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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오후...

사람 사는 이야기

by 맑고 투명한 날

요즘은 정말이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든 시기다.


국제적 이유가 되었든

국내 문제가 되었든.

이유야 어디서 왔건 간에.

정말 더럽게 먹고살기 힘든 시절인 것은 맞다.


다들 그런 상황을 참고 있고

남들에겐 잘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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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인 한 분이

너무 힘든지 나에게 하소연을 하신다.


그분은 식당을 하는데

장사가 안되어도 너무 안된다고

정말 죽지 못해 산다고 그런다.


"아... 네... 그러시군요."


내가 그분의 넋두리에 대해

할 수 있는 위로는 사실 이게 다다.


그분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해 드릴 수도 없는 거고.

직장에 다니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단체 손님을 몰아 드릴 수도 없는 거고 말이다.


그런데 점점 하소연이 길어진다.

나도 힘들고 괴로운데.

자신이 괴롭다고 계속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폭발을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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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이승만부터 시작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를 거쳐

이명박, 박근혜를 찍고.


최근에는

윤석열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그런 사람이다.


나이도 나보다 많고

정치색 빼고는 큰 마찰이 없어

그냥저냥 알고 지내는 그런 사인데.


힘들다고 하는 것까진 그렇다고 하지만.

물론 이것도 계속 들으면 지겹다.

갑자기 김대중을 시작으로

노무현부터 문재인까지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어

이 나라가 이 모양 이지경이 되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뚜껑이 열릴 뻔했다.


정말 나이만 나랑 비슷하거나 어렸으면

한소리 단단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하지만 눈치가 하도 없어서 그런지

그만 이야기하자고 하는데도. 끝날 줄 모른다.


그래서 내가 바쁘니 그만하자고 하고는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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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심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한심해.


코로나 때 나온 지원금은

날름날름 다 받아 처먹어놓고

빨갱이 정책이라고 욕하던 인간.


평소 윤석열은 박근혜처럼

억울하게 탄핵되었다는

개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인간이.


뭐? 경기가 안 좋아서 죽겠다고?

지금이 문재인 정권인가?

윤석열 정권이 5년의 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는데도

아직까지도 문재인 타령이나 하고 자빠졌다.


다른 지인들이 내가 어떤 성향인지 말을 안 해준 건가?

다 알 텐데. 아니면 일부러...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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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개판으로 정치를 해도

윤석열을 위시한 보수 대통령이 최고라는 인간이.

왜 나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하냐고.

지들끼리 모여서 지지고 볶든지 마음대로 하지.


이재명이 대통령 될 거 같으니까.

속된 말로 쫄 리나 보다.

아니 진짜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


아니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자신의 식당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다 이재명 때문이라고

미리 밑밥을 깔려는 수작 일 수도 있고 말이다.


하여튼 싫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이딴 놈들이 아직도 내 주변에 서성인다는 게.

그리고 낯짝 두껍게 연락을 한다는 게 싫다.


내 성격이 좀 그런 게.

한번 싫어지면

다시는 그 사람에게 마음이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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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하지만...


그래 그 사람도 내가 어려울 때 도와주지 않았나.

그 사람도 내가 힘에 겨워 넋두리를 할 때 많이 들어줬잖아.


그래 세상은 공짜가 없는 법.

내가 힘들 때 그 사람에게 기대었으니.

나도 그 사람이 필요할 때

의지처가 되어야 하겠지.


으으... 하지만 싫다. 싫다고...

으으... 난 참 못되었다.


그깟 하소연 좀 들어주는 게 뭐가 대수라고.

사람마다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게 마련인데

난 왜 그런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나.


거기다 어차피 그 사람이 지지하는 정치 집단은 완전 궤멸 상태 아닌가.

난 솔직히 아쉬울 게 하나도 없잖아.


그럼...

그런 건 다 핑계고 사실 내가 힘드니까

그걸 그분에게 투영했나 보다.


힘든 내 모습을 그분의 모습을 통해 나를 바라보니.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


요즘 말로 이런 경우는 '긁혔다'라고 하던데.

내가 그런가 보다.


내 알량한 자존심이 그분의 말로 상처를 입었나 보다.

그러니 방어기제가 발동을 한 거고.

그래서 그분이 미워졌던 것이고 말이다.


그렇네.

사실 짜증을 유발한 건 그분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못된 마음이 준동을 한 거네.


독재를 타도하자고 하면서

난 스스로가 독재자가 되어 있었다.


그분의 정치 성향까지 내 마음대로 하려는 독재자.

그게 안되니까 짜증이 폭발한 거고 말이다.


아휴... 나란 존재.

가벼워도 정말 너무 가볍다.


독재를 혐오하다

독재자가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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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고 참회해야겠다.

관세음보살께서 그분으로 현신해

나란 존재가 얼마나 한심한지 깨우쳐 주신 것 같다.


그래 정신 차리자.

짜증을 낼게 아니라 내 마음공부가 엄청 부족했다는 걸 깨우치는 계기로 삼자.


그래도

짜증이 잘 사라지지 않네...

어이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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