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떠나는 크루즈 여행 4일 차

싱가포르&동남아 7일 크루즈 여행기, 기항지 투어 ‘태국 푸껫’

오늘은 크루즈 선의 두 번째 기항지인 푸껫에서 종일 투어가 진행되는 날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전 8시까지는 모임 장소에 모두 모여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네요.


서둘러 아침 식사도 하고 배에서 하선도 해야 되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경험 상 기항지 투어가 있는 날은 뷔페 레스토랑 ‘윈재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 예상하여, 저희는 덱 14 선수에 있는 ‘솔라리움 비스트로’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솔라리움 비스트로'는 7시 30분부터 문을 연다고 하네요. 급하게 다시 발길을 ‘윈재머’로 돌렸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보니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습니다. 제 기분도 창문에 흘러내리는 물방울 마냥 덩달아 흘러내립니다.

선상신문에 따르면...
푸껫은 태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10대 휴양 섬 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세계적인 휴양명소입니다. 아시아의 진주 푸껫은 아름다운 바다와 더불어 다양한 즐길 거리로 넘치는 곳이라고 하며, 활기찬 가게와 생생한 저녁 야경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빠통 만(Patong Bay)과 빠통 해변(Patong Beach)은 쇼핑과 식사, 그리고 해변 액티비티를 위한 인기 있는 장소이고요.

그런데 푸껫은 텐더 포트(Tender Port)입니다.

대형 크루즈 선이 직접 접안할 수 없는 항구를 말하는데요. 이럴 경우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크루즈 선에서 해변까지 승객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시간은 대략 20분이 걸린다고 하네요. 텐더 보트는 날씨에 따라 승객의 안전을 고려하여 운영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상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육지로 상륙할 수 없기도 하고요.


저희와 같은 패키지 고객이 아닐 경우에는 텐더 티켓이 필요한데요, 덱 5 후미에 있는 빈티지(Vintage)에서 8시 30분부터 구매가 가능하답니다. 자유여행을 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동수단인 택시와 턱-턱(Tuk-Tuk)은 해변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미국 달러는 가끔 받기 때문에 태국 바트가 더 선호된다고 하니 이용하실 분은 준비하셔야 합니다.


펭귄의 크루즈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aboard!


태국 푸껫 종일 관광(2025. 10. 25)


8시에 미팅장소로 가보니 저희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선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 줄이 모두 갱웨이를 통해 빠져 나가야 하지요. 아무래도 한꺼번에 하선 인원이 몰리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갱웨이에서 항구로 직접 내리는 것이 아니라 텐더 보트를 기다렸다가 타는 시간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비도 오고 파도도 제법 넘실거려 크루즈 선에 접안한 텐더 보트가 심하게 상하좌우로 흔들립니다. 비를 뚫고 텐더 보트에 오르니 이미 승객들로 꽉 차있네요. 이윽고 출발한 덴터 보트로는 해변까지 약 20분이 걸린다고 하던데, 실제로는 10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해변에서 길게 벋어 나온 접안장과 텐더 보트가 너울대는 파도로 인해 심하게 흔들리면서 접안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 세 차례의 접안 시도 끝에 마침내 성공하였고 서둘러 하선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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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더 보트에서 바라 본 크루즈 선, 비를 뚫고 나가는 텐더 보트]

해변까지 길게 뻗은 접안장을 걸어서 이동하는 내내 비도 계속 오고, 파도로 인해 접안장 자체가 출렁거려 걷기가 조금은 불편합니다. 그런데 뒤쪽으로부터 무엇인가 다가오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바로 큰 파도였습니다. 잔잔한 수 십 차례의 파도 뒤에 온 큰 파도는 접안장과 부딪치면서 크게 솟구쳐 올랐다가, 아내와 제 쪽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새로 입은 바지, 양말과 신발 모두 젖어 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가 와서 찝찝한 기분이었는데, 바닷물 테러까지 당하니 몸과 마음 모두 바닷물 맛처럼 짭짤해졌네요.


