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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Feb 07. 2022

설 연휴가 남긴  작은 흔적

난 자리에 대한 2월 4일 기록


오늘도 역시, 아침 일찍부터 저절로 눈이 떠진다. 퇴직 후, 지나친 해방감에 자칫 흐트러질 수 있을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세우고 눈 뜨자마자 하기로 한, 몇 가지 루틴을 예외 없이 해내고 만다.

설 연휴도 부산스럽지 않게 차분히 지났다. 아들 방 방문을 슬쩍 열어 본다. 마치 단 한 점의 다녀간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다. 침대에 걸터앉아 베개를 토닥거려 본다. 온기가 시트에 채 스며들 새도 없이 이렇게 며칠 왔다가 휑하니 가버리는 날이 있은 후에는 마음 한구석이 빈 것 같은 허전함에 시달린다. 가뜩이나 부부 둘이 살기에 좀 넓다 싶은 집도 황량함을 보태어 더욱더 그러하다.


멀리 해외에 살기에 쉽게 오갈 수 없는 큰 아이는 차치하더라도 막내아들은 일찍부터 품 안을 벗어나 타 지역에서 공부한 터라 이러한 일련의 반복되는 행위에 학습되어 무덤덤했는데 갑작스럽게 변화된 내 환경 탓일까? 마음속 허전함의 정도가 점점 커져만 가는 듯하여 걱정이다.


언제까지 품 안의 자식으로 품고 살 수 없음을 잘 알고, 자식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형상화해서 보여줄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라고는 고작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는 아들 옆에 말없이 쓱~ 다가가서 슬쩍 누워 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온전히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을 침대 한구석에 고스란히 남겨 두고 조용히 물러나곤 했었다.

상경하는 날, 

열차시간이 비교적 이른 아침이라 주섬주섬 차려준 뜨끈한 곰탕 한 그릇 서둘러 비우고 같이 집을 나셨다. 내심 KTX역에 좀 일찍 도착해서 따뜻한 커피나 한잔 같이 마시고 보낼까 하여 서둘렀으나 아쉽게도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아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플랫폼에서 얼마간 기다리자 열차가 바로 도착했다. “도착하면 연락해!” “”장갑 끼고 다녀!” 등등 습관처럼 하는 쓸데없는 당부에도 일일이 알았다며 짜증하나 내지 않고 다 받아 주기에 한편으로 나의 애잔함이 도를 지나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닌데… 돌아오는 차 안, 노래를 틀고 볼륨을 높였다. 


그렇게 해서 오늘 이 순간 침대에 걸터앉아 베개를 토닥거리고는 굳은 다짐을 하며 마음속에 작은 흔적을 하나 남긴다. 해가 거듭 될수록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여려질 것이고 그만큼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에 의한 공허함과 허전함은 커질 것이 분명한데 벌써부터 이러지 말자 하고… 어차피 마지막엔 사랑한 이 모든 것을 남겨 두고 떠날 날도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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