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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Feb 21. 2022

반말하지 마세요.

반말의 그늘


옛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 마디 던지는 말의 어투나 단어의 선택, 또는 뉘앙스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차이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며칠 전 매달 정기적으로 받는 혈압 약 처방전을 받기 위해 동네병원을 갔다. 근처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병원이기도 하고, 근래에 들어 코로나 백신 접종 때문에 빌딩 한층 정도 쓰는 병원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간호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좀 늘어난 것 같은 데도 워낙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정신없어 보였다.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학생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간간이 섞여 있긴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접수를 하기 위해 신청서 작성을 하는데 약간의 혼란을 겪는 것 같았다. 내가 처방전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20여분이 체 안 되는 시간 동안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접수업무를 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에게 거친 반말로 무언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병원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주시하였다. 그의 항의가 정당하던 아니던 현재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모두들에게 호응을 얻지는 못하는 듯했다. 


처방전을 받고 1층 약국으로 내려와 처방전을 접수하고 약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년 남자가 여자 약사에게 “온누리 상품권 받나? 경상도 특유의 억양과 반말로 툭 내 던지듯 말했다. “안 받는데요?” “와, 안 받노?” 그렇게 몇 번의 설명과 질문이 오가는 사이 약사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상태일까 궁금했다. 독특한 서열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는 대인관계를 맺을 때 처음 시작하는 것이 서열을 정하는 것이다. 고향, 학교, 나이 등등을 확인, 서열을 정한 후 좀 더 관계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서열이 위인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아님, 굳이 아랫사람이 편 하게 말 놓으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이는 인간관계를 더 친밀하고 끈끈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반말이 매개 역할을 하는 경우이고, 

어느 대기업 간부가 말단 부서 신입사원에게 전화통화 중 신분도 밝히지 않고 반말하다가 호되게 당하고, 그 달의 건의사항에 올려져 “전화예절을 지키자”는 표어가 전화기마다 붙어졌다는 전설이 풍문으로 내려오기도 했듯이…

반말도 말하는 사람의 태도나 듣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풍부한 언어 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부적절하게 반말을 남발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이는 외국어에 비해 감정표현에 있어 다양하고 섬세한 우리 언어의 우월성을 반감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다고 생각한다. 그렇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을 하다 보면 자신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뜻해지지 않을까?  아무튼, 빠르게 변화하는 현시대 신조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자칫 태만하게 되면 신세대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가운데, 그렇지 않아도 젊은 세대와 단절을 걱정하는 판에 내가 나 임내 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반말을 일삼는 중년 남성들에게 같은 중년으로서 진지하게 한마디 남겨본다. 

“초면에 반말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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