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중소기업의 상생 프로그램이 어려운 이유
취업 상담을 하다 보면 대학 졸업 후 마주하는 취업의 높은 벽에 대한 한탄을 듣곤 하는데요. 특히 대학을 갖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도 회사는 '실무 경력'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근래에 들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면접관으로 참여해 보면, 실무 경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더 마음이 기울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수치로도 명확히 증명이 되는데요.
취업 포탈인 사람인과 지디넷코리아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9%가 중고신입을 선호한다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거의 기업 10곳 중 9곳에 해당되네요. 그리고 한국경제인협회와 KBS의 조사 결과에서도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해 보니, 대졸 신입사원 중 경력자가 28.1%였다고 하고요. 2026년 인크루트와 지디넷코리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6년 HR 시장의 핵심 이슈로 '더 강화된 중고신입 선호 현상(33.5%)'을 1위로 꼽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업이 중고 신입을 원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즉시 실무에 투입 가능(79%)', '교육 비용 및 시간 절감(48.5%)', '업무 및 회사 생활의 노련함(38.5%)', '조직 적응력(35.9%)'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기업은 1~2년 차 경력을 가장 선호한다고 나타났고요. 그러니 현재 채용 시장은 무경력의 '쌩신입'보다는 실무 경험을 갖춘 중고 신입의 취업 확률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 예정자뿐 아니라 대학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수도권 대학들로부터 인턴십 및 산학협력 제안이 쇄도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대학은 이론 교육과 기업의 실무 현장을 연결해 학생에게 현장 경험을 쌓아줄 수 있으며, 이는 취업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필요한 인재를 조기, 또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최근 서울 소재의 한 대학과 인턴십 체결 미팅을 가졌습니다. 대학 측은 학생의 졸업 연도에 인턴십(현장 실습)을 당사와 맺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회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인턴십을 운영할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업에서 인턴십을 운영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보면...
직접 인건비와 4대 보험료 외에도 멘토링 비용, 교육 인프라, 사무공간과 장비 등 유무형의 자원이 투입되는 일입니다. 이런 어려움은 학교에서도 알고 있지만 최소한 최저 시급 이상의 급여가 지급되어야 하고, 4대 보험 중 산재 보험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회사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어 인원 충원을 동결하고, 구조조정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인턴을 위한 추가 비용 투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소기업과 대학의 인턴십은 경기에 따라 '동상이몽'의 양상을 보입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대학은 높은 취업률로 인해 인턴십을 운영할 필요성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는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인턴 수용이 어렵고, 대학은 취업난 해결을 위해 인턴십이라도 운영해야 하는 절박감이 있는 것이지요. 완전히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합니다.
전래동화 가운데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아들은 둔 어머니가 있는데 한 아들은 우산 장수이고, 다른 아들은 짚신 장수입니다. 어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가시방석이었습니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우산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 장수 아들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해가 뜬 날에는 짚신 장수 아들을 생각하며 기뻐하면 날마다 행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 현장은 그리 단순한 낙관론만으로는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청년들의 절박함과 대학의 요청, 그리고 기업의 생존이 걸린 경영 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가는 현실에서 채용 시장의 선순환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심함을 체감합니다. 동시에 이 간극을 메워주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무기력함을 뼈아프게 책망해 봅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