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귀찮아질 때

시로 보는 세상

by 맑고 투명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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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설렘이 완전하게 사라졌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조차도.


그냥 만사가 귀찮다.


하지만

모든 관계를 다 끊을 순 없었다.


그 이유는 우습게도

먹고살려고...


그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관계는...

강제로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더 싫다.


내가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왜 난 싫은 사람과

강제로 대화하고

원치 않는 소통을 해야 하는가.


난 왜

그들을 극도로 혐오하게 되었나


그 이유를 곰곰이

아주 자세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날 지나칠 정도로 떠 본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말로 떠보고


누구라도 혹할 만한

제안으로 떠보고


그래 맞다.

그들은 날 항상 떠본다.


자신은 두꺼운 가면 뒤에 꽁꽁 숨기면서

나에겐 모든 것을 내보이라고 강요한다.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그들을 그토록 혐오하는 거였구나.


표리부동한 자들.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인간들.


그래서 역겨웠구나.


그들 목소리만 들어도

뱃속에 욱여넣었던

모든 것을 토할 것처럼

헛구역질이 멈추질 않던 이유가.


날 향한 한없는 상냥함 뒤에 숨은

간교함.


겉으로는 날 위하는 척 하지만

실은 내 모든 것을 이용하려는

흑심.


그랬구나.

그래서 그토록 역겨웠구나.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아니야.


개미지옥처럼

한번 빠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내 처지가 가장 큰 문제지.


만사가 피곤하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더 이상 설레지 않았구나.


모든 것이 귀찮아질 때...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내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저기 있었던 내가

지금은 여기 있고

내일은 더 먼 곳으로

가 있을 것이다.


그래 난

참 잘 견디고 있었구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사실

그들도 이런 내가 역겨울 거야.

그들도 사실은

나처럼 먹고살려고

원치 않는 나와 말을 섞는 거겠지.


그들이나 나나

우린 둘 다 인생의 피해자들.


그래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동반자가 된 것일 뿐.


그냥 웃자.

어차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이유를 그렇게 따져봐야

결국 비참하고 초라해지는 건


그들과 나뿐일 테니...

그래 나뿐일 테니...


결국은...


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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