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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Dec 13. 2022

바람의 흔적

 


검은 날개를 가졌을 뿐…


무리는 힘겨운 겨울을 나기 위해 날개를 폈다. 풍요로웠던 여름날, 십리에 달하는 대나무 숲은 흰 날개를 가진 무리들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그 누구도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줄기차게 그 무리들의 고귀함이 전해져 왔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러한 인식은 고착화되었다. 그리고 조금의 인식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이 검은 날개를 가진 무리들이 노는 곳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준엄한 꾸짖음도 전해온다. 


이제 차가운 북서풍이 불고 대숲의 주인이 바뀌었다. 운명적으로 흑과 백, 두 집단은 이 대숲에 공존할 수 없다. 각각 한 계절을 숲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 무리들의 존재함에 대해 공평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 있고 막연한 심리적 거부감 일 수 있는 것들에 의해 달갑지 않은 불청객 정도로 전락해 버리는 무리도 있다.


그래서 이 검은 무리의 날갯짓과 귀소(歸巢)를 위한 군무에는 떨쳐버릴 수 없는 운명의 무게가 무겁게 실려 있는 것 같다.





바람의 흔적.


아무튼 날갯짓은 그러했다. 공간을 가득 메운 소음 속에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흐름의 규칙이 작용하여 혼란스러운 상황의 이 비행들이 무질서하지 않고 그 날갯짓은 잔망스럽지 않았다. 또한 펼친 날개깃 사이로 공기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은 바람이 되어 흔적으로 남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도 아주 가끔씩 가슴을 도려낼 만큼 시리고 아픈 바람이 불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씻겨지지 않는 바람의 흔적들이 남겨지곤 한다.


온갖 편견과 탐욕 그리고 편향된 인식 등으로 일으킨 바람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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