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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해 Mar 16. 2024

엄마를 싫어했던 엄마

?

 "그래도 난 사실 널 제일 좋아했어."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신이 제일 좋아한 사람은 아빠. 그리고 다음은 언니. 날 싫어했잖아, 당신을 닮았으니까.


 엄마는 외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외모도 성격도. 삼 남매 중 제일 많이 닮았는데 외할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싫어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60년대 태어난 엄마는 삼 남매 중 둘째 딸로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 야간고등학교를 나왔다. 낮에는 미싱기를 돌렸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을 다녔다. 공장을 다니면서 엄마는 아팠다. 몇 개월 간 일을 쉬게 되자 외할머니는 엄마를 데리고 무당집에 데려갔다. 무당은 엄마가 얼마 못 살고 죽을 팔자라고 했다. 그 후 방에 누워 아픈 엄마를 외할머니는 방치했다.


 엄마는 외할머니 같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학교준비물 살 돈도 안 챙겨줘 학교선생에게 혼나게 하던 외할머니흉을 보며 책이나 문제집 살 돈은 꼭 챙겨주었다. 젖먹이시절부터 학교 가기 전까지 친적집에 맡겨놓고 돈 번다고 찾으러 오지도 않던 외할머니흉을 보며 자기 자식은 다른데 안 맡기고 자기 손으로 키운다고 했다. 그래서 이혼도 안 했다고 하는데.

 새까매진 밤. 어린이집 셔틀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창밖을 볼 때 난 몇 살이었나.

 술에 취한 부모를 찾으러 가고 토에 젖은 몸을 닦이고 경찰에 몰래 신고해야 했던 조용하고 까만 밤.

 

 나의 24살. 약들을 입안에 조심스레 털어 넣은 아침. 이걸 다 먹으면 정말 나 죽는 걸까? 이 정도는 그래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엄마에게 오늘 저녁 자취방에 와달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몇 시간이 지난 걸까, 약에 취해 몽롱한 나를 발견한 엄마는 냅다 내 머리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끌고 가며 야무지게 발로 패주고 주방에서 가위를 들고 와 내 긴 생머리를 마구잡이로 잘라 우스꽝스러운 단발로 만들어버린다.

 엄마에게 맞는데 처음으로 기뻤다. 나를 유일하게 구해주는 존재. 엄마는 나를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는 엄마에게 감사했던 외로운 나.   

 도미노처럼 무너진 삶이 다시 일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계속 무너지는 건 쉽다. 그러니 일어설 힘이 없다면 그냥 쓰러지리.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의 머리칼을 흔들고 뺨따귀를 때렸다.

 "일해! 일해라고!"

 멈출 수 없다. 돈을 벌어야 한다.


 “엄마, 불안해. 불안해 죽겠어. 왜 불안한지 모르겠는데, 눈을 못 보겠고, 손이 떨리고, 자꾸 불안해. 이러다 미칠 것 같아. 엄마, 엄마.”

 “참아! 참으라고! 다 니 마음의 문제야.”

 폭발한 나는 운전하고 있는 엄마를 흔든다.

 “나 정말 죽겠다니까!”

 그 와중에도 엄마는 끝까지 운전대를 사수하며, 나의 행동에 스스로 놀라 숨을 고르고 있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대체 왜 사니?”


 툭 끊어진 엄마와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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