해변가에 도착해 보니, 저희가 다소 늦게 텐더 보트에서 내린 덕분에 다른 분들은 현지 가이드를 따라 버스 쪽으로 이미 출발을 하였다고 합니다. 다음 보트로 오시는 분과 같이 갈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 길 건너에 저희 일행이 보여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비로 인해 길은 온통 물바다이지만 이왕 젖은 신발이니 그냥 첨벙첨벙 걸었습니다. 바닷물에 젖은 신발을 민물인 빗물에 씻는다는 생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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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에 젖고 빗물 웅덩이에 빠져서 다 젖었습니다]

이윽고 모두 버스에 탑승하여 현지 가이드분이 설명해 주는 푸껫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첫 번째 방문지인 왓찰롱사원에 도착할 즈음 갑자기 가이드분이 버스 왼쪽을 보라고 하더군요. 무슨 일인가 내다보니 한 무리의 일행이 지나가고 있는데, 무슨 축제나 행사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행렬의 뒤를 보니 한 여성 분이 양쪽 볼을 꼬챙이로 관통한 채 걷고 있습니다. 종교의 힘으로 아픈 것을 못 느낀다고 하는데, 여자분들은 비명을 지르더군요.

[우연히 마주친 푸껫 채식주의자 축제 모습]


방금 지나친 행렬은 바로 ‘푸껫 채식주의자 축제(Phuket Vegetarian Festival)’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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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년부터 시작되어 2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축제는 매년 음력 9월에 열리는 연례행사로, 채식주의자 의식을 진심으로 신봉하는 이들에게 행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계 주민들은 10일 동안 채식을 함으로써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행운을 비는 행사를 갖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왜 이 축제가 ‘채식주의자 축제’란 이름을 가진 배경이 궁금한데요? 이유는 이렇답니다.

1825년 탈랑(Thalang) 지역의 주지사 쁘라야 제름(Praya Jerm)이 수도를 탈랑의 따 레우아(Ta Leua)에서 까투(Kathu)의 겟-호(Het-Hoe)로 옮겼는데, 이 지역은 주석 광석이 풍부한 곳으로 많은 중국인 이민자들이 이미 채굴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채광산업이 크게 번성하면서 날이 갈수록 상점이 늘어났고, 중국인들은 큰 경제적 이득을 취했는데요. 이렇게 경제력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 이민자들이 중국 본토에서 ‘경극단’까지 불러들이게 되었는데, 이곳에 들어온 경극단원들에게 이름 모를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나둘씩 단원들이 앓아눕기 시작하면서 변변한 병원은 물론 전문 의사도 없던 그 시기에 사람들이 역병을 퇴치하는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푸껫으로 이주 전 중국에서 행하던 ‘치아 차’라는 행위였다고 합니다.
‘치아 차’는 채소를 먹는 것으로 신과 우상을 숭배하는 도교 전통이었는데, 푸껫으로 중국인들이 이주한 후 ‘치아 차’ 전통을 지키지 않은 것에 신들이 노해서 역병이 도는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리하여 경극단원들은 채식만을 먹는 금욕생활을 하면서 끼에웅 타이태(Kiew Ong Tai The)와 욕옹 손테(Yok Ong Sone The)라는 두 신을 위해 제사를 지냈고, 그 후 며칠이 지난 후 신기하게도 모두 다 역병에서 완쾌되었다고 합니다.

정리하면서도 이름이 어렵기는 하네요.


주요 의식은 중국사당이나 사원에서 진행되며 '마 송'으로 알려진 신도가 맨발로 숯불 위를 걷는다 거나 칼날이 선 사다리를 오르는 등의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축제기간 동안 불 위를 걸어가거나, 쇠꼬챙이 등으로 볼을 관통시키는 행위, 하얀 옷을 입고 몸을 자해하는 행위를 하는 등의 특이한 볼거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이 바로 푸껫 최대의 불교사원인 ‘왓 찰롱(Wat Chalong) 사원’입니다. 하지만 태국 방콕의 3대 사원인 왓 프라깨오(Wat Phra Kaew), 왓 포(Wat Pho), 왓 아룬(Wat Arun) 사원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약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화장실 갔다 오는데 만 15분 정도가 소요되었네요. 모두 돌아볼 시간이 없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 두었다는 대탑으로 향했습니다. 총 3층 건물로 되어 있는데 이곳에 입장할 때 신발과 양말은 밖에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희는 바닷물에 이미 양말이 젖어, 벗은 상태이니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되네요. 특히 여성들은 어깨가 드러나지 않은 상의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옷을 입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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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찰롱 사원의 대탑]

