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프니까 아프다고 하지

사람 사는 이야기

by 맑고 투명한 날

10월 달부터 시작된 독감이

12월 22일 월요일이 된 오늘까지도

완전하게 낫지를 않네요.


약을 먹고 좀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또 시작되는 극심한 왼쪽 편두통.

그리고 심한 몸살 증상...


아니 어떻게 독감이 이렇게 오래갑니까?

도저히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네요.


병원에서는

잠을 깊이 푹 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병원에서 말한 주의 사항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네요.


몸이 아파서 그런가

밤에는 거의 1시간마다 깨어나고

주위에서 아주 작은 소리만 나도

짜증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거기다 먹고살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컨디션 난조로 제대로 못하게 되니.


절 지켜보는 주위의 눈길도

언제부턴가 제가 진짜 아픈 건가 하는

의심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이젠 이런 독감 따위에 속절없이 휘둘리니 말입니다.


코로나 시절.

거의 막판에 걸려서 거의 한 달을 날린 경험이 있기에.

주의하고 또 주의하는데도, 이젠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몸이 아프면 사람이 서글퍼진다고 했나요.


20살 이후부터는

나 스스로가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야 하고

그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생활력입니다.


즉, 돈을 잘 벌어야 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20대야.

대학을 다닐 시기고

남자는 군대 다녀오고


제대 후에는

바로 입사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할 수 있는 경제 활동이라는 건

시간제 아르바이트 아니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막노동 정도인데요.


결혼을 하고 집안을 책임져야하는

30대가 된 이후에는

생활력에 대한 압박 강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금은 제가 재취업도 안 되는데요.

그 이유 대부분이 나이가 많다는 겁니다.


하아...

이젠 퇴짜를 맞는 결정적 이유가 나이 때문이 되었네요.


머리며 수염이며

전부 하얗게 변해서.

머리를 염색해도 그때뿐이고.

귀찮고 돈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그래서 지금은 안 합니다.

몸이 나이 들어 온전하지 못한데.

머리만 검다고 젊어 보이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염색이라도 좀 하면

재취업이 쉬워지려나요. ㅎㅎㅎ.


하지만

내가 사장이라고 해도

나이 많은 사람은 거절할 거 같습니다.


이렇게 툭하면 아프고

거기다 아프면 잘 낫지도 않으니까요.


2020년 전까지 하던 개인 적인 일이

지금까지 잘 풀렸으면

이런 금전적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텐데.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인터넷을 보니

호프집을 운영하시는 분이 나오는데.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아서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대부분 물건 구매가 온라인.

즉, 인터넷을 이용한 구매가 주를 이루어

동네에 있는 상점들이 타격이 크다고 하네요.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패턴으로 완전히 바뀌어

동네 술집이나 노래방. 옷집 등등.

직접 와서 소비를 해야 하는 곳이 타격이 크다고 합니다.


거기다 온라인은 자본력이 많은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들 판이잖아요.

개인이 섣불리 도전했다가 큰 손해를 입기 쉽습니다.


이런 시기에 잘못 사업을 시작하면

피보다 더 소중한 종잣돈을

모두 한순간에 날리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모두들 몸을 사리고 있나 봅니다.


저도 제 소비 패턴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온라인에서 옷이며 라면, 쌀 등 필수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외 필요한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있네요.


후우...


이래저래 몸이 아프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만 하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주위에서 엄청난 압박을 하다 보니.

심적 여유가 사라지고 있네요.


참 답답합니다.


어디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찢어지면

그게 눈에 확 드러나니까.

뭐라고 안 하는데.


독감에 걸려 엄청난 편두통에 몸살 기운이 있어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라는 말을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로 대신 들으면

내가 로봇도 아닌데

너무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 돈을 잘 벌던 시기.

조금만 더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거 같다는 생각에

잠도 줄여가며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지금 내가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의욕이 떨어지고

이유 없이 일을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그게 '번 아웃' 증상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연료를 다 소비해

더 이상 태울 게 없는 상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번아웃 그것도 다 핑계라고 생각했습니다.


날 더 몰아붙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러다 어느 순간 완전히 일에 대한 흥미를 놓아버리는 순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기 상황에서도

그동안 내가 벌어 놓은 돈이 있어

당장은 먹고살만하니까.


생계에 관련된 엄청 중요한 것에 대해

자꾸만 속으로 너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망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했어.

이 정도면 된거지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런 망상에 빠져

절 주위에 그딴 식으로 변호했습니다.


이 세상에 제일 무서운 말이 있는데.


자기 합리화...

핑계...

변명...


입에 이걸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그건 진짜 볼장 다 본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제 입에선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그때의 업보로 인해.

더 이상 내 말에는 신뢰가 없어졌고

그래서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니까 아프다고 아무리 말해도

다 나약해 빠진 정신 상태 때문이고

책임져야 할 것에 대한 도피를 하는 것이며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마저 져버린

뭐 그런 파렴치한 놈이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조조의 대군을 상대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하겠소?]

[그야 당연히 동남풍이지요.]


삼국지 적벽 대전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말입니다.


이걸 제 입장에 대입해 보면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야 당연히 주위에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만한 많은 돈이지.]


그렇네요.


제가 돈을 많이 벌 때는

주위에서 저에게 그 어떤 불만도 말하지 않았는데.


이젠 예전처럼 돈을 못 버니.

마치 늙어서 힘이 완전히 빠진 개처럼

여기저기서 모든 문제의 근원이

저라고 엄청난 비난을 퍼붓습니다.


그놈의 돈돈돈...


아마 죽기 전까지는

이 엄청나고도 어려운 명제에서

절대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할 거 같습니다.


아프니까 아프다고 말하는 건데.

그걸 들어줄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네요. ㅎㅎㅎ


참 재밌는 세상입니다.




... fi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