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을 부르는 유혹

시로 보는 세상

by 맑고 투명한 날

아주 어릴 때

넌 나에게 소리 없이 다가왔지.


항상 웃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었지

해맑은 모습에 바보처럼 반해버렸어.


결국

우린 서로의 두 손을 꼭 붙잡았지.


하지만 넌

두 손을 모두 잡고 있어 답답하다 했어.


손을 모두 놓아 버리면 남이 되고

손을 모두 잡고 있으면 답답하다며...


그래서 타협했지.


너와 난

한 손은 잡고 다른 한 손은 잡지 않았지.


그래서 좋았지.

아주 잠깐 동안만...


넌 자유로운 손으로 나 아닌 다른 남자의 손을 붙잡았지.

내가 따지자 넌 그냥 친구라 했어.


얼마 후.

날 잡고 있던 손이 점점 느슨해졌지.


점점 풀어지는 너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내 손 외면하고

다른 남자 손만 꽉 붙잡았어.


그런데...


그때

다른 여인이 내 빈손 따듯하게 잡아 주었지.


그때... 넌... 폭발했어.


왜 자기 아닌 다른 여인의 손을 붙잡냐고.

그건 자신에 대한 엄청난 배신이라 말했지.


그런데 넌 이미 내 손을 놓으려 했잖아.


그러니

넌 너의 길을...

난 나의 길을...


그렇게 우린 어설프게 잡은 손을 그냥 놓으면 그만인 거야.


네가 바보가 아니듯 나 또한 바보가 아니니까.


잡았던 너의 손.

이제는 내가 먼저 놓으려 해.


너의 손.

더 이상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빨리 각자의 길로...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


연인이 진정 사랑한다면

마주 잡은 두 손은 항상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걸

넌 행동으로 알려줘서 고맙다.


연인은 아주 작은 빈틈으로도

사랑이 멀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니까.


우린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 뿐.

절대 완성될 수 없어.


그러니 미련도 원망도 모두 잊고

각자의 길로 가자.


넌 날 유혹하고도

그걸로 만족 못해 다른 남자도 유혹했다.


파멸을 부르는 너의 유혹.


이제 그만해.


비록 하나였지만 잡았던 너의 손.

이제 놓을 거야.


가자 각자의 길로.

그동안 즐거웠다.


파멸을 부르는 너의 유혹

... 이제는 싫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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