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16
혹시 주변에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나요?
없으시면 다행인데, 저는 불행하게도 있었습니다.
두 개 팀에서 팀장을 했었고, 세 개 팀을 묶어서 실장도 했었는데 꼭 한 명씩은 있더라고요.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어라', '모든 이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던데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부류가 있습니다.
꼴통 보존의 법칙
물리학에 '에너지 보존 법칙(Low of Conservation of Energy)'이 있다면, 회사에는 '꼴통 보존의 법칙(Law of Consevation of the Black sheep)'이 있습니다.
풀밭의 흰 양 떼들 속에 검은색 양(Black sheep)은 정말 눈에 잘 띄는데 이렇게 눈에 띄는 것이 좋은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와 연결되어서, 무리와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골칫덩어리 혹은 말썽꾸러기의 의미로도 쓰인다고 합니다(Ellie의 100% Real USA Life 블로그에서 발췌).
'꼴통 보존의 법칙'을 살펴보면...(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나름 활용해 보았네요.)
- 외계와 접촉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는 꼴통의 수는 일정합니다.
- 꼴통은 그 형태를 바꾸거나 다른 곳으로 전달할 수 있을 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 즉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꼴통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바로 고립계를 벋어나 외계와 접촉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계는 '다른 회사 또는 사회로의 방출'을 의미하는데, 희한하게도 외계로의 이동은 없고 꿋꿋이 고립계인 회사에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여러분 주위에 없다면 다른 팀 또는 다른 본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혹시 이런 직원이 없나요?
제가 경험한 꼴통 직원은 이렇습니다.
- 일을 못하거나 안 해도 늘 바쁘다는 말이 입에 붙어 있습니다.
- 업무는 안 해도 개인 일은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합니다.
- 이유는 모르겠으나 항상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살고 있습니다.
- 매우 드물지만 업무 사항으로 전화를 할 때면, 모든 직원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대화합니다.
- 암호화폐 거래소에 개인의 계좌 확인 및 상태를 사무실에서 소곤소곤 전화합니다.
- 나름 효자인지 어머니께 안부전화도 사무실에서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통화합니다.
-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는지 손자로부터 영상전화가 오면 다 들리는데도 꿋꿋이 사무실에서 전화합니다.
- 우리가 몰라도 될 개인사에 대한 내용도 사무실 내에서 굳이 통화합니다.
- 해외 골프 여행 준비 및 조율을 위한 사적인 통화도 사무실에서 다 들리도록 합니다.
- 출국 비행시간도 꼭 저녁시간에 잡아, 퇴근시간 이전에 슬그머니 사라져서 공항으로 갑니다.
- 해외 골프 여행 후 바로 출근해서 피곤한지 사무실에서 졸고 있습니다.
- 잠시 자리를 떠난 후 한참의 시간이 흘렀는데 보이지 않고, 퇴근시간이 넘어서도 안 보입니다.
- 해외여행 후 뒤풀이를 한다고 술 마시고, 다음 날 또 사무실에서 졸고 있습니다.
- 보고 절차는 개나 줘버리고, 비슷한 족속의 회사 직원을 통해 업무를 편법으로 잘도 처리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조치를 못 취하고 있으니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이지요.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합니다
왜 이런 직원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실장이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이유로 구두로 경고를 했다가, 나중에 오히려 사과까지 한 적이 있었으니 더더욱 손대기가 어렵게 된 상황입니다.
희한하게도 이런 안 좋은 소문은 금방 사방으로 퍼져서, 팀장과 실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됩니다.
그 이유가 다음 중 무엇일까요?
1. 최고경영층과 친인척관계로 낙하산으로 내려옴.
2. 강성 노조에서 한때 ○○위원장을 한 후 노조 뒷배로 사무실에서 근무함.
3. 회사 소재지의 국회의원과 막역함 사이.
이 세 가지 중 하나 또는 두 개일 수 있지만, 여하튼 기분 나쁜 존재입니다.
이런 부류의 특성 중 하나가 예의도 없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잘 통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직에 위해를 가하고 나아가 조직을 와해시키는 직원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팀장과 실장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직원과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듣기도 싫고, 알고 싶지도 않은 개인사를 매일 수차례씩 듣고 있는 것 또한 스트레스입니다.
저렇게 놀아도 비슷한 연봉을 받는데, 굳이 열심히 일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습니다.
일부 직원은 공공연히 자신의 '롤모델(Role Model)'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닙니다.
조직의 한쪽 기반이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이네요.
이제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신입사원이나 노력하는 직원이 꼴통 직원과 직간접이라도 연관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업무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추가로 할 것이 있다면 꼴통 직원들이 더 큰 일이나 말썽을 부리지 않도록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나마 조직을 유지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때 묻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꼴통과 씨름하고 계실 모든 팀장과 실장님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