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의 막을 내리는 커튼콜, 그리고 가장 어린 관객

준비된 스마트 할버지 60, 손녀가 인기만점이었네요.

35년이라는 긴 연극의 대단원을 장식할 '커튼콜(Cuttain Call)'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정든 회사를 떠나는 은퇴식 날, 식장은 마치 연극의 피날레를 연상케 하는 멋진 무대와 정성 어린 전시로 꾸며져 있습니다.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보았다면 부러워할 만큼, 정년퇴직자에 대한 깊은 존중과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담겨 있어 감사한 마음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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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무대와 안내장]


이틀간의 일정 중 단연 하이라이트는 '가족과 함께하는 은퇴식'입니다. 아내와 아들만 함께해도 충분히 고마운 자리였는데, 사위와 딸, 그리고 이제 갓 6개월이 된 손녀까지 온 가족이 출동을 했습니다. 사실 어린 손녀가 이 소란스러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맞는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막상 식장에 나타난 손녀를 보니 반갑고 고마움이 교차합니다.


지난 글에서 "백약이 무효인 울음 폭탄"이라 언급했을 정도로, 손녀가 한 번 울음을 터트리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어 걱정이 되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 인지 낯도 덜 가리고 잘 울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딸애가 용기를 내서 이렇게 먼 길을 같이 온 것이기도 하고요.


딸애의 말을 빌리면 손녀가 하루 종일 집안에 있다 보니 장난감을 갖고 놀아주거나, 점퍼루를 타는 것도 잠시 일뿐 곧 싫증을 낸다고 하네요. 그럴 경우 잠시 유모차를 타고 밖에 나가면 좋아한다고 합니다만, 요즘처럼 궂고 추운 날씨에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답답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 오면 엄마 말고 놀아줄 사람이 많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으니 참 좋아한다네요.


은퇴식에 앞서 손녀를 품에 안고 식장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전시된 자료도 보면서 돌아다니는 내내 손녀는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흥미롭게 쳐다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다소 쌀쌀한 전시장을 둘러볼 때도,

카페테리아에서 간식을 먹기 위해 유모차에 누워있을 때도,

어둡고 소란스러운 은퇴식장에서도,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도,

단 한 번의 짜증이나 울음 없이 잘 마무리해 주니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 기특한 모습 덕분에 동료 은퇴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사진 촬영 기사들에게 까지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은퇴식의 작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기들은 때로 심심해서, 혹은 관심을 끌려고 울기도 한다고 합니다.

점점 시력과 청력이 좋아지면서 활발하게 주변 정보를 흡수하기 시작할 때라 탐구 욕구도 강해지고 뇌 신경망 역시 활발하게 움직인답니다. 그러니 이번처럼 낯설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 그리고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으면 흥미로우니 울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 1막의 마지막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곁은 지켜준 가족들, 그리고 울음 대신 맑은 눈망울로 할아버지의 은퇴를 축하해 준 손녀. 이보다 더 완벽하고 근사한 커튼콜은 없을 것이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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