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졌던 순간에는... 46화

약간 피폐한 로맨스

by 맑고 투명한 날

아무리 진정하려고 해도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핸드폰을 서성호에게 건네받았지만...


액정 속 사진에 혹시라도 지소영이 있을까 봐.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제발... 제발... 소영이가 아니길... 아니지... 젠장... 내가 왜 이래야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서성호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을 한 채.

계속해서 자기 가슴을 북북 긁었다.


"으으..."


난 서성호가 건네 준 핸드폰 화면을 끝내 봐야 했다.


절대 도망갈 수 없는...

이 화면 속에선 절대 지소영의 모습이 보여선 안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있었다.

서성호가 보여준 화면 속 사진에는...

분명하게 있었다.


자기 가슴을 수도 없이 깨물어

상처가 나을 틈조차 주지 않는다는

그 범인의 모습이...


그렇게 기도했건만...


화면 속에는 지소영의 모습이 있었다.

언제나 보았던 그녀의 환한 미소가 지금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으으..."


이상하게 화도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나버린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


"네 가슴에 있는... 그 상처 말이야..."

"그래. 그 강아지지."

"뭐... 뭐라고?"


놀라운 말이었다.

난 놈의 말에 다시 핸드폰 속 화면을 바라보았다.


분명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지소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지소영은 아주 작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강아지인 주제에 얼마나 물던지..."

"..."


난 두 번, 세 번... 아니 계속해서 액정 속 사진을 보았다.

그러다 화면을 확대해 자세히 보았다.


분명 강아지가 지소영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럼 지소영이 아니라...


이 강아지가... 서성호 가슴을 물었다는 건데...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놈인데... 이빨도 제대로 안 난 놈이 어찌나 내 가슴을 물던지... 이상하게 내 가슴만 물어. 소영이는 안 무는데. 그놈의 강아지 새끼가 말이야."

"그... 그래?"


나도 모르게 안도했다.


그래. 맞아.

지소영이 이 놈과 몸을 섞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

난 어제 지소영에게서 확인하지 않았나.

그녀에게 첫 남자는 바로 나라는...


아닌가?

그렇잖아. 요즘은 처녀막 재생 수술도 쉽게 하는 세상이야.

거기다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아주 고전적인 수법으로

처녀처럼 가짜 피를 흘리게 만드는 물건을 파는 곳도 많잖아.


그래 그러고보니 이상하긴 했어.

어제 소영이가 나와 몸을 섞은 이유가.


만약 놈과 그 짓거리를 하고선.

그걸 숨기기 위해 나랑 잠자리를...


아니야.

그러기엔... 소영이는 분명...

내가 첫 남자였어.


수많은 여자와 몸을 섞고 난 뒤.

난 여자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지.


그래 소영이는 절대... 날 속이지 못해...


아니야.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잖아.


여기 서성호를 봐도...


아아... 아닌가?


잠깐...

그런데 왜 소영이가 강아자를 안고 있고.

그걸 왜 사진으로 찍어서...

거기다 이 핸드폰은 서성호의 핸드폰인데.


왜 서성호 핸드폰에 소영이 사진이 있는 거야?


난 괴로웠다.

수많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날 괴롭혔다.


"성근아, 그 사진 말이야. 뭐가 잘못된 거니?"


서성호는 괴로워하는 내 반응을 보며 굉장히 의아해했다.


"성호야... 그런데 말이야..."

"응?"

"왜 소영이 사진이... 네 핸드폰 속에 있는 거야?"

"왜 있냐고?"

"응, 왜?"

"그거야, 소영이랑 함께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했으니까."

"..."


서성호는 내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아하... 그거였어? 그거였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네."


서성호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표정이 확 굳었다.


"너 설마... 내가 소영이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생각한 거야?"

"..."

"맞네. 그래서 내가 소영이 원룸에서 나왔을 때 갑자기 멱살을 잡고선..."

"그게 말이야..."