안에 들어오신 분들이 거의 없어서인지 무척 조용합니다. 들어서자마자 황금빛 불상들이 보이고 2층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진열장이 보입니다. 분위기 때문인지 말소리도 조그맣게,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걷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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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탑 내부의 불상들과 진신사리가 모셔진 진열장]

한 층을 더 올라가면 3층인데 사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일종의 전망대입니다. 비가 온 직후라서 그런지 건물과 길이 유난히 깨끗하게 보이네요. 한 층 위의 뾰쪽한 탑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과 문은 있는데, 일반인의 출입은 막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번 둘러보니 이 사찰의 대략적인 규모와 위치를 파악하기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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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탑에서 내려다본 왓 찰롱 사원의 전경]

대탑을 나와 다른 작은 건물도 이곳저곳 구경을 하였습니다. 태국을 2번 정도 방문하면서 사찰은 여러 곳 방문하였는데, 느낀 점은 무척 화려하고 멋진 건물들이라는 점입니다.

20251025_102409.jpg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의 왓 찰롱 사원]

우리나라 사찰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고 대부분 목조건축에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하는 반면, 태국의 사찰은 일상 속에서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의 사용, 내 외부 및 불상 등 곳곳에 황금장식, 그리고 돌을 쌓아서 만든 조적 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재가 나거나 세월이 흘러도 그 형태가 잘 보존된다고 하네요.


얼마 전 영남 산불로 인해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가 잿더미로 변했고, 인근 보광사와 만장사 등 수많은 사찰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뉴스가 생각이 나네요.


다음 코스는 동물 치유 산업에 종사하는 니모(NEMO)에서 운영하는 돌고래쇼의 관람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자폐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동물과 교감하여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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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돌고래쇼에 대해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불법포획 돌고래 방사운동’이 펼쳐졌고, 2015년에 전문가의 노력 끝에 돌고래 두 마리가 자연으로 방사되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자연으로 돌려보낸 모든 돌고래가 성공적이진 못했는데요, 이와 같은 야생 방사 실패에 대한 대책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짜인 일정이니 좋든 싫든 입장은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쇼의 내용이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진행이 되어서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습니다. 조련사와 돌고래 간에 교감이 정말 잘 되어서인지 둘 간의 호흡이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돌고래가 조련사를 밀어서 하늘로 던지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의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돌고래 중 한 마리가 유난히 말을 안 듣는 것 같더군요. 돌고래는 하라는 쇼는 안 하고 조련사 앞에서 계속 먹을 것을 달라는 행동을 하고, 조련사는 그런 돌고래의 주둥이를 계속 손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전 이게 더 재미있어서 몇 가지 멋진 장면을 놓쳤네요.


제가 참 사소한 것에 신경을 뺏기는 편이긴 합니다. 예전 미국 샌디에이고 시월드의 범고래쇼를 본 기억이 납니다. 범고래의 압도적 사이즈에 놀라기도 했지만 저렇게 큰 덩치가 물 위로 점프하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여기에 엄청난 물이 관중석으로 쏟아지는 것은 덤이고요. 이번 돌고래 공연에서 관중석으로 쏟아지는 물은 그냥 병아리 오줌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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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범고래쇼(2008년)]

범고래쇼가 웅장하다면, 이번 돌고래쇼는 아기자기 하지만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연이어서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 걸 보러 왔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네요.


공연 막판에 돌고래가 그린 그림(?)을 경매하는 행사도 있었는데, 낙서 같은 그림을 서로 살려고 하는 게 희한합니다. 나중에 보니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가 열심히 입찰한 것이네요. 공연이 끝나면 돌고래와 사진을 찍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앞다투어 줄을 서는 것을 보고 저희는 밖으로 나왔지요.


이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한국식당으로 출발했습니다.

저희가 찾은 곳은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인데 ‘흥부네 식당’이라고 합니다.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나오는데 특히 삼겹살은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하네요. 한국인의 음식 인심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한진관광에서 그렇게 계약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점심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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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의 한국식당 '흥부네']

배부르게 식사를 한 후 나른한 몸을 이끌고 다음 코스인 마사지 샵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저는 남이 몸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여 지금까지 마사지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맡겨야 할 상황이네요.


현지 가이드의 말로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엄청 긴 시간입니다.

