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 대해 이해하기
반려묘 두 마리
저희 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색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자는 방향도 다르고 기타 등등 다릅니다. 한 마리는 흰색 '페르시안'이고 나머지는 흔히 고등어라고 불리는 '코리안 숏헤어'입니다.
첫째, 페르시안은 성격이 차분하고 조용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입니다. 자기가 아쉬울 때(배고플 때, 궁디팡팡할 때)만 가까이 와서 "야옹"하며 요구를 하는 스타일이지요. 처음 키워본 고양이라 모든 고양이가 이런 줄 알았습니다.
둘째는 보호소에서 입양한 코리안 숏헤어는 성격이 활달하고 부단히 뛰어다니며, 사람 옆에 붙어서 잠을 잘 정도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고양이입니다. 필요할 때 "야옹"하는 것보다 직접 와서 발이나 정강이를 살짝 물어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스타일이지요.
어떤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일까요, 어떤 고양이가 더 키우기 좋을까요?
물론 답은 없습니다. 두 고양이 모두 사랑스럽고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서로 다를 뿐이지요.
갑자기 서로 다른 성향의 두 마리 고양이를 언급한 것은
바로 다름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름'을 이해 못 하고, '미흡하고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하였지만 저희 '이상한 나라 팀'에는 일반직(대졸공채/생산직에서 전직한 일반직), 생산직, 기술직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통상 본사조직에서는 보기 드문 인원의 구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다 보니 각자의 업무 영역과 능력이 천차만별인지라, 적절한 코칭방법도 찾기 어렵고 하나의 팀으로 융화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본사조직이다 보니 다른 팀과 같이 보고서를 통해 '팀의 존재감을 부각한다던지, 아니면 최소한 우리 팀이 여기에 있기는 합니다'라는 식의 호소가 팀장으로서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팀으로 전출을 와서 몇 년간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은 잘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원의 입장이 아니라 팀장의 입장으로 바뀌니까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윗분들에게 우리 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업무마다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할 요량으로 담당자들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이때 '왜 보고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고하면 좋을지, 그리고 보고서 양식과 작성방식(배경/현상/대안/세부방안/비용/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보고서가 올라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분명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라온 대부분의 보고서 수준은 형편이 없었습니다. 다시 담당자와 여러 번의 만남과 수정을 통해 만족스러운 보고서로 만들어 보고자 노력했지만, 애당초 보고서를 써본 적도, 파워포인트나 워드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직원들에게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미흡하고 부족한 보고서를 기본으로 '팀장인 내가 담당자에게 물어보면서 다시 작성하면 된다'였습니다. 아마 신임팀장이 되고 의욕이 넘치는 시기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모두 퇴근한 후에 혼자 사무실에 앉아 보고서 작성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이를 통해 6개월 간 20여 건의 보고서가 완성되었고, 윗분에게 보고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장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한 것 같아 마음도 뿌듯하고, 보고한 결과를 각 업무 담당자에게 일일이 보여주면서 "내가 이렇게 잘 정리한 후 보고해서 칭찬을 받았다"라고 생색을 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6개월이 넘기 시작하니 체력적인 문제도 생기고, 요즘 흔히 말하는 번아웃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보고서는 맘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다시 짜증이 나고 이 짜증은 팀원들의 역량 부족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결국 팀장이 된 지 6개월 만에 나름 생각했던 보고서 찍어내기 방식은 포기했습니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이 보고서를 만들면서 느껴야 했던 부담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현재 우리의 수준으로는 실행할 수 없는 것을 보고서화 한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또한 있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우리는 실무팀이어서 본사와 같이 보고서를 잘 만드는 팀은 될 필요가 없다", "현실적 문제를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을 찾아보고 이를 보고하자"라는 생각을 했고, 이때부터 팀의 역할과 존재 이유, 그리고 팀원들의 개인별 역량의 차이 - 다름 - 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이 달랐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처해온 상황 또한 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도 사뭇 달랐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달랐습니다.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개인적 상황을 고려하여 맞춤형 코칭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다음부터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근차근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긴 여정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