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밀면을 만든 곳, 부산 내호냉면

부산에서는 반박 불가한 곳이라고 해서 와 봤습니다.

부산은 수도권에서 꽤 먼 거리라 선뜻 여행 오기에 부담이 되는 여행지입니다. 그런 곳을 오랜만에 가족 여행으로 오게 되었으니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설레지더군요. 그냥 떠오르는 음식은 밀면과 돼지국밥입니다. 그런데 제가 물텅벙 스타일의 고기류는 선호하지 않아 돼지국밥은 제외하고, 부산의 상징인 밀면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검색 끝에 찾은 곳이 한 곳 있는데, 무척 유명한 밀면집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최초로 밀면을 만든 곳이 바로 내호냉면이라고 하네요

어디를 가도 '원조', '진짜'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니, 저는 '원조'나 '진짜'라는 간판에 신뢰를 별로 안 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부산 현지에서는 반박 불가하다는 식당이니 믿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는 궂은날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주는 곳에 도착하니 한쪽에는 공사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한쪽에는 재개발 준비를 앞두어서인지 문 닫은 낡고 오래된 가게들이 보입니다.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이상하며 스산한 모습이 비 오는 날씨와 연결되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겨우 길가 한편에 마련된 작은 전용 주차장(4대 규모)에 주차를 했습니다. 평일이고 비도 오고 하니 손님이 적어서 다행이지, 주말이라면 주차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도로에서는 식당이 바로 보이지는 않고 조그만 간판 하나만 보입니다. 간판을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Since 1919. 부산 최초 밀면 제조'라는 유별나지 않고 소박해 보이는 간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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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쪽 골목에서 보이는 내호냉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앞과 뒤 건물을 모두 식당으로 사용하는데, 대기 줄이 길 때는 골목 중간에 보이는 대기실 안에 키오스크가 있으니 여기서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다행히 대기가 없는 상황이라 바로 뒤쪽 건물 안으로 바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걸 뒤쪽이라 할지 안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뒤쪽 식당 옆 계단을 동해 2층으로 올라가면 화장실이 있습니다. 좀 가파르니 나이 드신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 그리고 아이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제가 식당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주차장과 화장실이라서 굳이 언급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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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골목에서 보이는 내호냉면]

식당 입구로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의 분위기와 향취(香臭)가 납니다. 이제 자리에 앉아 정겨운 노포의 내외관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첨단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하였습니다. 벽면에는 먹방 프로그램의 포스터 등이 붙어 있었지만, '내호냉면 100년 가계도', '백년가게 인증 포스터', '밀면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맛있게 먹는 방법! 가위로 자르지 마세요!!'와 '냉면과 밀면의 제조과정이 달라 순서가 바뀔 수 있으니 이해 바랍니다'는 문구에서 식당의 고집과 세심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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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여행기 포스터와 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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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 맞있게 먹는 법과 100년 가계도]

아마 먼저 오신 분보다 늦게 오신 분의 음식이 먼저 나왔을 경우 불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면과 면의 제조과정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 이 부분은 눈에 좀 거슬리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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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계 인증서, 안내문, 메뉴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육수 담긴 양은 주전자입니다. 세월의 모진 풍파를 몸으로 버틴 듯 어디 하나 성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곧이어 저희가 주문한 찐만두가 나왔는데, 그냥 일반 만두집의 만두와 별반 차이가 없는 맛이라 조금은 실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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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주전자와 찐만두]

이렇게 실망스러운 만두 한 입 후 나온 비빔밀면과 물밀면입니다. 처음 키오스크로 밀면 주문 시 '고기 빼기', '가오리 빼기', '채소 빼기'와 같은 몇 가지 선택사항이 있었는데 저희는 모두 넣는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보기에는 그리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비주얼인데 한 입 먹는 순간,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밀면보다 맛있습니다. 강한 양념이나 특유의 한약재 향도 없이 그저 담백하고 슴슴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왜 가위로 자르지 말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면의 식감도 훌륭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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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밀면과 물밀면]

저희가 주문한 음식 한 상입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가위로 자르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위는 제공을 해주네요. ㅎㅎ

image.png [찐만두, 물밀면, 비빔밀면]


내호냉면의 위치과 주차는 여기서~

내호냉면의 주소는 '부산 남구 우암번영로 26번 길 17'입니다. 그냥 내비게이션에 상호명을 넣어도 나오네요.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 도착까지는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막상 도착해서 식당을 찾으려면 한눈에 띄는 곳이 아니라 조금 헤맬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기는 합니다. 주차장은 협소하지만 차량 4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게와는 약 5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아래처럼 내호냉면 주차장이라고 붙어 있기는 한데 큰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1.png [내호냉면 골목 입구와 주차장]

모처럼 부산 여행도 즐거웠지만 맛있는 밀면을 먹고 나니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로 인상 깊은 맛이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나중에 부산에 온다면 꼭 들려봐야겠다고 하네요.

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는 하지만 든든한 배를 부여잡고 이제 호텔로 출발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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