마사지를 받을 때 개인 간의 차이가 있어 너무 아프거나 너무 약하게 하면 사용하라고, ‘약하게’, ‘더 세게’를 태국말로 알려주더군요. 전부 여자분들이 마사지를 하는데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으로 마시지 방에 아내와 함께 들어갔습니다. 벽에도 아까 이야기한 ‘약하게’, ‘더 세게’와 같은 표현이 태국어,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붙어 있더군요.

20251025_134101.jpg [마시지 방, 벽에 붙은 마사지 강도 표현 안내문]

옷을 갈아입고 있으니 두 명의 마사지사가 들어옵니다. 처음 시작은 견딜 만한데 제법 주무르는 강도가 강하더군요. 옆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아내도 아무런 말없이 잘 받고 있는데, 혼자서만 “약하게 해 주세요.”라고 하기가 뭐해서 견뎌 보기로 했습니다.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픈 적이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지요.


드디어 아프고 힘들었던 마사지는 모두 끝났습니다. 얼추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 것 같네요.

1층으로 내려가니 다른 분들은 “시원했다”, “조금 약해서 더 세게 해달라고 했다.”, “마사지를 받다 잠들었다.”라고 하시네요. 저는 잠은커녕 아픈 것을 참느라고 정말 힘들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누워서 마사지를 받았더니 피로는 좀 풀린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 날 아침에 종아리 쪽에 멍이 들었던 것을 봐서는 아픈 게 맞는 것 같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내를 마사지 한 사람은 덩치도 작고 나이도 많은 분이었는데, 제 마사지사는 덩치도 크고 나이도 젊은 분이라 마사지의 강도가 달랐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밖으로 나가니 이제 비는 거의 그쳤지만 여전히 날은 흐립니다. 이번 여행에서 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달리는 버스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는데, 현지 가이드 분이 뭐 이상한 것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뭘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전봇대가 네모 모양이라고 하시네요. 그러고 보니 전봇대가 원형 기둥이 아니라 사각기둥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태국여행에서도 전혀 몰랐던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태국 전봇대.png [태국 네모 모양 전봇대, 뱀 방지 그물망]

그 이유는 이렇다고 하네요.

태국은 열대몬순기후에 속해 특성상 숲과 밀림이 발달하여 뱀이 자주 출몰한답니다. 원형 기둥으로 만들면 뱀이 잘 타고 올라가 전선에 감전되면서, 정전이나 화재 등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사각기둥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원형 기둥은 뱀의 배가 밀착이 되어 감았을 때 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오르기가 쉬운 반면, 사각기둥은 몸을 감아도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힘을 받지 못해 못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리고도 혹시나 해서 뱀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그물망도 설치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태국은 다른 주변국들에 비해 태풍 등 강풍이 불어오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어 애초에 공기저항을 신경 쓰지 않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이유로는 전봇대 제작 공정상 원형 기둥을 만드는 것보다 사각기둥 형태가 더욱 저렴하여서라고 하네요. 태국은 더 많은 전봇대를 설치하기 위해 제작 단가가 상대적으로 싼 사각기둥 형태를 선택한 것이라고도 하고요.

전봇대 하나에도 그 나라의 기후와 경제 상황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부두로 향하는 길에 현지 특산물 마트를 들린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패키지여행의 단점이 아닐까 합니다. 꼭 사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왠지 심리적인 부담이 있거든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여러 물건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고, 종업원들도 한국말을 잘해 물건에 대해 물어보거나 구입하는데 불편이 전혀 없더군요. 몇 분은 현지 특산물을 구입하셨지만 대부분은 별 구매의사가 없으신 것 같습니다.


이제 바통비치에 도착하였으니, 텐더 보트를 타고 크루즈 선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크루즈 가이드는 저녁 7시에 마지막 텐더 보트가 떠나니, 그전까지 바통비치를 구경하실 분은 더 구경하고 가셔도 된다고 하네요. 시간이 있는데 굳이 배로 먼저 들어갈 필요가 없고, 마침 비도 그친 상태라 나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겠다고 하는 사람은 모두 젊은 층이네요.


