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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무실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들

이상한 나라의 팀장 33, 조용한 사무실 내 울려 퍼지는 불쾌한 소리

저희 사무실은 대부분의 업무가 개인 단위의 단독 업무로 이루어지다 보니, 마치 절간이나 도서관처럼 조용한 곳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그런데 한 공간에 50여 명이 함께 근무하다 보니, 아무래도 특이하거나 괴팍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끼는 게, 매 분기마다 조직문화에 대한 설문 조사와 개선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조직원들의 불만이나 의견을 수합하고 이에 대한 개선활동을 공유하고 있는데, 불만 의견 중 하나가 근무 중 거슬리는 소리나 행동에 대한 자제 요구입니다.


그래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위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손톱 깎는 소리

다소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사무실에서 손톱을 깎지 말자"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들리는 "딱, 딱, 딱'소리가 생각보다 거슬린다는 불만입니다.

저도 간혹 들으면서 '굳이 사무실에서 깎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직원들 불만 사항으로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라고 꼭 집어서 말은 안 했지만, 조용한 사무실 내에서 손톱 깎는 소리는 30m 떨어진 곳에서도 청명(?)하게 잘 들린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번 조직문화 활동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이 나온 이후로는 더 이상 손톱을 깎는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장탄식 또는 혼자 말하는 소리

수시로 "어우", "아", "에고", "빠라빰빠빰"과 같은 다양한 감탄사를 내뱉는 직원이 있습니다.

보통 단발적으로 소리를 반복하여 내는 것이, 틱 장애의 한 종류인 '음성 틱'에 해당한다는 것을 듣기는 했는데, 이런 경우도 틱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혼잣말을 크게 하여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짜증 섞인 소리, 무엇인가를 혼자 웅얼거리는 소리 등 다양한데, 아무런 맥락 없이 들리기 때문에 듣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 번은 면담 시에 조심스럽게 언급을 했더니, 본인도 "알고 있지만 습관이 되어서 고치기가 힘듭니다"라고 합니다. 이게 습관인지 일종의 틱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 친구 입사 당시 제가 최종 합격을 결정하였는데, 이런 문제점은 짧은 면접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사무실 한가운데에서 또 "어우", "아"하는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른기침 소리

한 겨울에 감기로 인한 기침이나,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로 인한 기침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 년 내내 반복되는 마른기침 소리는 듣기도 거북하지만, 격한 기침 끝에 토할 것 같은 소리가 섞여 나올 때는 듣기가 더 부담스럽습니다.


마른기침은 주로 기관지 자극이나 염증 때문에 발생을 하는데, '천식·알레르기·후비루 증후군·위식도 역류 질환' 등이 주요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감기가 걸린 후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유발하는 '후비루 증후군'이 있어서 이쪽은 나름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관지를 자극하여 기침이 발생한다고 느껴지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습니다. 그럼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기 때문에, 저도 편하고 남들도 불편하지 않지요.


이번에도 마른기침을 오래 하면 기관지가 상할 수 있으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는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네요. 거의 1년 가까이 "콜록"과 '웩~"하는 소리를 달고 살고 있으니, 멀리 있는 사람이야 괜찮지만, 인근에 있는 직원들은 많이 불편해합니다.


유별나게 큰 발자국 소리

멀리서도 누가 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쿵쿵"하는 발자국 소리를 내는 직원이 있습니다.

구두를 신고 걸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고, 운동화를 신었는데도 "쿵쿵"하는 소리가 납니다.


아마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동시에 닿으면서 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히 평발도 아닌데 희한하게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을 보면 걷는 자세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다행인 것은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편이라 "쿵쿵"소리의 빈도는 낮은 편이네요.


전화로 상대방을 다그치는 소리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곤 합니다.

갑의 입장에서는 을의 실수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상대방의 사정을 무시하고, 꼬투리를 잡아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지적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을의 입장에서는 갑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있음을 설명하여도 그건 내 알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일방적 훈수식의 대화가 전화로 계속 이루어지다 보니, 단속적 정보로 인한 피로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반쪽자리 대화(Halfalogue)"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화하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인지적 피로를 유발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반복적인 패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이와 같은 방식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남들의 불편함은 그들의 몫이니 이 또한 관심이 없습니다.



이처럼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작은 소리 하나, 행동하나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통해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모두가 편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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