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상이었던

하루하루

by 대나무 숲

7시 알람에 눈을 떠 광역버스를 타고 , 서울로 출근하는 아들을 깨운다.

아침은 거르고 캡슐 커피 2개에 코코아, 거품 낸 우유, 시나몬 뿌려 움직이는 동선에 놔준다

7시 40분 광역 버스를 타고 아들이 출근하면 나도 똑같은 순서와 재료로 만들어진 라테 1잔 들고

TV를 켠다. TV엔 어제저녁 뉴스와 다를 바 없는 아침 뉴스가 나온다.

8시, 자고 있는 딸을 깨워 놓고 양치만 하고 간단한 차림으로 병원 갈 준비를 마친다.

눈도 못 뜨고 나온 딸도 간단히 씻은 후, 생수병, 요구르트 챙겨 차에 오른다

둘이서 별 대화 없이 병원을 간다

아침 9시

이 시간에 누가 와 있을까 마는 주차장은 지하 4층까지 가야 그나마 자리가 있.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 앞에 기다리다 3번 치료실로 들어가 5분 정도 방사선을 쬐고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지하에서 나오니 어느새 아침 해가 이마에 닿는다.

30여 분 운전해 집으로 와 털썩 소파에 누우며

아오 이제 3번 남았어

15번의 방사선 치료 중 오늘로써 12번을 채운 딸애의 소리

각자 방에서 1시간 여를 다시 자다가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김밥에 라면

동네 이름난 떡볶이

양지 육수에 떡국

달걀 프라이 얹은 김치볶음밥

양송이, 양파. 치즈를 넣은 오믈렛

냄비에 눌려 푹 끓인 눌은밥

백합 넣고 끓인 칼국수

치즈, 계란, 햄, 오이를 넣은 샌드위치

메뉴 돌려 막기로 점심을 차려도 늘 부족한 듯 하다


건강 검진에서 발견된 초기암 때문에

회사에 휴직을 하고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는 나와 딸의 일상이다.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무너져 내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래 일찍 발견해서 그만하길 다행이다 라며 마음을 달랜다

여기저기서 전해주는 다른 이의 어려움은

내 어려움을 이겨 내는 원동력 같아 무안하다

발병 초기라 수술과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딸아이에게

주위에서는 항암은 안 하니 다행이라고 작은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가 무너져 가는 마음에 위로와 힘이 된다.

위로와 더불어 오랜 시간을 같이 겪어 온 친구들이 있어 힘이 됐음을

말하고 싶다( 만약 읽고 있다면)


진눈깨비가 몰아치는 저녁에 갑자기 걸려 온 전화

나 집 앞이야 빨리 나와

??????????????????(우리 집은 지하 주차장이 없는 오래된 아파트의 1층이다)

나가보니 질척거리는 길의 운전이 어려워 퇴근한 남편을 앞세워 친구가 왔다(30분 거리다)

결혼 한 큰딸의 시어머니가 무쇠 솥에 고아서 아들가족 먹으라고 보내온 진국 설렁탕

(딸의 냉동고에서 공수해 온 듯하다)

입맛 없을 때 죽이나 쒀주라며 국산 잣 1통 ,

그리고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해 쑤지 못했다며 건네준 국산 도토리 가루

뭐야? 하니 손을 흔들고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가버린 친구


동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헤어질 때 슈퍼까지 따라와

내 장바구니에 손이 떨려 못 샀던 1KG에 300원 모자란 3만 원 딸기를 던져 주고 가는 친구

맛있게 먹은 딸이 순간 엄마를 바꿀 뻔했다고 실토했다 ㅎㅎㅎ

힘내라, 기도한다, 괜찮아질 거야

드러 내놓고 이런 말들은 없었지만 내 얘기를 들어주고

귀하게 여기는 것을 친구들이 주었다 묵묵히 바라 봐 주면서

울컥했지만 그래 힘내자 파이팅!!!!!

힘들었지만, 현재도 힘들고 앞으로도 쉽진 않을 남은 치료기간

그래도 복직해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이 고맙고

옆에서 은은한 모닥불 같은 친구들이 고맙다.

(23년 겨울에서 24년 봄까지의 일상이었다)


PS; 오늘 병원에 가서 6개월의 유예를 받았다

2주 전의 수술( 작은 용종을 제거하는) 경과를 들으러 간 병원에서 예약시간보다 1시간을 더 기다려

만나 본 담당의는 조직 검사도, 초음파도 다 양성이니 내년 4월 28일에 보자고 하셨단다

딸아이 표현에 의하면 예약 환자가 1시간 넘게 밀려서였는지 교수님 입에

모터를 단 듯하다고 말해서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다

휴 하고 숨이 내쉬어진다.

겉으로 표현은 안 했어도 딸도, 나도 내심 긴장하고 있었기에

계속 기다리다 본관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먹자고 걸어가는데

마주치는 환자들 , 특히 어린 환자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병색이 있는 얼굴로 휠체어에 실려 무표정으로 가는 아기 같이 어린 환자들

그냥 기도를 보탰다. 완치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병원을 나서며 본 가을은 깊어져 있었다 (이제 2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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