날씨가 안 좋아 수영하는 사람도 없고 저녁노을도 볼 수 없었지만, 그냥 해변을 걷고 방파제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멀리 환하게 불은 밝힌 크루즈 선이 보이고 부지런히 왕복하는 텐더 보트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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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크루즈 선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텐더 보트를 탄 시간이 6시 55분이었는데, 아마 7시까지는 미쳐 못 온 승객을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이윽고 7시가 되니 선착장의 문을 닫고 저희가 탄 텐더 보트는 크루즈 선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런데 저 멀리 선착장 끝에서 뛰어오는 7~8명의 사람들 모습이 보입니다. 어디 가나 꼭 지각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번에도 예외는 없네요. 잠시 기다렸다가 저희가 탄 텐더 보트에 태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각한 승객을 태우지 않고 그대로 출발을 합니다. 선착장의 선원들은 승객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일련의 보안 절차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는 아마 크루즈 선원들이 타고 오는 진짜 마지막 배를 타고 오지 않을까 하네요.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한 규정이 엄격한 것 같습니다. 아까 텐더 보트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크루즈 선 제복을 입은 선원들이 바통비치를 뛰어다니며 혹시나 남은 승객이 있는지 확인을 하더군요. 한 명의 승객도 빠트리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지각한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은 한 명도 없더군요. 이제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은 개나 줘 버려야 할 것이네요.


크루즈 선에 도착하니 집에 온 것 같이 마음이 편안합니다. 이제는 능숙하게 승선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향했습니다.


오늘 저녁의 스케줄은 자율적 저녁식사 후 8시에 미팅장소에 모이는 것입니다. 8시 15분부터 시작하는 ‘스펙트라의 카바레(Spectra’s Cabaret)’를 보기 위한 것인데요. 저희는 크루즈 선 승선 첫날에 이미 봤던 것이라,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다음 미팅 시간인 9시 10분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아마 이 시간대에 대형 뷔페 레스토랑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덱 14의 선수에 있는 ‘솔라리움 비스트로’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한가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네요. 여기는 조용한 반면에 대형 뷔페 레스토랑에 비해 음식의 종류는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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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움 비스트로에서 저녁 식사]

저희도 한번 살펴보니 별로 먹을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 접시 분량의 음식만 먹고 대형 뷔페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좀 흘러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모처럼 창가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어두운 밤이라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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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머 뷔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이곳 음식도 별게 없어서 그냥 피자나 먹자는 생각에 덱 4에 있는 쏘렌토 카페로 내려갔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더군요. 우리도 자리를 잡고 피자 한쪽과 과일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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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 카페에서 피자와 커피]

여유 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9시 10분에 미팅장소로 가니, 오늘은 대극장에서 근육질 댄서들의 일종의 난타와 같은 뮤지컬을 공연한다고 합니다. 대극장은 이미 꽉 찬 상태인지라 겨우 중간에 있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공연은 멋진 율동과 신나게 드럼통 두드리는 소리 등으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난타에 비해서는 퍼포먼스 측면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요.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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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자마자 선미에 있는 카페 투 세븐티(Café two70)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70년대 음악을 중심으로 댄스파티가 벌어진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매일 동일한 시간에 K-pop 댄스, 70년대 음악 댄스파티, 80년대 음악 댄스파티 순으로 진행됩니다.


도착한 카페 투 세븐티에는 이미 많은 승객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곧이어 흥겨운 음악과 함께 중앙 무대에서는 한 바탕 글로벌 댄스파티가 벌어집니다. 아는 음악이라도 나오면 그래도 흥겹게 어울릴 수 있었지만, 처음 듣는 음악이 나오면 흥겨움이 반감되네요. 아내가 우리도 중앙 무대로 나가자고 하는데 여전히 쑥스러워서 잘 못 나가겠더라고요. 사실 무대 위쪽에는 댄서 분들이 이곳저곳에서 춤을 추고 있어, 율동을 따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춤을 못 추는 사람이라도 보면서 따라 하면 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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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투 세븐티에서 매일 열리는 댄스파티]

이렇게 댄스파티가 끝나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신나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그 많던 승객들이 각자의 객실이나 카페로 이동을 하니 금방 복도는 한적하고 조용해지네요.


오늘은 정말 길고 힘들었지만 참 여러 가지 활동을 한 날이었습니다.

이제 지친 몸을 이끌고 객실에 도착했네요.


내일은 태국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전일 해상 일정이 있는 날입니다.

모처럼 여유 있게 배를 둘러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날이라 기대가 되는데, 관건은 날씨가 어떨지 하는 것이네요.


이번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찬란한 태양을 본 기억은 없고, 늘 먹구름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만 기억이 납니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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