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어학연수, 자괴감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by Yunna

퇴사를 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서 몸이 망가졌고 쓰러진 후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었다.

퇴사하고 기쁘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늦잠을 자고, 매일 무슨 일이 터질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평온한 현실은 날 행복하게도 했지만

불안중독자답게 일상의 평화로움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함께 가져다주었다.


우선 첫 두 달은 쉬자는 마음이 컸기에 냅다 쉬었다.

사실 쉬었다기보다 뒹굴거리기와 핸드폰이 전부였다.

그러다 급 현타가 밀려왔고 뭐라도 하자 싶어 미뤘던 영어학원을 등록했다.


대학교 시험기간 이후로 오래 앉아 공부한 적이 없어 초반 일주일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적응되면서 나름 익숙해졌으나 여전히 머리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일할 땐 학생이 최고라 생각했는데, 전업학생이 되어보니 여간 배고프고 답답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일이 당연히 더 힘들다)

어떤 일이든, 공부든, 집안일이든, 연애든 각각 다른 고충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나는 갑자기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졌다.

바로 비용부터 알아보았다.

여간 비싼 게 아니었다...

전재산을 태워도 부족했다.

그러다 몰타라는 국가를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평화롭고 좋아 보였다.

다른 나라보다 비용도 아주 약간 더 저렴하다는 말에 그저 단숨에 몰타로 결정했다.

내 생에 한 번도 이런 큰돈을 내 마음대로 써 본 적이 없어 그런지

내가 지금 무슨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감흥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개같이 굴러 일 년이 넘도록 벌어도 삼 개월이면 탕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어찌어찌 어학원을 동록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시간은 점점 다가왔고 난 몰타로 어학연수를 왔다.

그리고 오자마자 후회했다.

작가의 이전글꾹꾹 누른 공깃밥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