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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나요?

차라리 이런 리더는 되지 마세요

신입사원이나 후배사원으로부터 가끔 듣는 이야기가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나요?"입니다. 어떤 리더가 최고의 리더인지 알려주는 지식은 수없이 많습니다. 사내 교육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책을 통해 얼마든지 쉽고 빠르고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권한 위임도 잘하고, 팀원의 성공과 팀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기는 합니다. 대충 보니 10 여가지도 넘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침 또는 사례'가 있는데, 모두 익히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leader.png [리더와 보스의 차이]

그래서 저는 후배사원이 물어보면 "좋은 리더가 되는 법은 나중에 때가 되면 얼마든지 알 수 있으니, 지금은 반대로 저런 리더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사례를 찾아봐라. 저렇게 안 닮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해줍니다.

실제로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본받지 말아야 할 선배나 리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 사례를 통해 몸소 체험하는 것이 책이나 인터넷 또는 교육을 통해 얻는 정보에 비해, 훨씬 체감 효과도 높아 깊이 마음속에 새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받지 말아야 할 리더

지난 30여 년 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보아왔던 리더 중 이런 행동을 하는 리더는, 대부분 뒤끝이 안 좋게 끝이 나더라고요. 물론 개 중에는 잘 나가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욕을 많이 먹습니다. 저도 팀장과 실장을 10년 정도 했으니 어쩌면 저에 대한 내용도 있을 것 같네요.


첫째로 책임을 전가하는 리더입니다. 본인이 시켜서 시작한 일인데, 결과가 안 좋을 것 같으니 바로 책임을 부하직원에게 전가시킵니다. 자기는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부하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추진했고, 심지어는 거짓 보고를 일삼아서 자기도 몰랐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런 인간(?)을 봤습니다. 처절하리만큼 자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악랄했던 기억이 있네요. 당연히 이후부터는 시키는 데로만 일하고, 개인의 의견은 절대 피력하지 않는 조직으로 변했습니다.


둘째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리더입니다. 똑똑해서인지 멍청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지하게 디테일에 강합니다. 팀원이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팀장이 챙겨서 나갑니다. 이러니 팀원은 별로 할 일도 없고, 설령 있더라도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보고서의 토씨 하나까지도 팀장이 한 땀 한 땀 수정하는 상황이니, 팀장인 당신이 알아서 잘하라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셋째로 조직보다는 개인을 앞세우는 리더입니다. 업무 수행 중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할 우려가 있거나, 본인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만한 일은 뒷전으로 미룹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은 업무수행의 동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잘못된 일은 부하직원이, 잘한 것은 자기가 했다고 하니 믿고 따를 직원이 없지요. 문제가 없을만한 것이나 윗분이 좋아하실 내용만 찾아서 보고하는 데는 귀재입니다.


넷째로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리더입니다. 나이가 많던 적든 간에 자기보다 직급이 낮으면 반말입니다. 이는 부하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에게도 동일합니다. 심지어는 업무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직원에게 "너 돌대가리지!", "도대체 어떻게 입사했는지 모르겠다", "당장 잘라 버리겠다" 등의 인신공격도 서슴없이 합니다. 더 심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1:1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이지요.


다섯째로 말과 행동이 다른 리더입니다. 어제 했던 말과 오늘 했던 말이 다릅니다. 가끔은 기억을 못 해서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이게 수차례 반복되면 '원래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외부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말과 행동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이나 양해 없이 자기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의례 그러너니 하면서 포기합니다. 나를 따르라고 큰 소리로 외치지만, 항상 직원들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여섯째로 감정 기복이 심한 리더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언짢은 표정과 행동으로 직원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분명히 오전에는 기분이 좋았는데, 어떤 보고를 받은 후 돌변하더니 이후로는 계속 저기압입니다. 이때는 보고할 사항이 있어도 가능하면 직원들이 안 찾아갑니다. 기분이 좋을 때 들어가서 얼른 보고하고 나오는 게 상책이기 때문에, 종일 리더의 심리상태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일곱째로 업무를 모르는 리더입니다. 모든 리더가 새로운 업무를 잘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 업무의 주요 골자와 향후 전개할 방향에 대해서는 확실한 개념을 가져야 합니다. 어설프게 아는 상태에서 윗분에게 보고하다 보면 하나를 보고하러 갔다가, 혹부리 영감처럼 두서너 개의 오더만 추가로 받아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라리 모르면 담당자 하고 같이 보고를 들어가는 게 현명할 것입니다.


여덟째로 돌다리도 두들기고 확인하는 리더입니다. 똑똑하건 멍청하건 상관없이 온갖 것에 걱정과 의심이 많습니다. 모든 직원이, 모든 수치가, 모든 정황이 맞다고 하는데 이것도 못 믿어서 추가에 추가 검토를 지시합니다. 일정이 지연되는 것보다 확실한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보고가 지연되는 것보다 확실한 보고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돌다리가 맞는데도 반드시 가루를 내서, 현미경으로 돌의 성분이 맞는지 외부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스타일입니다. 특히 자기 직원의 말보다는 타 조직의 직원 말을 더 믿습니다.


아홉째로 개인의 친분이나 관계를 중요시하는 리더입니다. 학연과 지연에 따라 인사 평가가 달라지거나, 중요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의 배정도 차이가 납니다. 차라리 눈에 보이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모든 직원이 보는데서 대놓고 특정인을 편애하는 일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마치 대통령 수행원과 같이 모든 행사에 따라다니게 하여 친한 관계임을 만천하(滿天下)에 알리기도 합니다.


열 번째로 본인의 직책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하는 리더입니다. 본인의 직책이 마치 직원들의 생살여탈권(살리고 죽일 수 있는 권리와 주고 빼앗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함)이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내가 하라고 하는 데로 해야지 "해외주재원으로 추천하겠다", "팀장으로 밀어주겠다", "인사 고과를 잘 주겠다", "조기 진급을 상신하겠다" 등과 같은 말을 밥 먹듯이 합니다. 반대로 이런 권위에 도전한다면 안 봐도 뻔한 결과가 나오니, 모두 '간신나라의 충신'과 같이 변합니다.



모두 잘못하고 모두 잘하는 리더는 없습니다. 아무리 유능한 리더라도 한두 가지는 잘못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또한 무능하다는 리더도 한두 가지는 잘하는 항목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보고 느낀 '이런 리더는 되지 마세요'하는 행동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안타까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리더는 될 수 없더라도, 최악의 리더는 안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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