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시에서 하는 청소년 상담을 선택했다.
시에서 무료로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가 길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선생님이 매치가 되어 상담이 시작되었다.
상담 첫날 아이의 지난날의 전반적인 상황을 말씀드리는데 지난 시간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눈물이 흘렀다.
아이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원래도 눈물이 많은 지라 통제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주 1회 상담실을 찾았다. 시에서 운영하는 거라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걸어갈 수가 있어서 좋다.
딸 2호와 나는 상담하러 가는 날이 둘만의 데이트 시간이 되었다. 일부러 저녁을 안 먹고 상담 가기 전에 맛집을 찾아가 먹기도 하고, 상담 후에는 달달한 디저트 가게를 들르기도 한다.
6회 차를 접어든 지금은 상담 가는 날 뭐를 먹자며 미리 약속을 정하기도 한다.
상담이 끝나면 저녁 8시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에 아이는 학원에 있을 시간이다. 하교 후 간식을 먹고 또 후다닥 학원을 가곤 했다.
공황증상이 온 후부터는 학원을 안 다니니 하교 후 아이가 여유롭다.
첫 상담 후 저녁 8시에 학원가를 걸으며 아이가 한 말이 있다.
감탄스러워하며 하는 아이말이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 같아 가슴이 아팠다.
상담을 가느라 걷는 시간에도 나는 학습이야기는 안 하려고 노력한다. 고등 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렇게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도 안 해도 되나?' 싶다가도 '건강이 우선이지' 라며 스스로 생각을 돌리기도 한다.
나도 나름대로 도를 닦는 중인 거 같다. ㅎㅎ
이제 아이는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거 같다.
하교 후 아이가 말했다.
"오늘은 역사 공부 하려고 역사책을 가져왔어"라고....
오오오 감동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상담의 효과인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오오'라는 감탄사만 나왔을 뿐 뭐라고 말해 줘야 할지 몰랐다.
"그래 열심히 해라"라고 해야 하는지 "벌써? 그러다 또 아프면 어떻게?"라고 해야 하는지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보았을 뿐이다.
상담시간에 아이가 선생님께 말했다고 한다.
"저 오늘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해봤어요"라고.
선생님의 대답이 궁금해서 뭐라고 하셨냐고 물으니
"오구오구 괜찮았어? 안 힘들었어?"라고 하셨다고 한다.
엄마보다 오히려 아이의 건강의 먼저 물었던 것이다. 역시 상담 선생님은 다르다.
상담실에 가면 많은 책들이 꽂혀 있다. 나는 아이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내가 선택한 책은 지나영 교수님의 <본질육아> 다.
아이를 기다리며 조금씩 읽고 있는데 좋은 내용이 참 많다. 어제 읽은 부분은 [감사를 배운 아이는 좌절을 이겨낸다]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건강하니 감사하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화목해서 감사하다. 등등 감사한 것들을 찾아 내자는 말이다. 그래 맞다.
나 또한 그렇다.
이렇게 상담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아서 감사하다.
학습만 힘들어할 뿐 오케 스트라 공연도 잘 마쳤고, 친구들과 밴드 연습도 잘하는 우리 딸 2호 기특하다.
찾아보면 감사한 일들이 참 많다. 감사함의 힘을 익히 들었지만 잠시 잊고 지냈는데 지금 보니 감사할 일이 참 많다.
생각의 회로를 바꾸자. 연습하다 보면 점점 더 감사할 일이 보인다.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쥐어짜서 감사하다가도 계속하다 보면 그냥 자동으로 나온다. 감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 본질 육아 중에서 -
이렇게 우리는 딸 2호에게 온 고비를 하나하나 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다시 진정한 육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