내 속마음을 서성호에게 들켰다.

그래 맞다.


난 서성호가 지소영과 몸을 섞었을까 봐.

그래, 그건 절대 참을 수 없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건 걱정 마라. 난 소영이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

"..."

"착하긴 한데. 고집도 세고 이상형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이런 말을 너 앞에서 하면 좀 그렇지만.... 막 성적으로 끌리고 하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거든."

"..."

"거기다 너도 잘 알겠지만. 내가 호빠에서 일하면서 여자라면 아주 학을 띤 놈이야."

"혹시 날... 안심시키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순간 서성호는 말도 못 하고, 엄청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성근아, 내가 이런 말하면 진짜 미안한데... 나 마음만 먹으면 여자들하고 관계를 가지는 건..."

"알아. 안다고... 그런데 나한테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 그래."

"내가 맹세할게... 난 절대 소영이와 그런 관계가 아니야. 내 어머니를 걸고... 아니지 지금은 돌아가셨으니까... 살아계신 아버지를 걸고 말할게... 만약 내가 너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나의 아버지가 죽게 된다고 말이야."

"네가 아니고 왜 너의 아버지를..."

"그 정도로 내 말을 꼭 믿으라는 거지."


하지만 이상했다.

나에게 거짓말을 일삼던 놈인데...


거기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아버지를 대신 언급한 것도 그렇고...

아닌가?

지금은 진실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소영이 문제에서는 그렇게 믿고 싶은 건가?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믿지 못하는 눈치 같은데. 네가 잘 보라고... 강아지가 이빨은 없어도 얼마나 무는 힘이 좋은지... 이런 흔적이..."


놈은 내 눈앞에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이건 소영이 입크기가 아니잖아. 안 그래?"

"..."

"봐. 상처 크기가 너무 작잖아. 아무리 소영이 입이 작다고 해도... 이 정도로 작지는 않을 거 아냐. 안 그래?!!"

"..."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뭔가 우롱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이 가렵다.


##


서성호와는 그 이후 헤어졌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헤이지기 전.

집 근처에 있는 국밥집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그래 그게 다다.


서성호와 헤어지고 난 뒤.

옥상으로 다시 올라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콜록콜록..."


갑자기 담배 연기 때문에 심한 기침이 나온다.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우다가는

폐암에 걸려 죽을 것 같았다.


서성호가 하도 아니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잘 생각해 보니...

놈이 날 속인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나.

이빨도 안 난 생후 1달 정도 되어가는

강아지가 물어서 생긴 상처라고 보기엔...


하지만. 성호 말대로

물린 자국의 크기가 매우 작았다.


거기다 소영이의 이빨 자국이라고 하기에도...

난 내 가슴에 있는 진짜 지소영이 문 자국을 살펴보기로 했다.


날 위해 조현영이 상처에 붙여 놓았던 밴드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하아..."


모르겠다.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분명 크기는 다른 거 같은데...


그러다 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튀어나왔다.


"소영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그러다 순간적으로 인상이 써진다.

만약 지소영이 아니라고 한다면.

난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하지?


그렇잖아.

만약 진짜 지소영이 서성호 가슴에 그런 상처를 만들었다고 해도

어떤 바보가 곧이곧대로 말하겠나.


"으으..."


하지만 이렇게 멍청하게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지소영을 잘 구슬려 진실을 아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았다.


그래...

소영이를 잘 다독인다면...

호빠에서 일 한 닳고 닳은 서성호 보다는...

그래도 지소영이 내게 진실을 말할 확률이 더 높다.


만약 말을 안 한다면...

내가 진실을 말하도록 하면 되는 거잖아.


"후훗..."


나도 모르게 묘한 미소가 지어지고.

내 입꼬리를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간다.


난 지소영 원룸으로 재빨리 차를 몰았다.

이렇게 혼자 고민해 봐야.

의문은 절대 해소되지 않으니까...



47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