우리는 정신과를 방문했다.


아!! 그런데 이 정신과가 친절하고 따뜻해서 그런지 사람이 어마어마 많았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고 예약도 되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아이와 첫 방문해서 기다리는데 정말 너무너무 지루했다. 지루해하는 아이를 달래며 '정말 잘 봐주시나 봐 이렇게 오래 기다려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라며 다독였다.


드디어 이름이 불리고 들어오라고 하길래 아이만 들여보냈더니 보호자도 같이 오라고 했다. 지난번 정신과는 아이만 불러 한참을 상담했기에 그러는 줄 알았다.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더니 선생님은 아이가 이상이 없다고 걱정할 거 없다고 하셨다. '잉?'


그러면서 원하면 아주 약한 안정제를 지어 주겠다고 했다. '뭐지?'


정상이라는 데 실망감이 드는 이유는 뭐지? 상담도 무지 짧았다. 질문도 몇 가지 없었다. 친절은 했다. 안정제를 들고 돌아왔다. 꼭 필요할 때만 먹으라는 지시를 받으며...



아이는 다음날부터 안정제를 챙겨서 등교를 했다. 확실히 먹으면 편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부적을 챙기듯 교복주머니에 빠지지 않도록 꼭꼭 챙긴다.


엄마인 나는 약은 안 먹었으면 싶고, 스스로 이겨내 보면 안 될까?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아이에게 입을 열지 않는다. 이 또한 마음속에 꼭꼭 담는다.


하고 싶은 말 다해서 상처로 키운 첫 딸과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할 말을 삼키는 연습을 한다. 매일매일.




어찌 되었든 부적처럼 들고 가는 안정제 덕분인지 아이는 조퇴의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이제 치료가 되는 걸까?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걸까? 안정제가 아니 이번 정신과 방문이 우리의 마지막 여정인 걸까?


안심과 의문의 그 중간 어디쯤에 나는 와있다. 딸 2호야 이젠 이겨내자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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