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팀장 29, 신입사원의 까까머리를 보고 놀랐던 기억
평소에는 원격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지만, 오늘은 회의가 있어 아침 일찍 본사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 후 궁금한 사항이 있어 팀장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오늘 필요한 자료는 신입사원이 본사에 방문하는 김에 가져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마 벌써 출근을 해서 실장님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라고 덧붙이네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둘러보던 중,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사무실 한가운데에 웬 "까까머리"가 눈에 띄더군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가가 얼굴을 확인해 보니, 저희 실 신입사원이었습니다.
저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데, 저도 모르게 얼떨결에 "머리가 그게 뭐야?"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더군요.
최근에는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사내 프로젝트 덕분에 회사 내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지고 자유스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조업 특유의 경직되고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두피 상태가 안 좋아져서 머리를 짧게 깎았다고 하더군요.
혹시 본사 출입 시 문제가 없었냐고 묻자, 그렇지 않아도 보안팀에서 잠시 출입을 막았다고 합니다.
보안담당자에게 사원증을 보여주고, 신원을 확인받은 후에야 사무실로 올라올 수 있었답니다.
아무리 신입사원이지만, 정말 용감무쌍합니다. 그런 머리 스타일로 본사에 들어오다니...
아무래도 본사에서 말이 나올 것 같아,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 신입사원을 차에 태워 바로 사무실로 복귀하였습니다.
사무실에 복귀하자, 팀장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다들 직장 생활 중 처음 보는 파격적인 머리 스타일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습니다.
주로 이런 머리 스타일은 노동 운동하시는 분들이나 힘 좀 쓰시는 분들이 많이 하시다 보니, "혹시 무슨 일 있었냐", "여자친구와 헤어진 거냐",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냐" 등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묻는 사람도 당황스럽고, 대답하는 신입사원도 이런 파장을 몰고 올지 몰랐는지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장이 저에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팀장이 미안할 일은 아닙니다.
설령 팀장이 미리 알았다고 한들, 자기 머리를 자기가 깎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습니까?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니 사무실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만, 머리가 다 자랄 때까지는 잔잔한 미풍은 계속 불 것 같습니다. 사실 볼 때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순간 놀라기는 합니다.
신입사원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본사 출입은 자제하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임원들이나 팀장급에서 봤을 때 혹시나 부정적 인상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한바탕 해프닝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유쾌하고 인상 깊은 머리 스타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친구도 대리로 진급했고, 회사 생활도 성실하게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정상(?) 머리 스타일로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