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혼자 지나갔다.
왼쪽 어깨에 담이 들고, 오른쪽 팔뚝은 감전된 듯 가끔씩 전기가 흐른다
오래전부터 앓아 온 목디스크의 영향일 것이다.
어찌 됐던 저 마음속 깊은 곳에 눌려 있던 예전 기억을 꺼내어 글로 쓰자니
쉽. 지. 않. 다
어제저녁 메뉴도 생각 안나는 머리에서 30년, 40년 전 기억은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듯
선. 명. 하. 다
글 하나를 올리고 나면 몸이 아파온다
어디라고, 어떤 부위라고 짚어내기 애매하게 온몸이 아파온다
그만 쓸까도 생각해 봤다
뭘 , 얼마나 대단한 고생이라고 더 많이 고생하신 분도 계실터인데
그리고 남편에게는 본인의 부모이다(알고 나면 어떤 마음일지도 염려가 되고)
그러나 고름이 살 되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누르고 있던 억울한 감정은 한 번 꺼내자
고구마 줄기 따라 나오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가장 큰 상처는 나 스스로에게 대한 무능함이었다
부당한 대우에 왜 한 마디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견뎌 냈는지
그깟 아파트를 해 온 게 뭐라고
부모님께나, 시부모에게 안 살겠다고, 못살겠다고 말 한마디 못 하고
쇠귀신처럼 감내했는지......
하루에 저녁 한 번만 차리면 되는 단출한 일상이다
성인 셋이 먹는 저녁은 어차피 고기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거기에 마트의 포장해 놓은 회 한 접시
그 재료들로 번 갈아 굽거나 푹 끓여내면 저녁상이 완성된다.
남편은 간단한 간식만 준비해 놓으면 아침으로 먹고, 6시 반쯤 일터로 나가고
새벽 출근이 대부분인 딸도 삶은 달걀과 요구르트만 준비하면 되는 아침이다
빨래나 청소는 나 하고 싶을 때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을 하던 , 두 번을 하던 어른 들만 사는 우리 집은 고여있는 물 같다
남편의 퇴직 전에는 와이셔츠를 일주일 입을 것을 다리고 했건만
지금은 딸아이의 유니폼 정도다
그럼에도 관절 부위마다 파스를 붙이고도, 기어코 병원은 안 가는 이상한 심리
여름 장마 같은 강수량을 기록하며 정체성을 잃은 가을이 지나갔다
추석 연휴 다녀온 선운사 단풍은 잘못 빨은 빨래처럼 곱지도 , 푸르지도 않았다
이제 김장을 해야 하는데,
뉴스에서는 강릉 안반데기의 배추 작황이 좋지 않다고 전해준다.
예전 같으면 지나쳤을 뉴스를 챙겨보는 나이가 됐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쏜 살 같은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